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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울리고 웃기는 불법보조금에 숨은 장려금 차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휴대폰 시세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휴대폰 시세표.ⓒ온라인 커뮤니티

“갤럭시 S20+ 35만원에 샀습니다. 괜찮게 산 건가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출고가 135만원짜리 스마트폰을 100만원이나 싸게 구입했으면서도 잘 산 건지 묻는다. 해당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더 저렴하게 샀다는 사람도 있다.

게시판에서 ‘시세표’라는 제목을 클릭하니 기종별로 구입 가능한 금액이 정리돼있다. 같은 기종도 통신사와 가입 유형(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갤럭시 S20+는 22만원 후반~78만원 후반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30만원 구입, 어떻게 가능할까?

출고가 대비 100만원 낮은 시세표는 공시지원금을 전제로 한다. 소비자는 휴대폰을 살 때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 두 가지 지원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공시지원금은 단말기에 대한 할인, 선택약정은 요금에 대한 할인이다.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지급한다. 가입한 요금제가 비쌀수록 높아진다. 갤럭시 S20+ 공시지원금은 통신 3사 평균 약 45만원이다.

공시지원금을 제외한 할인금액 55만원 중 일부는 유통점이 지급하는 추가지원금으로 채워진다. 현행 단말기유통법에 따르면, 유통점은 공시지원금의 15% 범위에서 소비자에게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 갤럭시 S20+ 기준 법에서 허용하는 추가지원금은 약 7만원 수준이다.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더해도 48만원이 모자라다. 이 빈자리는 ‘불법보조금’이 메운다. 공시지원금의 15%를 초과한 지원금을 이른다. 차비·페이백·별 등 은어로도 표현된다.

유통점이 제공하는 지원금(추가지원금·불법보조금)은 장려금을 재원으로 한다. 장려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수수료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정책·단가라고도 칭한다. 유통점은 장려금 내에서 마진을 남기고 나머지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 현행법은 지원금에 대한 제한만 있고, 장려금은 규제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얼마의 지원금을 주느냐는 유통점 재량이다. 어느 유통점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장려금의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지원한다. 5만원을 남기면 ‘5떼기’, 3만원을 남기면 ‘3떼기’라고 한다. 입소문을 통해 ‘휴대폰 싼 집’으로 알려지면 많은 손님을 모을 수 있다.

불법보조금은 고사하고 추가지원금도 한 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 적을수록 유통점은 많은 돈을 남긴다. 속된 말로 만만해 보이는 손님에게 많이 남기는 식이다.

5만원이든 50만원이든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유통점은 불법보조금을 지급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지원금 위반율이 80%에 육박했으며, 추가지원금보다 평균 20만~30만원가량 초과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 만연한 불법보조금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채 소비자 차별을 낳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20일 서울 중구 한 휴대폰 매장 간판에 통신사 3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2020.05.20.
지난 5월 20일 서울 중구 한 휴대폰 매장 간판에 통신사 3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2020.05.20.ⓒ뉴시스

불법보조금 뒤에 숨은 ‘차별적 장려금’

시장을 왜곡하는 불법보조금은 차별적 장려금에 기인한다. 장려금을 재원으로 한 소비자 혜택을 유통점이 자유롭게 정한다 해도, 격차가 40만원이나 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가령, 장려금을 40만원 받은 유통점이 소비자 지원금을 그 이상 줄 수는 없다. 통신사가 여러 기준을 토대로 장려금을 달리 책정한다는 얘기다.

