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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정부의 재난지원금 성공 이전엔 ‘군산 모델’이 있었다
없음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 매출 급감’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을 빠르게 수립해 결정할 수 있었을까. 추론해볼 수 있는 선례는 있다. 주력 산업 붕괴로 경제적 위기를 겪은 군산이 ‘로컬소비’를 장려하며 소상공인 매출 증가, 상권 활성화 등을 보인 선례가 남아 있다. 군산에서의 로컬소비와 관련된 일련의 흐름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재난지원금 관련 진행 상황, 효과 등이 상당히 닮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조선업 등 주력산업 붕괴’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군산시가 로컬소비를 통해 점차 회복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이 출간됐다. 이 책을 쓴 황경수 씨는 (사)자치분권연구소 부소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회를 지낸 바 있다. 2018년 군산시의 정책·기획 전문위원으로 1년여 간 군산 회생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군산 토박이’ 황경수 씨와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해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저자 황경수 씨
책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저자 황경수 씨ⓒ제공 = 황경수 씨

조선업 등 주력산업 붕괴하자, 절망에 휩싸인 군산
주력 산업 붕괴에 실직자만 1만여 명 이상 발생
“군산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군산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붕괴했다. 2017년 당시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자, 그해 7월부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다. 당시 전북도·군산시와 지역 정치권,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조선소 재가동’을 촉구했지만, 현재까지도 조선소 등은 멈춰 있는 상태다.

당장 파산·해고 등이 줄지어 발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선업이 붕괴하기 전인 2016년 하반기 1.6%수준을 유지했던 실업률이 2017년 하반기 2.5%로 올랐고 2018년에는 4.1%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생산 부문에서는 1조3천억원 등의 경제 손실을 입었으며 군산조선소에서 일하던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군산조선소 85개 협력업체의 5,250명 중 95%가 일자리를 잃었다. 황 씨는 “여기에 직·간접적인 여파로 실직하거나, 폐업한 소상공인, 그리고 아무런 보호조차 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합하면 실직자는 1만여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설명했다.

황 씨는 “조선업이 있는 군산시가지 인근에 오식도동 산업단지가 있어요. 오식도동은 노동자들의 숙소로 이용하던 원룸들이 많아 원룸 단지가 형성돼 있었어요. 조선업계가 어려워지자 대다수 원룸이 빈 원룸이 넘쳐났고, 심한 곳은 빈 원룸 비율이 80% 넘게 치솟은 곳도 있었어요. 그때 그 곳에서 버려진 유기견들이 지금도 들개 떼를 이루고 살고 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8년 2월에는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됐다. 그러자 경제 미세세포에 해당하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연이은 폐업으로 ‘소규모 매장 공실률’(소규모 매장 건물 중 입주가 되지 않은 방 비율)이 2017년 2분기 9.6%였지만 같은 해 4분기 15.7%로 높아치고 2018년 4분기에는 25.1%로 더욱 높아졌다.

군산에서 대학을 나오고 오랜 시간 동안 시민사회 활동을 해온 황 씨는 ‘지역 공동체’가 처한 문제를 지나칠 순 없었다. 그는 “군산은 이미 2016년부터 본격적인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비수도권 지역의 자원과 노동력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비수도권 지역은 재투자가 되지 못하면서 마치 수도권의 식민지와 같아진 상황이 펼쳐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주력산업들마저 붕괴하니까, 결국 ‘우리 지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고민들이 있었죠”라고 털어놓았다.

책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표지.
책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표지.ⓒ제공 = 출판사 안과밖

나의 이웃과 지역을 살리는 ‘로컬소비’
지역 공동체 정신이 만들어낸 “기적”
군산이 ‘로컬소비’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대안은 결국 ‘지역(Local)’에 있었다. 황 씨는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거듭된 토론 등을 통해 로컬소비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로컬소비’란 지역 내 소비를 통해 선순환 지역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소비행위를 뜻한다. 황 씨는 로컬소비를 성공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구체적인 두 가지 정책을 추진했다. 첫 번째는 ‘군산사랑상품권 전면유통 추진’이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에서 발행하고 해당 지자체에 등록된 가맹점에서만 사용하도록 설계된 상품권을 뜻한다. 주로 대형마트, 백화점 등을 제외한 관내 자영업자·소상공인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어 전통시장 등 상권 살리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씨는 실제로 시민들이 군산사랑상품권을 이용하도록 ‘동기’를 만들어야 ‘선순환 경제’가 구축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전국 최초 소비수당 실험’이다. ‘소비수당’은 군산사랑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10%의 할인율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1만원 짜리 군산사랑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군산시민들은 1천원(10%) 할인된 9천원만 내면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식이다. 여기서 10%를 군산시가 지원하면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수당 즉, 소비수당으로 정책화한 것이다.

