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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고집한 ‘전문자문단’의 기억 : ‘강원랜드 수사외압’ 검사장들 면죄부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김철수 기자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전문수사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동시에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 사건 수사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수사심의위 제도의 무용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다만 이 부분은 심의 대상 사건에 대한 요건 등 제도 정비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 도입 과정에 관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도 이재용 사건과 같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건이 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문자문단이다. 이 전문자문단이라는 제도는 겉으로 보기엔 검찰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검찰총장이 이러한 민주적 절차를 가장해 수사에 관여할 수 있게끔 제도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전문자문단은 대상 사건 수사팀과 대검 소관 부서가 추천한 인사들 중 검찰총장이 선택해 위촉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수사팀이 추천한 인사를 총장이 위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래서인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거부했고, 대검 부장들도 외관상 추천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움직이는 대검 과장급이 전문자문단 추천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셈인데, 어떤 인물이 위촉될지, 그 결과가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이 전문자문단의 부적절한 선례를 이미 2년여 전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재’수사 과정에서 전문자문단은 수사외압 의혹을 받던 검사장 두 명을 기소하지 말라는 의견을 냈던 일이다. 검언유착 의혹과 강원랜드 사건 수사외압 의혹 모두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점, 검찰총장이 수사자문단 구성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문무일이 전문자문단을 수단으로 ‘말아먹었던’ 강원랜드 수사외압 진실 규명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최초 수사, 재수사, 재재수사를 거쳤음에도 각종 외압과 전문자문단의 제동 등 각종 부적절한 손때를 타면서 핵심 인물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끝나 버렸다.

이 사건의 출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강원랜드 감사팀이 “2013년 500여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데 따라 춘천지검은 이듬해 4월까지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인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팀장을 불구속 기소해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이 2013년 강원랜드 과장급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자격미달인 상태에서 최종 합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재수사 역시 외압 논란 속에서 석연찮게 마무리됐다.

수사외압 논란은 당시 수사팀에 있었던 안미현 검사(현 의정부지검 소속)의 폭로로 기정사실화됐다. 안 검사는 2018년 2월 “최종원 춘천지검장으로부터 갑자기 사건 종결을 지시받았다. 최 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뒤 다음날 바로 ‘불구속으로 처리하자’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재수사 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안 검사는 재수사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권 의원과 모 고검장, 최 전 사장 측근 사이에 많은 연락이 오간 정황이 확인됐다며 정치권과 검찰 수뇌부의 개입이 의심된다고 했다.

안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폭로 직후 문 총장이 서울동부지검에 별도 수사단을 꾸려 ‘재재’수사를 지시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수사 전권을 수사단장에 위임하고 수사 상황도 보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수사단이 과거 부실수사 과정을 추적하던 도중 김우현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현재 사직)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현 변호사)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해 두 사람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문 총장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취임 초기부터 수사 지휘나 조직 장악력 측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던 문 총장으로선 직속 참모인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김우현이 기소되면 그 책임을 오롯이 질 수밖에 없었다. 자칫 불명예스러운 말로를 맞을 위기에 처한 문 총장은 김우현에 대한 기소를 막는 데 사활을 걸어야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검찰총장.ⓒ정의철 기자

김우현의 경우 춘천지검이 권성동 의원 보좌관의 출석을 통보한 것을 두고 ‘내규에 따라 보고하지 않았다’며 수사팀을 질책하고, 작년 10월 국정감사 일정을 감안해 강원랜드 사건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시점을 늦추도록 한 것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가 드러났다. 최 전 지검장의 경우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이후 갑자기 사건을 조기 종결하도록 지시한 것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수사단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두 사람을 기소하기로 결정하고, 이 결정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받고자 문 총장에 비법률가도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문 총장은 이를 거부했다. 또한 문 총장은 권성동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고 난 뒤 문제의 ‘전문자문단’을 구성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이었다. 문 총장은 수사단의 반대에도 전문자문단 카드를 밀어붙였고, 전문자문단은 문제의 두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냈다.

당시 전문자문단 7명 중 5명은 문 총장이 위촉한 인물들이었다. 당초 수사단은 대검 측이 최초로 건넨 자문단 후보군들 대부분을 부적합하며 새 후보 5명을 추천했으나, 대검은 다시 이들 중 3명을 거부했다. 이견이 계속되자 수사단은 “대검이 알아서 하라”며 전문자문단 구성에서 손을 뗐었다. 결과가 문 총장의 의중대로 나온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전문자문단 7명 중 기소 의견을 낸 사람은 단 한 명이었는데, 그는 ‘약촌오거리’ 사건과 이리 3인조 강도사건 등 굵직한 재심 사건들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였다.

결국 수사단은 문제의 두 검사장을 기소하지 못했고, 같은 해 7월 권성동 의원을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하면서도 수사외압 관련 혐의를 배제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검찰 고위간부와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수사외압 사건의 실체는 묻혀버린 것이었다.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의원은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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