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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성차별에 서열차별까지… 차별을 당연시하는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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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여전히 성차별적 관념이 사회에 팽배한 것으로 보이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제한을 받는 등 여성의 인권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정폭력 및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0’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여성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이같이 설명했다. 물론 북한에서도 최근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하고 있다는 점과 통일연구원의 보고서도 걸러 볼 지점들이 있다는 점 등을 따져봐야 하지만, 여기선 미뤄두기로 하고, 이 글에서 ‘북한’이란 단어 대신 ‘한국개신교’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면. 오늘의 한국교회, 한국개신교의 현실이 된다.

하나님이 여성은
남성보다 하등하게 창조했다?

한국교회에서 여성 인권은 그야말로 바닥이다. 내리 딸 둘을 낳은 우리 어머니는 내 밑으로 남동생을 낳기까지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사셨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여성이란 이유로 죄인 취급을 하는 곳이 교회란 사실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개신교계 여성 인식 개선은 멀고도 멀어 보인다. 최근 가장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목사고시 면접 현장에서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남편도 목사인데, 왜 사모를 안 하고 목사를 하려고 하느냐”, “남편이 담임목사가 되면 남편도 교회도 사모 역할을 하라고 할텐데, 그땐 목사직을 포기할 것이냐”고 물어 논란이 됐다.

기장은 그나마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를 교단 헌법으로 허용하고, 교회 안에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단 헌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합신, 고신에서는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고 있다. 이들 교단은 여성에게 안수를 주는 것이 반성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목사안수 불허를 고집하는 길이 마치 신앙의 절개를 지키는 것인 양,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운다.

물론 이 교단들에는 여성 목사가 없다 보니, 총회의 중대한 사안에 의사 개진을 할 수 있는 총대권도 남성에게만 주어진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은 남성들이 할 테니 여성들에게는 순종하는 마음으로 따르라는 것.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기타

이처럼 여성을 하등하게 여기는 한국교회에서 여성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십상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교회 내 성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라 여겨질 정도로 사실상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는 참담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될 때가 많다. 더 비참한 건,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건재한 가해 목사들의 모습이다. 게다가 그들 곁에는 ‘음해 세력이 우리 목사님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끝까지 따르는 추종 교인들이 함께한다.

성평등에 앞장서야 할 지상파 방송사가 성차별 논란에 서는 것은 어떤가. 극동방송은 여성 목사의 설교 송출을 고의로 배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극동방송에서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큐티 나눔을 하고 있는 한 여성 목사는 평화나무를 통해 설교까지는 아니라 해도 큐티 나눔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큰 발전이라는 듯, “김장환 목사님께서 크게 마음을 비우셨다”고 했다.

극동방송은 여성 목사의 설교를 고의로 배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극동방송에서 여성 목사의 설교 방송이 송출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극동방송 안팎에서 여성 목사는 호칭도 불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너는 부목사고 나는 담임목사야”

교회 내 성차별만 존재할까. 남성 목사 사이에도 철저한 차별이 존재한다.

한 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는 한 부목사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특별 새벽기도에 청년들을 동원 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목사와 갈등을 빚다 해고당했다.

또 다른 부목사는 담임목사의 상습적인 표절 건을 지적하고 사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노회로부터 영구정직을 당하고,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참고로 담임목사는 6개월 강도권 정지 처분에 그쳤고, 여전히 교회 내에서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

부교역자들은 한순간에 해고를 당해도 퇴직금은 물론, 이들을 보호해 줄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세상도 교회도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많은 목사가 부목사를 담임목사의 아바타 정도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 꽤 합리적,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져 있던 목사마저도 평화나무와 인터뷰에서 “담임목사의 문제를 지적한 부목사는 교회를 나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부목사는 담임목사의 직을 수행하는 사람이며, 그것이 교회법의 원리며 목회윤리”라고 주장했다. 또 “그래서 교단 헌법에도 담임목사는 (70세 정년이 보장된) 위임목사로, 부목사는 (1년) 임시직인 것”이라고 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었다. 담임목사가 아무리 큰 잘못을 한들 ‘바다를 먹물 삼고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은혜’로 덮어주면서 그 잘못을 지적한 부목사는 밟아버리는 것이‘목회윤리’이고, ‘권위’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 주장하고 있다.ⓒ뉴시스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한 중형교회에서 부목사의 꿈은 담임목사가 되는 것이었고, 20대에 잠시 섬겼던 개척교회 목사님의 꿈은 대형교회 목사가 되는 것이었는데,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나는 그들의 소박하고도 세상적인 꿈의 이유를 한편으론 이해하게 됐다.

차별하느라 잃어버린 사랑

교회 내 차별 얘기는 사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헌금을 많이 내는 교인과 적게 내는 교인, 학벌이 좋은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교인과 그렇지 않은 교인에게 차별하는 일은 많은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헌금 액수를 공공연히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고, 좋은 학교 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간 교인을 목사가 설교시간에 언급하면서 마치 그것이 신앙의 척도인양 추어올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흔하다.

수년 전 집 앞 골목에서 만난 폐지 줍는 노인과 나눈 대화도 잊히질 않는다. 나는 어버이날 아침에도 폐지를 줍고 있던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할아버지 외로우시면 같이 교회 가실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미 동네 대형교회에 3년이나 출석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아는 척해주는 사람이 없어 이젠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3년 내도록 볼품없어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교회는 당시 내가 출석하던 교회였다. 지역과 국가를 넘어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자고 구호처럼 외치는 교회의 현주소였다. 나 역시 죄송함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원수마저 사랑하고, 약자의 편에 섰던 예수 정신을 잃은 한국교회는 태생의 이유마저 망각한 듯하다.

그런 교회가 이번에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일은 교회가 무너지는 일이라며 사생결단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13년이나 미뤄온 차별금지법 제정이 보수교회들의 반발에 또다시 좌절될지도 모를 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동성애가 창궐하고, 목사들이 강단에서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교회가 무너진다는 극단적 논리는 얼마나 신앙 없음을 자인하는 일인가. 하나님이 그리도 힘없는 분이신가. 사랑보다 혐오의 힘이 더 막강한가.

성별, 인종, 민족, 학벌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아버지’라 불리길 원하시는 하나님. 원수까지도 사랑했던 예수의 정신은, 중세 가톨릭에 의해 비극을 맞았고, 한국개신교에 의해 그 비극은 재연되고 있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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