군산시의 ‘소비수당’은 카드사용자, 현금사용자 등을 위한 페이백(Pay back)도 진행했다. 군산 지역 내 골목상권에서 카드·현금 사용한 영수증을 모아오면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최대 2만원까지 환급을 진행했다. 황 씨는 “이 제도를 하면서 군산시민들이 ‘영수증 20만원 어치 모으기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라며 “‘그만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위한 소비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시민들도 많았는데, 이렇게 지역을 위한 소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대형 크레인이 보이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대형 크레인이 보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물론 반발도 있었다. 10% 할인을 받아 지역상품권을 구매한 뒤 곧바로 환전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인 이른바 ‘상품권 깡’ 문제도 제기됐다. 상인들을 중심으로는 ‘세금 신고’가 불만이었다. 소비자에게 현금을 받았을 때 이를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세를 진행해왔지만, 소비자가 페이백을 받기 위해 영수증을 받아가거나 군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소득신고가 되기 때문에 불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일부 상인들은 현금을 받고도, 소득신고 회피를 위해 영수증 발급을 꺼리기도 했다.

황 씨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 건 모두 시민의 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군산시민들은 영수증 발급을 꺼리는 상인들을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군산 일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군산 전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영수증 발급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상품권 깡’ 문제도 시민들의 견제가 있었다. 상품권 깡을 통해 ‘투기’를 하기보다 실제로 할인을 받아 지역 내 소비를 하는 게 시민과 지역에 ‘이익’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부터다.

실제로 시민들의 인식 변화는 군산사랑상품권 판매량 증가로 나타났다. 군산시에 따르면 군산사랑상품권은 2018년 9월 발행 첫 달에 135억으로 시작해 2018년에만 910억원을 판매했고, 2019년에는 4천억원을 돌파했다. 군산시는 군산사랑상품권이 투입 예산에 비해 15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군산시는 소상공인 업소별 수입금액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군산사랑상품권 가맹점의 경우 현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결제액도 늘어 총매출이 전년도보다 16% 증가한 1,414억원에 이르렀다. 가맹점 한 곳당 평균 1,700만원의 매출 상승효과를 본 셈이다. 반면 비가맹점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710억원 매출이 줄어든 결과가 나타났다. 눈에 띄는 매출 상승 효과를 경험한 상인들은 가맹점 등록 독려를 하는 SNS 홍보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2019년 6월 기준으로 군산사랑상품권 가맹점 1만호를 돌파했다.

황 씨는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지만, 몇 달 지나니까 시민들이 모여서 서로 서로 군산사랑상품권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일련의 흐름은 ‘군산사랑상품권=성공모델’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전국 상품권 담당 공무원들이 참석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워크숍’까지 군산에서 개최될 정도였다.

책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저자 황경수 씨
책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저자 황경수 씨ⓒ제공 = 황경수 씨

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가 소상공인 매출 상승 반짝 효과만?
군산, 상권 활성화에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황경수 “정부는 ‘로컬소비’를 산업으로 보고, 상설 예산으로 배정해야”

황 씨는 “‘로컬소비’와 관련해 잘 믿지 않는 게 있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씨의 설명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가 눈에 띄게 늘자 실직한 노동자들도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이들을 통한 고용유지, 고용창출 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선업 붕괴, 한국GM 공장 폐쇄 등 사건이 발생했던 2018년 상반기 실업률은 4.1%까지 치솟았지만, 점차 개선이 돼 2019년에는 2.2%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고용율은 대폭 개선됐다. 2017년 상반기 56% 수준의 고용률을 보였지만 군산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같은 해 하반기에는 52.6%로 떨어졌다. 그 뒤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9년 하반기에는 55.6%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 붕괴, 한국GM 공장 폐쇄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실업률과 고용률이 회복된 것이다.

최근 황 씨에게는 속상한 일도 생겼다. 황 씨는 “군산시의회에서 군산사랑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8%로 줄이고, 소비수당을 없애버렸다”라며 속상한 심정을 토로했다. 로컬소비의 핵심 두 축이 축소되거나 사라진 셈이다.

황 씨는 “지방 붕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을 살릴 방책은 상권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단순히 소상공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을 산업으로 봐야 비수도권 지방의 도시가 살아날 수 있고, 그래야 제조업도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방에 대한 상업 지원 예산을 상설로 만들어 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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