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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한의학의 눈으로 바라본 난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는 2017년 20만 8704명, 2019년 23만 80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난임’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1년동안 했음에도 임신하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 때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평균 일주일 기준 2~3번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1년 정도 꾸준히 시도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부부가 함께 난임 검사를 받아보길 권합니다.

난임의 원인은 통계상으로 여성 요인 40%, 남성 요인 40%입니다. 여성의 경우 난자가 제때에 배란이 잘 되는지, 배란의 통로인 나팔관이 막히지 않고 잘 뚫려있는지, 자궁은 건강한지를 봐야 합니다. 남성은 정자가 건강하고 성기능에 문제가 없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구조적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데, 임신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는 난임은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궁근종이 있어 임신이 어려운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난임은 단계적인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란유도제 투여법을 쓰거나 인공 수정 시술을 한 뒤, 이후엔 시험관 시술(체외 수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저출산문제해결,난임치료를 위한 바우처정책 예산 도입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한 참가자가 아이와 함께 손피켓을 들고 난임지원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2018.11.21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저출산문제해결,난임치료를 위한 바우처정책 예산 도입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한 참가자가 아이와 함께 손피켓을 들고 난임지원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2018.11.21ⓒ사진 = 뉴스1

한의학 치료는 ‘원인불명의 난임’뿐 아니라 단계적 시술을 고려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019년 동국대 한방병원에서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받은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4번의 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치료를 진행한 결과, 7번의 월경주기 동안 13명이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14.4%의 성공률에 달하는 것으로, 인공수정의 임신 성공률인 13.91%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자식을 구하는 법을 ‘구사(求嗣)’라 하는데, 이를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얻으려면 먼저 월경을 고르게 해야 한다. 자식이 없는 부인을 보면 월경이 빠르거나 늦고, 양이 많거나 적으며, 월경 바로 전이나 후에 통증이 있고, 색이 자줏빛이거나 검고, 묽거나 덩어리져서 고르지 못하다.”

이렇게 여성의 ‘구사’에 있어서는 월경을 1차적으로 봅니다. 반면 남성은 정(精)을 중요시합니다. 정을 기르지 못하는 원인이 정신(神)을 다스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욕망을 줄이고 몸을 기를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선생님, 저는 자궁이 찬가요?’ 입니다. ‘여성들은 항상 자궁을 따뜻히 해야 한다, 자궁이 차가우면 임신이 잘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물론 이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자궁이 차갑다’라는 것은 실제 자궁의 온도가 낮다는 게 아니라, 마치 차가워 굳어버린 것 같이 되면 나타나는 일련의 증상들을 말합니다. 마른 체형의 연약한 여성이 생리 주기도 불규칙하고, 생리양도 적고, 생리통도 심하며 생리혈이 검을 때 자궁이 차갑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자궁은 씨앗을 싹틔우는 토양과 같아, 차갑고 영양분이 적으면 싹을 틔우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서 무조건 자궁이 차가운 것은 아닙니다. 가끔 ‘너무 습해서, 너무 열이 많아서’ 임신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식물에 생육에 비유하자면, 과습이나 높은 온도로 인해 모종이 죽어버리는 경우 입니다. 요즘은 이 경우가 자궁이 차가운 경우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난임 환자분들이 다이어트, 붓기·염증 제거 목적으로 치료를 받다가 기대치 않던 임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이어트 자료사진
다이어트 자료사진ⓒ사진 = TeroVesalainen, fixabay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역시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가 ‘기가 막히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로 인해 자궁으로 가는 혈류가 원만치 않아 임신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어혈(瘀血)이라 표현하는데, 어혈이 심하면 자궁에 구조적 이상이 없이도 통증이 심한 원발성 생리통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 생리혈도 검붉은 덩어리 양상을 띕니다.

한의학 난임치료가 무조건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거나 자궁내막을 두텁게 만들어주는 원리로 접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비만하고 과습한 경우라면 다이어트와 붓기 배출을 통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스트레스로 원활한 순환이 어려운 경우라면 막힌 부위를 뚫어줘야 합니다. 정말 몸이 차가운 경우라면 따뜻하게 만들어줘야 겠죠.

그래서 난임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 만들기’입니다. 건강하게 먹고, 적당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잠도 잘 자야 합니다. 한약 치료도 난임 시술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은 여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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