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여성이 만난 하나님] 남성 중심적 교회의 불편한 진실

기독인문학연구원의 강호숙 박사께서 매달 한번씩 칼럼 ‘여성이 만난 하나님’을 연재합니다. 칼럼 ‘여성이 만난 하나님’은 가부장적인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여성의 하나님을 증언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 시대가 교회에 던지는 질문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 진입하면서 상실과 불확실성,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변화와 문화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치전복과 본질에 대한 물음은 문명의 혜택 속에서 허둥지둥 살아온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전에는 소비자본주의와 대기업화, 산업화와 문명의 발달과 같은 요소들이 대세였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선진국과 후진국, 사장과 일용직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생태학(holistic ecology)의 중요성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종교의 역할에 대한 물음이 자동으로 소환된다. 원래 종교란 인간의 존엄과 자연세계, 그리고 삶의 실존적인 고뇌와 물음 앞에 위로와 사랑, 평화와 희망이라는 가치 전복적인 답을 찾아주는 곳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보수기독교와 일부 대형교회는 코로나19 시기에서도 인간의 생명의 존엄과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성찰과 물음보다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대해 오히려 “종교탄압”이라고 맞서면서, 우리사회에 수많은 차별과 혐오, 분열과 질시를 유발시켜 ‘개독’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여성주의 영성

‘비대면’과 온라인 예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며, 시대변화가 가져오는 뉴노멀(New Normal)의 상황에서, 교회는 여전히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교리, 그리고 남성중심의 전통만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facebook)에서 “코로나 시대에 ‘권력을 가진 남자들’에 의해 ㆍKBS 개그콘서트가 종방한 것처럼, ‘권력을 가진 남자목사들’에 의해 교회는 복음의 매력을 잃어 패망할 것이다”라는 어느 남성 목사의 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남성중심의 교회는 복음의 매력을 잃어 젊은 세대와 다음 세대를 잃을 것이며, 성 착취와 위계에 의한 성폭력, 성소수자와 이혼, 저 출생과 낙태, 가정폭력과 간통 등 수많은 젠더이슈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며, 기후와 환경, 남북 평화와 통일, 정의와 차별의 문제, 세계평화에 기여하지 못함으로 역사 속에서 도태될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소성당 천장에 그린 벽화 천지창조 중에서 아담의 창조 부분. 사진 오른쪽에서 아담에게 손을 내미는 하니님의 모습이 수염을 기른 남성의 형상으로 묘사돼 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소성당 천장에 그린 벽화 천지창조 중에서 아담의 창조 부분. 사진 오른쪽에서 아담에게 손을 내미는 하니님의 모습이 수염을 기른 남성의 형상으로 묘사돼 있다.ⓒ기타

생태신학자인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는 성과 문화, 이데올로기와 종교로서 자신의 주체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이원론적이며 남성 중심적이고 소비주의적인 현대문화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신비에 기초한 영성, 창조신학의 복원, 여성주의적인 성령론의 재발견이라는 신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여성 성직을 금지하는 총신대학교에서 교회여성리더십을 전공한 여성신학자로서, 보프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성주의 영성이 교회 안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신앙으로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통전적인 영성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적 교회의 불편한 진실

얼마 전, 극동방송이 여성에게 목사 호칭을 불허하고 여성 목사의 설교를 금지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한다는 선교방송이 이렇게 성차별적일 수 있을까? 이 뿐만이 아니다. 기독교 보수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았던 전광훈 씨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심지어 여성을 ‘사탄화’ 하는 발언을 많이 한 목사로 악명 높다. 전 씨는 “여자의 말 중의 반은 사탄의 말이다”, “남편과 교회에 순종 안하면 사탄이다”라는 설교를 거침없이 해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전광훈 씨만 그럴까? 최근에 총신대학교 몇 몇 신학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영계”, “창녀 같다”, “여성의 성기는 잘 만들어졌다” 등의 성희롱 발언으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 사진 제일 오른쪽이 강호숙 박사.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 사진 제일 오른쪽이 강호숙 박사.ⓒ기타

왜 보수기독교는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며, 비하하고 희롱하며 심지어 사탄화 하는 것일까? 이는 이천 여년의 역사가운데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가부장적 성경해석과 신학담론의 헤게모니를 주도해 온 것과 관련이 있다. 남성 중심의 교회는 남성성을 지나치게 특권화하면서, 복음의 보편성과 전복성, 평등성과 인격성이라는 기독교적 가치와 본질을 놓쳐버렸다.

