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반값폰의 비밀…요금명세서 뜯어보니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 모습. 2019.05.12.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 모습. 2019.05.12.ⓒ뉴시스

# A 씨는 갤럭시 S20+를 48개월 할부로 샀다. 휴대폰을 2년 쓰고 반납하면, 남은 2년에 대한 할부금을 전부 면제해준다. 출고가는 135만3천원이지만, 실제 할부로 내는 돈은 67만6,500원인 셈이다. 여기에 8만원 요금제를 쓰면 매월 2만원을 할인받는다. 단말기 반값에 2년간 받는 요금할인 48만원까지 계산하니, 최신폰을 20만원에 사게 됐다. 한 달 납부금액이 10만원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A 씨 머리에는 ‘싸게 샀다’는 생각만 남았다.

# B 씨는 같은 모델을 24개월 할부로 샀다. 할부수수료까지 더한 단말기 할부금은 한 달에 대략 6만원이다. 요금제를 25% 할인하는 선택약정으로 8만원 요금제를 6만원에 쓴다. 월 요금은 총 12만원 수준이다.

자신이 휴대폰을 얼마에 구매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제 할인이 뒤섞인 탓이다. 언뜻 A 씨는 B 씨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새 폰을 장만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 모두 공식 출고가대로 단말기를 샀다.

중고폰 반납하면 출고가 반값 보상?…조건·비용 덕지덕지

소비자 상당수는 휴대폰을 대단히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착각한다. 불법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소수의 일부 매장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대리점·판매점에서 사더라도 자신이 최신 스마트폰을 20만원대에 샀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리점·판매점이 불법보조금 20만원만 얹어주면 공짜폰이 된다.

A 씨는 단말기 반납 프로그램에 가입했을 뿐 불법보조금은 받지 못했다. 이통3사는 모두 단말기 반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클럽(SK텔레콤)·슈퍼체인지(KT)·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LG유플러스) 등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단말기를 개통하고 24개월 후에 반납하면 출고가 절반을 보상한다. 24개월 이후 반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금이 줄어든다.

KT 갤럭시S20 슈퍼체인지.
KT 갤럭시S20 슈퍼체인지.ⓒKT 홈페이지

이통사 단말기 반납 프로그램은 부가서비스다. 한 달에 8천원 정도의 비용이 붙는다. 2년간 내는 부가서비스 비용은 약 19만원이다. 이 비용을 고려하면, B 씨가 중고폰을 팔아서 버는 돈은 반값인 67만원이 아니라, 48만원이다.

A 씨가 48만원이라도 챙기려면 몇 가지 조건을 더 충족해야 한다. 단말기 반납 프로그램은 기기변경을 조건으로 한다. 이통사를 바꾸면 중고폰 가격 보장은 없던 일이 된다. 소비자가 직접 중고폰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간 지불한 부가서비스 비용도 반환하지 않는다. A 씨는 이통사가 가입자를 다른 이통사에 빼앗기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기종도 차기 갤럭시S·노트 시리즈로 제한된다. 삼성전자가 아닌 아이폰이나 LG전자 등 다른 제조사 제품으로 갈아타면 보상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 중저가 모델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통사를 유지하고 중고폰을 팔아도 반값을 장담할 수 없다. 이통사가 보장하는 가격은 ‘최대’ 50%다. 단말기 상태에 따라 보상금이 차감된다. 전원·키패드·벨소리 등 기본적인 기능 작동 여부뿐 아니라 액정과 외관 상태도 평가 대상이다. 평가 결과 기준에 미달하면 값이 떨어지거나, 아예 반납이 불가하다.

단말기 반납 프로그램에 가입한 대다수 소비자는 휴대폰 분실·고장을 우려해 이통사가 운영하는 보험에 든다. 2년 뒤 멀쩡한 상태로 단말기를 반납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최대 7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은 월 요금이 2,400원이다.

A 씨는 자신이 반값에 샀다고 하지만, 반납을 전제로 보상하는 만큼 할인이라기보다는 조건부 중고폰 매입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

KT 갤럭시S20 슈퍼체인지 중고폰 평가 항목.
KT 갤럭시S20 슈퍼체인지 중고폰 평가 항목.ⓒKT 홈페이지

요금명세서 뜯어보니 드러나는 착각…휴대폰 얼마에 샀는지 모르는 게 진짜 ‘호갱’

소비자는 휴대폰을 살 때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할인 두 가지 지원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총 할인금액이 큰 쪽을 고르면 된다.

단말기 지원금은 말 그대로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는 형태로, 공시지원금이라고도 한다. 갤럭시 S20+를 사고 8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은 42만원 나온다. 공시지원금을 받으면, 요금할인 지원은 받지 못한다. 선택약정으로 불리는 요금할인은 24개월 약정 시 매월 요금제의 25%를 할인한다. 8만원 요금제로 2년간 받는 지원금은 48만원이다.

일부 소비자는 선택약정을 적용해도 단말기 가격이 더 낮아진다고 받아들인다. A 씨도 선택약정을 단말기 할인으로 인식했다. 선택약정은 단말기가 아닌 요금제에 대한 할인이다. 소비자는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제가 합산된 명세서대로 비용을 납부해, 어느 항목에 대한 할인인지는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선택약정을 받고 휴대폰을 싸게 샀다는 한 A 씨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반값 할인과 선택약정으로 휴대폰을 20만원에 샀다는 착각은 요금명세서를 보면 명확해진다. A 씨의 요금명세서에는 ‘요금제(8만원)+단말기 할부금(3만원)+단말기 반납 부가서비스 비용(8천원)+보험(2,400원)-선택약정(2만원)’이 찍힌다. A 씨 한 달 요금은 약 10만원이다. 8만원 요금제를 유지하고, 중고폰을 반값에 팔아 남은 할부를 털어낸다는 가정하에 2년간 240만원을 낸다.

B 씨와 비교해보면 A 씨 착각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B 씨 월 요금은 ‘단말기 할부(6만원)+요금제(8만원)-선택약정(2만원)’으로 약 12만원이다. 2년간 총 납부금액은 288만원이다. A 씨보다 48만원을 더 낸다. 딱 A 씨 중고폰 가치만큼 차이 난다. B 씨가 나중에 중고폰을 개인적으로 팔아서 받은 돈만큼 두 사람 격차는 줄어든다. 게다가 A 씨는 다음 휴대폰을 살 때 이통사를 옮길 수 없고, 모델 선택폭도 한정된다.

KT에서 슈퍼플랜요금제에 가입해 갤럭시S20+를 구입할 경우 한 달 납부금액.
KT에서 슈퍼플랜요금제에 가입해 갤럭시S20+를 구입할 경우 한 달 납부금액.ⓒ스마트초이스

단말기 반납 프로그램으로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를 딱 잘라 ‘호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추가 비용과 제약이 따르지만, 중고폰값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구매 조건을 명확하게 이해했는지 여부다. 단말기를 싸게 사려면 선택약정을 포기하고 공시지원금을 받아야 한다. 불법보조금을 많이 주는 판매업자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불법보조금을 받지 않았다면, 단말기 가격을 다 주고 산 거다. 자신이 휴대폰을 얼마에 샀는지 모르는 게 ‘호갱’이다.

조한무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