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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기억과 공간] 둔촌 주공, 기억의 재건축
재건축 전 둔촌1동(둔촌주공1, 2, 3, 4단지)의 모습
재건축 전 둔촌1동(둔촌주공1, 2, 3, 4단지)의 모습ⓒ사진 = 카카오맵

2018년 여름, 아파트 4개 단지 143개동에 5,930세대가 살던 서울 강동구 둔촌1동 전체가 사라졌습니다. 1980년 입주를 시작한 둔촌주공 1, 2, 3, 4단지는 행정구역 1개동 둔촌1동 전체를 차지하는 대규모 단지였습니다. 둔촌1동 전체 주민이 둔촌주공에 거주하는 입주민과 같은 셈인 것이지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통한 주택공급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수도권에서는 유효한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오래 전에 100%가 넘었지만, 서울은 2018년 통계를 보면 95.6%이기 때문에 아직 배가 고픈 상황입니다.

지난 2018년 봄, 이주가 완료된 둔촌주공을 찾았습니다. 2017년 재건축이 확정되고 그해 여름부터 이주가 시작돼, 이듬해 봄에는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 하반기엔 재건축을 위한 철거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3월, 이주를 마친 둔촌 주공 저층1단지의 모습
2018년 3월, 이주를 마친 둔촌 주공 저층1단지의 모습ⓒ사진 = 김명식

그리고 2020년 상반기, 다시 찾은 이곳은 그야말로 거대한 공사장이었습니다. 재건축을 둘러싼 행정적 난제, 철거 폐기물 처리, 일반분양가 산정 등 이주에서 입주 및 분양에 이르기까지, 소거된 입주민의 삶의 기억을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실감케 했습니다.

둔촌1동 재건축 사업은 손에 꼽힐 정도로 대규모 사업이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 전엔 입주민 이주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고, 공사 중에는 주변 이웃들이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분진·차량통행·소음 등을 감내해야 합니다. 공사 후에는 입주·분양과 관련한 복잡한 행정, 상승한 집값 등 금전 문제로 인해 꽤나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아직도 일반 분양가에 대한 시공사와 조합, 조합과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니,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 뻔합니다.

이런 점들을 차치하더라도 둔촌 1동 재건축 사업은 기존 도시 공간 구조에 미치는 영향과 충격이 일반 주거지에 비해 너무도 큽니다. 그러니 관련 문제들을 야기하지 않는 방향에서 재건축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택지 개발 시점에서부터 소규모 주거지 조성을 위한 획지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0년 6월,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기초 공사 중인 둔촌1동의 모습
2020년 6월,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기초 공사 중인 둔촌1동의 모습ⓒ사진 = 김명식

이제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라진 기억의 장소, 변해버린 기억의 공간, 생소한 기억의 원점에 관한 것들 말입니다. 5천세대가 넘는 거주지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굳이 이론가나 사상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둔촌주공과 함께 한 삶의 주인공들을 통해 그러한 충격과 안타까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생각, 사유 나아가 존재의 집은 언어라 했던가요. 현재 우리 시대 삶의 집은 ‘아파트’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언어를 통해 발전하는 사유나 존재의 방식과는 다르게, 짓고 철거하고 다시 짓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아파트에서 삶의 방식을 구조화하는 주거문화는 많은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입주민이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삶의 기억이 담기지 못하고, 언젠간 또 철거될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입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기록하고 촬영하고 만든 기록물들은 소중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런 노력은 기억담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인 ‘변두리의 역사화’로 이어집니다. 입주민의 지난 삶의 기억이 재건축으로 소거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탄생한 [안녕 둔촌주공1~4](이인규), 기억과 장소 애착을 주제로 쓴 석사학위 논문(임준하), 다큐멘터리 영화 ‘집의 시간들’이 그렇습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1,2권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1,2권ⓒ사진 = 마을에숨어

서른 해가 넘는 동안 유년, 청춘, 노년을 보내온 이들의 삶의 흔적을 담는 이유는,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행보와 함께 기억해야하는 것들이 있음을 방증해 주기 때문입니다. 둔촌주공의 모습과 주민들의 삶의 풍경, 입주민 개인의 인상과 삶, 둔촌축제, 바자회, 장기자랑 등은 사적인 것에서 공동의 것까지 공동체를 묶는 공감의 기억이 돼 기록됐습니다. 이는 주민들에게 기억의 화로가 될 것이고, 둘러 앉아 옛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유물이 되어 줄 것입니다. 삶의 고향이 남아 있었더라면 그로 족할텐데, 금전이 추동한 개발은 언제나 무형의 가치를 희생시켜 낭만을 교수대에 매답니다.

둔촌1동은 올해가 지나면 곧 12,032세대의 어마무시한 신도시급 대단지로 다시 태어납니다. 여기서 새롭게 펼쳐질 입주민의 삶이 30여년이 흐른 뒤에 또다시 철거되는 불행이 없기를 바랍니다. 기억화된 그들의 삶이 계속 보존되길 바라지만, 기대와 반대로 될 것이 뻔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는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요? 향후 주거 패러다임에서는 우리가 간직할 집에 대한 기억이 적어도 30년보다는 긴, 영국이나 독일처럼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명식 건축가·건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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