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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수많은 이들의 삶을 바꾼 바로 그 ‘광주 비디오’, 영화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스틸컷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데 스크린에 낡은 TV가 있고, 그곳엔 광주 진압군에게 가격당하는 광주 시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TV 위에 쓰인 메시지 ‘당신이 목격자다.’ 낡은 티비의 브라운관은 마치 ‘당신도 목격자’라며 나를 응시하는 듯했다.

‘광주항쟁’을 떠올리면 나의 기억은 1988년으로 향한다. 올림픽이 열린 그해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해 광주항쟁과 5공 정권의 비리를 다뤘던 ‘5공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그 시절 책과 영상으로 광주항쟁을 알게 됐고, 지금 되돌아보면 처절한 주검으로 변한 광주 민중의 모습과 청문회에서 뻔뻔하게 답변하던 전두환 씨와 그 시절 같은 반이던 그의 막내아들이 쉬는 시간 내내 엎드려 있던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그때의 인상은 이후로도 깊게 남아 대학에 간 이후 나를 거리로 이끌었고, 오늘날까지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조훈 감독의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은 그러한 ‘광주 비디오’와 이를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주 출신의 이조훈 감독은 어린 시절 광주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목격했고, 진실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당시 ‘광주 비디오’를 보게되면서 부터라고 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광주 비디오’를 처음 접하게 됐다. 그리고 그 날,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비디오에는 ‘광주항쟁’이 일어나게 된 이유와 수많은 시민들의 용기 있는 저항, 그리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시민군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나는 ‘광주비디오’를 통해 이제껏 제대로 알지 못했던 ‘광주정신’을 알게 된 것이다.”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스틸컷

그리고, 사딥대 중반을 넘은 지금 그가 ‘광주 비디오’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아직도 ‘광주’에 대한 진실은 다 밝혀지지 않았다. 학살의 주범과 사살명령자는 공식적으로 처벌받지 않았고, 보수주의자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광주정신’을 폄훼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나는 ‘광주정신’을 일깨워준 ‘광주비디오’의 탄생과 유통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광주항쟁을 알리기 위해 당시 시민들이 직접 ‘영상물’을 만들고, 80년대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VCR(비디오 카세트 레코더)을 통해 전국에 전파한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인 사례를 처음으로 스크린에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카다. 1980년대 광주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 유통된 항쟁 당시의 영상 기록물 이른바 ‘광주비디오’의 탄생 과정을 담은 첫 영화다.

그 시절 광주항쟁의 진실을 담은 이른바 ‘광주 비디오’는 고등학생이던 나까지 접할 정도로 수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 독재정권은 광주의 진실을 가렸지만, 진실을 목격하고 기록한 사진과 영상은 마치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진실을 증언이라도 하듯 진실이 전해졌다. 성서 누가복음에서 예수는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하고 말했다. 돌들이 소리 지르듯 광주를 담은 비디오는 세상을 향해 끊임 없이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1980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땅 민주화의 흐름을 이끌어간 물결이 됐다.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
영화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스틸컷

‘광주비디오:사라진 4시간’은 또한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현재적 의미로서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영화는 여러 정황을 수집해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발포를 한 4시간여의 기록이 담긴 비디오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라진 4시간, 사라진 기록과 함께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에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지만 2019년 군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5•18 자료 목록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채 모두가 “없다”라고 말하는, 굳건히 은폐된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의 기록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조훈 감독은 지난 1일 열린 영화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주비디오:사라진 4시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시민이 정치적 주체로 나서면서 스스로 자유와 민주를 추구했던 역사적인 현장 기록을 외신이 남기고, 교민과 시민들이 영상을 재편집, 제작하고 유통 헸던 흐름이다. 이것이 현재의 촛불시위 등 시민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민주주의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안에서 40년이 지났지만 해결되지 않은 상황임을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을 통해 강조했다. 포스터 속 카피 “당신이 목격자다”처럼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 시민, 계엄군들까지 모두 목격자였다. 5•18 40주년을 맞이해 사라진 4시간을 증거로써 찾아내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는데 역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기를 바라며 영화를 만들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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