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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 특별기획] 포스트 코로나를 과학기술로 성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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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 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먼저 그동안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 따뜻한 온기를 비추고 사회적 주의를 환기해 온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특히 2002년 효순과 미선,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성실히 보도해 주신 것, 그리고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 이후 세상을 등진 분들과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 안에서 제 목소리를 토해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잘 대변해 주시길 응원드린다.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사태인 팬데믹에 의해 온 세계가 집에만 갇혀있는 초유의 사태가 넉달 간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도 아픔이 많았다. 대규모 전염병은 우리 사회의 가장 연약한 곳을 파고 들어 가장 먼저 생채기를 내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류 전체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난으로 핵 전쟁, 소행성 충돌, 그리고 팬데믹을 꼽아 왔다. 이번에 그 중 하나인 대규모 전염병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팬데믹은 20세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는 온 세계 시민들에게 자택 감금을 강요할 수는 없는 아날로그 사회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전세계가 온라인으로 삶을 영위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시민들이 29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이 29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그로 인해, 기저질환이 있으나 나가서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겐 하루하루가 위험한 곡예였다.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었고 자영업자들은 빈 상점을 지켜야만 했다. 설령 일자리가 있더라도, 차가 없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의 대규모 이동이 그 자체로 공포였다.

사적 공간의 크기는 자본의 크기. 원룸에서 사는 젊은이들에게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재난문자가 얼마나 끔찍한 요구였을까? 사적인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공적인 공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드라이브-스루(Drive Thru) 진단은 누리고 싶어도 누릴 수 없는 혜택이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선택을 받아 발전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기에, 온라인 쇼핑과 배달로 누리는 느리지만 변하지 않는 일상, 극장이나 공연장 대신 넷플릭스와 왓차플레이로 감내할 수 있는 감금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못했다.


원룸 젊은이들에게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재난문자가
얼마나 끔찍한 요구였을까
온라인 쇼핑과 배달, 극장이나 공연장 대신 넷플릭스와 왓차플레이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못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제품과 서비스, 양극화 해소에
과학기술은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현실 세계와 컴퓨터 안의 온라인 세계를 일치시키는, 즉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본다면, 이번 코로나19야말로 아직 오지 않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실현을 현실에서 5~10년 정도 앞당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당겨진 미래, 아톰세계와 비트세계가 일치된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현실 공간은 이제 제 역할을 잃고 한동안 갈 길을 못 찾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의 강세로 동네서점은 문을 닫고, 할인마트는 온라인 쇼핑몰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며, 은행을 찾는 사람도, 옷가게를 찾는 사람도, 백화점을 찾는 사람도 포스트 코로나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 할 것이다. 5G가 장착된 비트세계는 점점 가상 체험과 가상 만남까지 가능하도록 이끌면서, 건물들의 상가 공실률은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최근 몇 달간, 빠르게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은 대개 데이터와 인공지능 산업이다. 그들은 점점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저자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 기술이 몰아낼 일자리에 대한 피해 역시 고스란히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는 인간들의 몫이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화두는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민중의소리

마스크를 일상에서 항상 착용하는 시대로 가는 건 아닐까? 일상적 거리두기가 심리적 거리두기로 이어져, 타인을 바이러스의 잠재적 매개자로 대하는 경계 태도가 일상이 되어버리면,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질까봐 우려스럽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무덤덤하고, 차별과 혐오의 표정을 가린 사람들이 타인을 더 잔인하게 대하는 사회로의 이행은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하다. 이미 그 징후를 몇몇 사건에서 보지 않았던가?

온라인 일상을 구축하고 테크노피아를 지상에 축조하는 데에만 과학 기술이 봉사하지 않고, 인간의 얼굴을 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짐해본다. 공공의료나 복지정책 등 정부에 대한 기대는 과도해지면서도, 지독한 개인주의가 일상에서 정당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고민해본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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