통신사는 판매 실적이 좋은 유통점에 많은 장려금을 준다. 불법보조금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통신사가 유통점에 주는 장려금은 재원을 잘 활용해 가입자를 늘려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통신사는 잘 파는 곳에 지원을 늘려 가입자 모집 효과를 늘리는 것이다. 반대로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유통점에는 구태여 장려금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공시지원금은 장려금과 달리 차등을 두지 못한다. 공시지원금을 통한 가격경쟁은 비교적 부담이 크다. 공시지원금 인상에 따른 가입자 증가 효과도 미미하다. 소비자가 통신사를 선택할 때 1만원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부 유통점에 장려금을 몰아주는 게 소비자 유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통신사가 공시지원금과 장려금을 변경하는 횟수를 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공시지원금은 무분별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7일 1회로 변동 주기가 제한되는데, 갤럭시 S9+의 평균 공시지원금 유지기간이 통신 3사별로 158~246일에 이른다.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시장에서 사라지기까지 약 2년간 고작 3~4번 바뀌었다. 사실상 공시지원금은 경쟁 요소로서 기능을 잃었다.

장려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한 유통점이 받은 ‘단가표’를 보면, 지난 13일에만 갤럭시 S20+ 장려금이 7번 변경됐다. ‘나중에 오시면 가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유통점 멘트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단통법은 통신사 간 공시지원금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 늘리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통신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장려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면서 불법보조금을 묵인·조장하는 형국이다.

장려금은 소비자가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유통점이 소비자를 고가요금제에 가입시키려는 이유다. 부가서비스에 가입시켜도 장려금이 몇만원 더 나온다. 예를 들어, 장려금이 5만원대 요금제는 10만원, 8만원대 요금제는 40만원이 주어진다고 해보자. 유통점은 고가요금제에 가입시키면 30만원을 더 벌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8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만 쓰면 15만원을 깎아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래도 15만원이 남는다.

방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신 3사의 119개 유통점에서 저가요금제에 비해 고가요금제에 29만2천원의 지원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차별이 나타났다. 고가요금제에 높게 책정된 장려금이 저가요금제 소비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 것이다.

공시지원금과 장려금 변동 주기.
공시지원금과 장려금 변동 주기.ⓒ정보통신정책연구원

머리 맞댄 정부·업계·학계, 지원금 규제에서 장려금 규제로

정부와 업계는 단통법 개정을 통한 시장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부통신부·방통통신위원회·통신 3사·이동통신유통협회·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유통구조 개선협의회는 5개월간에 걸친 논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협의회가 발표한 개선책은 ‘장려금 규제 강화’와 ‘공시지원금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모든 소비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공시지원금을 중심으로 통신사 가격 경쟁을 유도해, 차별적 장려금·불법보조금을 통한 소비자 차별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장려금 규제 방식으로는 장려금을 공시지원금의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연동제가 제시된다. 장려금을 올리려면 공시지원금도 올려야 한다. 통신사 마케팅비가 공시지원금과 장려금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두 항목을 연동하면 공시지원금 중심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연동제 도입 시 ‘추가지원금 15%’ 규제 폐지도 검토 대상이 된다. 장려금에 상한을 두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원금 차등을 허용한다.

유통점별 장려금 차등을 제한하는 방안도 있다. 단말기별 평균 장려금을 산정하고 유통점별 장려금이 차등폭 제한을 벗어나지 않도록 규제하는 식이다. 차별적 장려금이 소비자 차별을 야기할 뿐 아니라 영세 유통점에 대한 불이익으로도 작용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공시지원금은 가입 유형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차등을 허용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통신사가 점유율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번호이동·기기변경 가입자에 대한 혜택을 일정 부분 인정하자 것이다.

공시지원금 유지의무 기간도 기존 7일에서 3일로 줄여 통신사 마케팅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장려금 규제 강화·추가지원금 확대·공시지원금 차등 허용 등 개선책은 협의체 내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하지만, 유독 통신 3사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간 소비자 차별을 수단으로 가입자 경쟁을 펼친 통신사 입장에서는 시장 공정성 제고가 마케팅비 부담 증가로 읽히는 탓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차별적 장려금으로 인한 불공정을 해소하고, 공시지원금과 다양한 요금제를 통한 경쟁으로 시장 건전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전자제품 매장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0.2.23
서울 시내 전자제품 매장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0.2.23ⓒ뉴스1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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