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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의 마음산책] 취직하고도 원룸 떠돌이, 저는 낙오자일까요?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어렵게 직장을 구해 자취를 하고 있는 곧 서른 살이 되는 여성입니다. 연봉이 많지는 않지만 영업관리지원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 때 1년 휴학을 했고,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못 해 정작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아 생활한 건 5년이 되지 않습니다. 집이 멀어 직장 근처 아주 작은 월세방을 구해 자취를 하면서 그동안 2천만 원 정도의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거의 다 갚고 살면서 허리띠를 졸라맸고, 덕분에 이제 조금씩 저축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간 서울에서 자취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 아끼려 직장 근처에 집을 얻다 보니 방값이 비싸 아주 조그만 원룸에서 지냈는데요. 너무 작고 답답해서 틈만 나면 집보다는 밖으로 나가려는 습관이 생기네요. 물가는 또 왜 그리 비싼지 막상 내가 벌어 살아보니 부모님들이 어찌 우리를 키우셨나 싶네요. 그래도 그 와중에 업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박봉으로 생활하면서 빚 갚느라 힘들었지만 독립할 꿈에 열심히 살았습니다.

대학가에 전세 대신 월세, 하숙을 알리는 전단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자료사진)
대학가에 전세 대신 월세, 하숙을 알리는 전단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자료사진)ⓒ뉴시스

그런데 요즘 계약이 끝나 방을 얻으려고 알아보다 비싼 집값에 너무 맥이 빠지네요. 지금은 집을 사는 게 아니라 빌려 쓰는 거니 전세 대출이나 청년 지원 등으로 방 하나야 어찌어찌 얻어 보겠지만 너무 빤한 저축액을 생각하면 조그만 원룸이 아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에서 이사 다니지 않고 안정되게 사는 게 가능할까 하는 회의감이 드네요. 계산해보면 집값이나 월급 수준이 이대로라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회사에서 인원 감축 얘기도 나오고 있어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치솟는 방값을 보니 더 절망스러워집니다.

야망, 꿈… 청년들의 특권이라지만 ‘흙수저’ 출신인 저 같은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그런 생각이 더 분명해지네요. 그러다 보니 미래를 떠올리면 괜히 짜증이 나고 금수저들이 꼴 보기 싫어집니다. 입시 때문에 심신이 시달리고, 직장 구하느라 헉헉거리다 막상 어렵게 구한 직장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그러고 보니 사춘기부터 서른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한시도 마음 편할 날 없었네요. 안정된 삶이란 게 신기루 같이 느껴집니다.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것조차
경쟁에서 뒤처지면 가질 수 없는 게 과연 당연할까요?

열심히 사는데 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맥이 빠질까요. 요즘 가히 미친 수준으로 상승하는 집값은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기 충분합니다. 시급 몇 푼을 올리는 것도 어려운데 그나마의 일자리도 코로나 이후 위태로우니 불안은 커지고… 일 끝내고 돌아가 쉴 조그마한 방을 마련하기 위해, 한 달 160~200 노동시간 중 최소 40~60시간 노동의 대가를 임대료로 지불하거나 은행에 빚쟁이가 되어야 하니 말 다 했지요.

아무 자산도 없는 흙수저 청년들에게 미래라는 말 자체가 희망이 아닌 절망, 설렘이 아닌 짜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원이 되고 있다는 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척 슬픈 현상입니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일자리와 주거공간이 안정되지 않은 사회에서 무슨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서 결혼 많이 하고 아이까지 낳아 키우라고 주문하는 것은 참 무책임한 이야기지요. 또한 이를 귀담아듣지 않고, 청년들의 선택을 편한 것만 좋아하는 이기적인 세태로 해석하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할 말이 없어지고요.

노동으로 건강하게 삶의 토대를 만드는 게 힘들어지니 청년들의 정신건강도 자연스레 위협받고 있지요. 약한 멘탈, 관용이 없고 화가 많아지고 쉽게 공격적이 되거나 기가 죽거나 불안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속 암울함이 내재되어 있다 특정한 자극이 왔을 때 우울증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네요. 그래도 도움이라도 청하는 이들은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으려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그냥 속수무책인 경우가 훨씬 많구요. 그래서 딱히 답을 해주진 못해도, 어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묻는 청년들이 건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답답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살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은 사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겠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지구에서의 시간은 삶의 시간이고 생명의 시간이지, 죽음의 시간이 아니기에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을 마련하고 청하는 것은 삶의 의무이자 당당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는 데에 필요한 것조차 경쟁에서 뒤처지면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대체 누가 만들어 유포하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시도한 방식의 한계가 보일 때 다른 걸로 전환해야 하는데, 개인 간 무한경쟁이 무슨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세뇌된 탓에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2020 총선청년네트워크 출범 및 1차 정책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증세, 주거, 노동, 교육, 사회보험에 관한 다섯 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2020.2.10
지난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2020 총선청년네트워크 출범 및 1차 정책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증세, 주거, 노동, 교육, 사회보험에 관한 다섯 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2020.2.10ⓒ뉴스1

절망도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는 일입니다
우울은 밖으로 향할 분노가 자신을 향할 때 생기죠
분노할 대상은 바로 이상한 사회시스템, 경쟁체제입니다

그래서 힘을 모아 해결하는 공동체적인 움직임을 못 미더워하고 비웃기까지 하는 상황이 된 결과,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좌절하다 더러는 고독사하는 일까지 생기게 된 것이지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절망도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는 일입니다. 절망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차라리 이를 분노로 전환시켜 불꽃을 만드는 게 유익합니다. 오직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책임지우는 무자비한 사회 구조와 이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분노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혼자 고민하다 쓰러지지 말고 힘을 모아 국가와 사회에 이 문제의 해결을 외치고 요구해야 합니다.

우울 또한 밖으로 향할 분노가 자신을 향할 때 생기는 심리 현상입니다. 우울은 즉 대상을 잘못 찾은 결과입니다. 분노할 대상은 가난한 부모도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자신도 아니며, 경쟁을 부추기고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할 것조차 고군분투해도 갖기 어렵게 만들어버린 이상한 사회 시스템입니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못나 보이고 무능력자가 되는 이상한 경쟁체제입니다. 이런 인식을 분명히 하고 지친 자신을 공격하지 말고 서로 위로하면서 함께 사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연대가 지금 시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전에 눈앞의 힘든 현실이 만만하지는 않아도 절대 변치 않을 거란 생각부터 치워버리는 건 필수. 변하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고, 우울하니 더 변치 않을 것 같은 악순환을 끊어내야 합니다. 사실 절망은 간절한 소망의 이면입니다. 첫 마음인 기본적인 생활 토대의 마련이라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망으로 다시 돌아가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의 마음자리에서 바라보고 연구하고 행동하면 얼마나 멋진 창조가 이루어질까 먼저 설레봅니다.

신미영 열린학교상담아카데미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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