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특검 ‘엉터리 공소장’ 꾸짖은 김경수 2심 재판부 “‘댓글 역작업’, 전수조사하라”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취재진의 질문에합하고 있다.  2020.07.20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취재진의 질문에합하고 있다. 2020.07.20ⓒ김철수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심을 맡은 재판부가 특검 측을 향해 '댓글 역작업'을 분류해 공소사실에서 제외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0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19차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고 "재판부는 공소사실 분류가 되면 종결할 생각"이라며 "재판부에서 필요하니 반드시 (공소사실 분류를) 해달라"고 특검 측에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특검 측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방하는 댓글에 공감을 누른 일명 '역작업'을 분류해 공소사실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김동원 씨가 저지른 댓글작업 8800만건 중 김 지사 측에 불리한 댓글작업(역작업)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앞서 2심을 진행했던 이전 재판부도 요구한 사항이었다.

이에 특검 측은 재판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그동안 역작업을 공소사실에서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돌연 지난 6월 공판에서 "역작업이 전체에 비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 분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공판에서도 "역작업은 (전체에서) 1%에 미치지 못하고 일부는 실수로 인한 것도 있다"고 역작업 분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특검을 향해 "재판 준비명령에도 이 사항을 준 게 2월 중순인데 6월 공판에서 이게(역작업이) 공소사실에 포함돼야 한다고 하니까 황당한 거다"라며 "그전까지 재판정에서 (분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다가 갑자기 공소사실에 포함된다고 하면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수조사를 명했다.

재판부가 강하게 요청하자 특검은 "이달 말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측 변호인은 역작업에 대해 "피고인(김 지사)이 역작업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김동원 씨가 역작업을 실행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피고인과 김동원 씨는 공모관계가 아니라 김동원 씨 스스로 자신에 대한 유불리를 판단해 따라 원하는대로 댓글조작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역작업에 대한 공소사실 분리가 완료되는 대로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애초 다음 달 17일로 다음 기일을 예정했으나, 정부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다음 기일을 오는 9월3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17일 공판을 진행하게 될 경우에는 결심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7.20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7.20ⓒ김철수 기자

'킹크랩 시연 16분→30분'..고무줄 같은 특검측 타임라인

이날 공판에선 특검 측이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의 동선을 설명한 특검 측의 타임라인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김 지사 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특검 측은 이번에 서면으로 제출한 문제의 당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 일명 '산채'를 방문한 김 지사의 타임라인에서 '킹크랩' 시연 시간을 늘리고, 지금까지 누구도 증언하지 않은 김 지사와 김동원의 '별실 독대'라는 일정을 끼워 넣었다.

이전까지 특검 측은 김 지사가 당일 오후 7시께 '산채'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오후 8시까지 경공모 측의 브리핑을 들은 이후, 경공모 회원들을 강연장에서 내보내고 오후 8시 7분부터 5~10분가량 '킹크랩 시연'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오후 8시 7분은 '킹크랩' 개발자 '둘리' 우경민 씨가 스마트폰으로 '킹크랩'을 작동한 로그기록에 남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번에 특검 측이 제출한 타임라인은 '킹크랩' 시연이 오후 8시 7분보다 이른 오후 8시경에 시작해 30분 가량 진행한 것으로 기존 주장보다 더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가 김동원 씨와 별도의 방에서 단둘이 독대를 20분 가량 진행했다는 새로운 일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재판이 진행되면서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일정이다.

이 같은 특검 측 주장의 변화는 당시 김 지사의 차량을 운전한 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에서 증명된 김 지사가 '산채'를 떠난 시간, 오후 9시 15분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앞서 김 지사 측은 김 지사 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당일 결재된 닭갈비영수증을 근거로 당일 김 지사가 오후 7시께 '산채'에 도착, 오후 8시까지 닭갈비로 경공모 회원들과 식사를 하고, 오후 9시까지 경공모의 브리핑을 들은 후, '드루킹'과 잠깐 독대를 나누고, 오후 9시 15분께 '산채'를 떠났다는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특검 측은 '킹크랩' 시연 시간과 관계있는 '닭갈비 식사'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당일 오후 9시 15분에 김 지사가 '산채'를 떠난 데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즉, 특검 측이 자신들이 내세운 기존 동선에 '오후 9시 15분'을 맞추려다 보니 새로운 동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측은 특검 측의 새로운 주장이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거와 증언에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 뒤 기자들을 만나 "특검에서 시연 뒷부분에 일정에 새로운 주장을 한 이유는 (김 지사가) '산채'를 오후 9시 15분에 떠나야 하기 때문"이라며 "오후 8시 23분에 '킹크랩' 시연이 끝나고 잠깐 인사만하고 갔다는 게 그동안 특검의 주장이었는데, 오후 9시 15분 동안 빈 시간에 대해 특검이 새로운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리한 주장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킹크랩' 시연 시간이 늘어난 데 대해서도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이 있었다는 로그 기록은 16분 정도"라며 "그런데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는 걸 16분 동안 보고 있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김동원, 우경민의 진술도 2~3분간 (시연을) 봤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의 이번 의견서는 오후 8시23분 이후로 동선을 더 늘려야하니까 시연도 30분 정도 걸렸다고 무리한 주장을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특검 측이 주장하는 시연 시간도 김동원 씨의 증언보다 길었는데, 오히려 두배 가까이 늘린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백겸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