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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 이슬람 여성의 승리가 미국을 바꾸다, 영화 ‘세인트 주디’
영화 ‘세인트 주디’
영화 ‘세인트 주디’ⓒ스틸컷

지난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면서 우리 사회는 논란이 뜨거웠다. 예맨의 내전 상황 등을 감안해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범죄 등을 우려하며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심사를 거쳐 난민 인정을 받은 이들은 2명에 불과했고,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이 412명이었다. 인도적 체류 허가란 난민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본국으로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이나 신체의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국내에 임시로 1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임시 허가여서 1년 단위로 체류허가를 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난민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포퓰리즘이 확산되면서 난민과 다른 인종, 민족에 대해 적대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선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인종차별적 정책이 시행되고, 난민은 미국에 발을 붙이기 힘든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세인트 주디’는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는 항의의 성격이 짙은 영화다.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였던 ‘주디 우드’는 이혼한 남편과 아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고, 미국에 망명을 요청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세파 아슈와리’의 변호를 맡게 된다. 아세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그들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체포돼 성폭행을 당했다. 아세파는 본국으로 추방되면 남자 형제들과 아버지에 의해 명예 살인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망명을 호소하지만, 미국 이민 법원은 그의 사연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미국 망명법을 인용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은 탄압과 위협을 근거로 망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 ‘세인트 주디’
영화 ‘세인트 주디’ⓒ스틸컷

하지만, 주디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세파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당한 범죄가 여성이어서가 아닌, 정치적 이유임을 밝히며 항소해 재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영화는 1990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세파의 승리는 망명법을 바꿔내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영화에서 주디는 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 속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붙어있는 주디의 변호사 사무실 광고엔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I’ll Never Give Up.)”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고는 점점 낙서로 뒤덮히지만, 그녀의 다짐을 담은 “I’ll Never Give Up.”이란 문구는 끝까지 선명하다.

아울러 이 영화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첫 걸음은 한 사람에 대한 관심임을 보여준다. 주디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한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것이 결국 모두를 변화시키고, 우리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예맨 난민 사례에서 보듯, 우리는 여전히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통계에 의하면 법무부가 1994년 처음 난민 신청을 받은 이후 지난 4월까지 난민 지위를 부여한 이는 총 1052명이다. 신청자 2만 9463명 가운데 3.6%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신청자 가운데 불과 0.9%만 난민이 인정됐다고 한다. 이 영화엔 이런 우리에게 아주 좋은 충고가 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정부 소속 이민 변호사인 벤자민은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기관명이 이민귀화국(INS, Immigration and Naturalization Services)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으로 9/11 이후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들 모두를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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