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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리포트] 한국판 그린 뉴딜, 기후위기 대응 못해

14일,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이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판 뉴딜은 전국민 고용보험과 같은 안전망 강화를 기반으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두 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10대 핵심 사업으로 △데이터 댐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단을 제시했다.

그린 뉴딜에는 2025년까지 73조 원을 투입해 환경 친화 일자리 66만 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한 경제사회 녹색전환을 통해, 사람·환경·성장이 조화를 이루며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그린 선도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17일 ‘그저그런 그린뉴딜 – 우리는 회색뉴딜이 아니라 그린 뉴딜을 요구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회색물감을 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그린뉴딜 계획에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며,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제시되지 않은 정부 발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회색 뉴딜이 아니라 그린 뉴딜을 요구한다”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청년기후긴급행동
“우리는 회색 뉴딜이 아니라 그린 뉴딜을 요구한다”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청년기후긴급행동ⓒ청년기후긴급행동

미국과 EU, 2050년 넷 제로를 목표로 탈탄소화 준비
한국의 그린 뉴딜, 명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시하지 못해

그린 뉴딜은 2018년도 IPCC가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평균기온 상승 마지노선은 1.5도로 2050년 넷 제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을 줄일 것을 발표한 이후 본격 등장했다. 2019년 미국에서는 선라이즈무브먼트로 대표되는 청년기후행동단체가 그린 뉴딜을 제안했고, 미 하원에 그린 뉴딜 결의안이 제출되었다. 현재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표 공약으로 떠올랐다. EU는 지난해 11월, 기후위기비상선언 이후 그린 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그린 뉴딜은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실행에 들어간다. 지난해 2월 제출된 결의안에 따르면 그린 뉴딜은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를 동시에 접근한다. 7월 14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4년 동안 2조 달러(2400조 원)를 투자해 인프라와 에너지 부문을 개혁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생가능에너지, 건물 에너지 효율화와 주택단열개선사업, 산업과 인프라 시스템 정비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2035년까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 중단을 목표로, 가난한 지역사회가 청정에너지와 인프라 투자에서 혜택을 얻도록 설계했다.

유럽연합(EU)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고 ‘그린 딜’ 실행에 들어갔다. 폰 데어 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그린 딜을 추진하며, 경제전반의 탈탄소화와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한다. 에너지, 순환경제, 건축, 교통, 농업, 생태계, 오염 배출 제로화라는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며, 분야별로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과 조정을 병행한다.

EU의 그린 딜은 기후위기 대응을 경제전략으로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EU는 2021년 상반기 탄소국경조정안 채택을 목표로 하는데, 탄소국경조정은 EU가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한 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교역에 내재 된 탄소배출에서 탄소 순수출국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7월 1, ‘한-EU 탄소국경조정 관련 타운홀 미팅’이 개최되었다. 한국무역협회는 배출권거래제 등 한국의 온실가스감축 규제를 받는 가운데 유럽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며 이중 규제로 WTO 규정을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한-EU간 탄소국경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EU와 한국의 그린 뉴딜 비교<br
미국, EU와 한국의 그린 뉴딜 비교ⓒ민중의소리

미국과 EU, 두 개의 거대 경제축이 2050년 넷 제로를 목표로 탈탄소화를 준비하는 가운데 한국의 그린 뉴딜은 명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한다고는 하나 목표연도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2020년 12월, UN에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즉.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면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전한 개발사업, 재정투입도 부족, 세제개편 등 대책도 빠져
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참여 보장 없어
첫 단추 잘못 끼워진 한국판 그린 뉴딜

한국의 그린 뉴딜은 개별 프로젝트 단위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린 뉴딜 프로젝트 바깥 정책에서는 여전히 온실가스 대량 배출이 진행된다. 국토교통부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7800여억 원을 투입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에 착수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가중되는 시점에서 공항건설은 예산만 낭비하고 좌초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230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 수요 감축 방안 없이 전기차 113만대를 보급하는 것으로는 탄소 중립사회로 갈 수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안 실행계획과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으로, 여기에 반영될 개발사업들이 그린 뉴딜로 줄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넘어설 수도 있다.

지난 6월 22일, 해외 환경단체들이 워싱턴포스트 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이것이 한국의 그린 뉴딜의 실체입니까?”라는 전면 광고를 냈다.
지난 6월 22일, 해외 환경단체들이 워싱턴포스트 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이것이 한국의 그린 뉴딜의 실체입니까?”라는 전면 광고를 냈다.ⓒ워싱턴포스트 22일자 지면

지난 6월 22일, 해외 환경단체들이 워싱턴포스트 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전면 광고를 냈다. “이것이 한국의 그린 뉴딜의 실체입니까?” 한국 정부의 해외 석탄사업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한국은 현재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석탄발전 투자국이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에 EU가 중요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전 이사회는 인도네시아 자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녹색을 가장한 개발사업이라는 ‘그린 워싱’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는 탈석탄, 탈탄소 전환으로 인한 고용 충격 대책이 없다. EU는 그린 딜을 추진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하고, 그린 딜 전체 예산의 10%인 1000억 유로를 좌초산업 노동자를 위해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정전환’으로 석탄 발전이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업종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공동체와 노동자 대책은 빠져있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토론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디지털 뉴딜에 따른 플랫폼 노동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고, 그린 뉴딜이 가져올 좌초자산으로 인해 충격받을 노동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도 잘 다루고 있지 않다”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의 바이든 후보는 그린 뉴딜에 4년간 연간 600조를, 유럽연합은 연간 135조를 투입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국비로 연간 10조를 투입한다. 이 정도 예산 규모로 단기간에 집중해서 정부가 제시하는 그린 경제로의 가속화를 끌어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린 경제로의 전환은 예산투입만이 아니라 가격과 세제도 중요한데, 이번 발표에서 전기요금이나 에너지세제 개편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의 그린 뉴딜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시민사회는 그린 뉴딜이 탈탄소 경제사회로의 대전환 정책으로 여기는 데 반해 정부의 방향은 경기부양과 녹색산업 지원에 맞춰져 있다. 그린 뉴딜의 위상과 개념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호하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실행체계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략회의를 설치하고, 당정협업 구조를 갖추며, 기재부가 총괄한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에 민주당 K-뉴딜위원회, 과기부, 환경부, 산업부, 고용부가 참여한다. 정부는 열린 정책으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하지만 참여대상으로 민간기업, 광역지자체, 민간전문가를 명시하고 있을 뿐 노동자, 농민, 청소년,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통로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린 뉴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7월 16일, 기독교환경연대는 “한국형 그린뉴딜, 처음부터 다시 계획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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