강자 독식, 성공주의에 매몰된 남성 중심의 교회는 겉으로는 ‘하나님’, ‘십자가’, ‘고난’, ‘성경’을 들이대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큰 교회 담임목사가 되려고 수십 통의 이력서를 내거나 심지어는 학력을 위조하기도 하며,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려고 혈안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인권과 남녀평등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성안수 반대’를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보수교단(합동, 합신, 고신교단)은 2015년에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릴 땐 침묵하다가, 2019년에 ‘낙태죄 위헌’ 판결에 대해선 반기를 들면서 여성에게 ‘낙태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성경을 남성의 입맛대로 이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목사의 권위를 남용하여 여성교인들과 십대소녀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하나님이 심판하신다.”, “교회를 위해 침묵하자”, “목사를 음해한다.” 등의 핑계와 음모론을 내세워 개 교회, 노회, 총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가부장적 교회는 “여자는 잠잠 하라”, “전도하려면 애를 낳아라”, “혼전순결”이라는 여성 억압적인 설교와 교육으로 여성들이 남성 목회자에게 정신적, 신앙적으로 종속되도록 만들고 있음이다. 현재 성차별적 담론과 성적 메커니즘(sexual mechanism)이 강화된 남성중심의 교단과 교회일수록 성적 사각지대로 전락하기 쉽고, 그 속에서 여성들은 아무런 보호와 신원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남성 목사를 유혹한 ‘꽃뱀’이나 ‘이단’으로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교회에 여성의 성경읽기가 필요하다!

신분 사회와 유교적 가부장제가 팽배했던 구한말 기독교가 전래될 때만 해도 남녀평등과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 복음과 사상은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며 시대를 선도해 나갔다. 그 가운데서도 구원과 자유의 기쁨을 맛본 전도부인들은 핍박과 고통, 멸시와 차별을 견뎌내면서 교회부흥의 초석을 놓은 공로자들이었다.

하지만 해방 후, 한국교회는 전도부인들을 내몰아 남성권력 중심의 교회조직을 공고히 하였다. 아울러 남성중심의 성경해석은 성경에 나타난 여성인물의 주체적이며 독보적인 특별계시를 ‘아들 낳는 존재’와 '현모양처'와 같은 일반계시의 수준으로 깎아내렸고, 성경의 남성인물을 훼손하지 않으려 오히려 여성을 '음탕한 여인', '창녀' 등의 레이블링(labeling)을 함으로써 여성혐오의 불씨를 지펴왔던 것이다. 이로써 작금의 교회는 하나님이 여성을 지으신 뜻과 목적에 관심이 없으며, 인권과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의 입장과 문제제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여성의 성경해석과 여성이 경험한 하나님을 배제시키게 되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뉴시스

하지만 ‘비대면 일상’으로 전환해야 하는 코로나시기에서는 각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적 거리를 확보해야 나와 너, 그리고 우리사회와 세계가 안전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인간 각자가 확보해야 할 공간은 ‘인간됨’을 인정해주는 공간이다. 해서 정부가 교회의 정규예배 이외 각종 모임(식당, 성경공부, 소모임, 찬양연습 등)을 금지하라는 방역수칙을 지시한 것에서, 교회가 지금까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과 여성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고 단지 노동력만 이용했던 가부장적인 교회문화가 변화되어야 할 기로에 서 있다는 신호로서 읽힌다.

코로나19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존귀한 존재로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세계와 평화로이 공존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남성과 여성은 살아있는 신비다. 여성을 알지 못하면 인간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결국 여성을 만드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남녀로 이뤄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에 따라 구원의 소망을 갖고 살아가야 할 동반자다. 여성이 없으면 남성도 없다. 교회에서 여성의 하나님을 말하려면, 여성도 ‘주체’가 되어 성경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여성의 입장과 통찰이 무엇인지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잃어버린 남성다움’을 찾는 일이며 남녀모두 인간성 회복의 지평으로 나아가게 하는 ‘또 다른 관점’이요, 자유와 평등, 정의와 사랑, 조화와 평화를 위한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