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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줄이기는커녕 고용불안 계약직 양산하는 노원구
노원구청
노원구청ⓒ민중의소리

“정부의 권고대로 고령친화직종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라”는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노조와 갈등하고 있는 노원구청·노원서비스공단이 앞으로도 주차·미화 등 고령친화직종을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는 거꾸로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계약직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노원구서비스공단 소속 미화·주차·안내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와 서울일반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기정 분회장과 김형수 위원장은 고령친화직종 정년연장 및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지난 15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최근 10명, 60세로 정년퇴직
빈자리는 60~70세 계약직으로 채워져
“향후 3년, 30명 조합원 퇴직해”

16일 노원구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 권고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 과정에서 고령친화직 정년연장을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에선 단순 업무에 대해선 정년을 연장하지 말고 파트타임 등으로 하라는 권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원구와 공단은) 복지부 권고를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화·주차 등이 고령친화직종으로 불리긴 하지만, 60세가 넘는 노동자가 소화하기엔 일이 힘들어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해소하고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하면서 청소·경비 등 고령친화직종의 경우 상당수가 60세 이상인 점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년을 65세로 설정할 것을 적극 권고한 바 있다. 고령친화직종은 그동안 정규직이 아닌 정년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단기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통 60세로 정년이 정해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더 큰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인접한 공단인 도봉구시설관리공단과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중랑구시설관리공단 등은 모두 고령친화직종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했다.

그런데 유독 노원구만 예산과 반대 의견 등을 이유로 정년 65세 연장 요구를 받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2017~2018년 사이에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이후 신규 채용된 고령친화직종 노동자들이 정년이 되어 퇴직하자, 그 자리를 단기 계약직으로 채우고 있어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는 거꾸로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계약직을 더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에 따르면, 고령친화직 정년이 연장 안 되면서 올해 6월까지 이미 7명의 조합원이 퇴직했고 향후 3년 동안 약 30여 명의 퇴직자가 발생한다. 노원구청 관계자도 “최근 10명이 (정년)퇴직했고, 그 자리에 계약직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는 지난 15일 노원구청 앞에서 오승록 구청장 및 노원구서비스공단 3차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고열친화직군 정년 연장,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노조파괴공작 처벌 등을 촉구했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는 지난 15일 노원구청 앞에서 오승록 구청장 및 노원구서비스공단 3차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고열친화직군 정년 연장,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노조파괴공작 처벌 등을 촉구했다.ⓒ민중의소리

박문순 서울일반노조 법규정책국장은 “이 문제가 보건복지부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라며 “처음 들어보는 말이고, (공단과 구청에서) 계속해서 (정년연장을 막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고 이것저것 찾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정년 때문에 퇴직했다”라며 “그런데 그 자리에 시니어일자리라고 64세 되는 분을 9개월 계약직으로 앉혔다. 시니어로 채용된 분들도 일일 8시간 주40시간 일한다. 파트타임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구청장이 “157명의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 한해 1인당 1270만원씩 총 20억 원의 구민 세금이 추가로 발생해 재정자립도가 꼴찌인 노원구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구민들에게 보낸 바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정년연장 요구가 무리하다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선동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내 고령친화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는 157명이 아니라 50명 수준이며, 예산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편성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정년연장은 고령친화직종에 종사하는 50여 명에 대한 요구였는데, 지난달 30일 면담 때 보니 구청장이 이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15일 노원구청 앞에서 열린 노조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소속 주희준 구의원은 “며칠 전 2019년도 결산이 끝났는데, 노원구의 순 잉여금이 1042억 원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1042억 원이 남았는데, 20억 원이 없어서 (정년연장) 못한다는 건 웃기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 의원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원구청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연장 등과 관련해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그렇다. 공론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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