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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산업안전보건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산업재해로 꽤 심한 장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한 분이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사업주는 자신은 평소 산업안전보건교육을 꼬박꼬박 열심히 진행했으며, 다친 이주노동자 역시 그 교육을 모두 들었음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사업주는 매월 2시간 이상 정기교육을 진행했다며 교육일지와 교육내용을 제출했는데, 모두 한국어로 된 자료였다. 과연 그 이주노동자는 이 내용을 모두 이해했을까. 게다가 교육 내용은 대장암, 음주, 지방간, 쯔쯔가무시병 등에 관한 것으로, 해당 일터에서의 구체적인 작업내용과 작업시 주의할 점에 대한 것은 전무하다시피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 정기교육에서 다루어져야 할 교육내용은 △산업안전 및 사고 예방에 관한 사항, △산업보건 및 직업병 예방에 관한 사항, △건강증진 및 질병 예방에 관한 사항, △유해ㆍ위험 작업환경 관리에 관한 사항, △산업안전보건법령 및 일반관리에 관한 사항, △직무스트레스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사항,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에 관한 사항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교육내용은 위 사례처럼 내용이 매우 편중되어 있고,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가 사내 인력인 경우도 많다.

산업안전보건교육(자료사진). 해당 사진과 본 기고글 내용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산업안전보건교육(자료사진). 해당 사진과 본 기고글 내용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사진 제공 = 울주군청

최근 부산교육청에서는 조리사, 조리원의 안전교육을 진행할 강사로 영양사를 선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6조제3항제4호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을 사업장 내 강사로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고용노동부 고시인 안전보건교육규정에서는 “교육대상 작업에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사업주가 강사로서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강사 기준에 부합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양사가 조리사, 조리원의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교육 가이드북」(2017)에서는 “다수의 직군, 직종으로 구분된 대기업의 경우에는 직종, 직군별로 나누어 교육을 실시하거나, 안전부서의 전문가 또는 전문강사를 통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회시하고 있지만 권장사항일 뿐이다. 현장에서는 해당 직무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데도 같은 현장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판단해 강사로 선정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위 가이드북에서 “사내강사를 활용하여 교육을 진행할 경우 강사도 포함해서 교육실시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고 있어, 사내 강사들이 교육을 받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 또한 가능해지게 되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7조엔 교육 면제 대상이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사내 강사들이 교육을 면제 받게 하려면 시행규칙에 따라 제한하는 것이 맞다.

산업안전보건교육 가이드북(2017)
산업안전보건교육 가이드북(2017)ⓒ사진 출처 = 고용노동부

법에 산업안전보건교육의 내용, 방법, 강사가 정해져 있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현장 노동자들에게 교육은 ‘한 달에 한 번 종이에 사인하는 퍼포먼스’에 불과할 것이다. 또 사업주들에겐 사고가 났을 때 정기교육을 꾸준히 했음에도 노동자가 부주의해 사고가 났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입증자료를 미리 만들어 두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어떠한 대처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필요한 것들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유선경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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