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행정수도 이전’ 군불때기 나선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7.20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7.20ⓒ정의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을 전격 제안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정부 부처, 국회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국회에 행정수도 완성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대전과 충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던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여당 원내사령탑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개헌 없이 법 개정으로 행정수도 완성 가능하다는 민주당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참여정부 때 추진하다가 한번 좌절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당시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에 '서울이 수도'라고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간 형성된 '관습헌법'이라 개헌 없이 수도를 구성하는 국회 등을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결국 세종시는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돼 건설됐다. 김 원내대표가 이번에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표현을 쓴 배경이다.

그런데도 김 원내대표가 다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시대변화에 따라 관습 헌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2004년 헌재 판단과 2020년 헌재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는 개헌을 하지 않고 현행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행정수도 완성'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당장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법' 개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앙행정기관 등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하되,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 및 여성가족부를 이전대상 기관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개정 방향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전대상 기관 제외' 부분 등을 수정하면 사실상의 행정수도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옆을 지나고 있다. 2020.07.20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옆을 지나고 있다. 2020.07.20ⓒ정의철 기자

결국 '개헌' 필요성 있다는 야당...'국면전환용' 의심도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있어 반대하지 않지만,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만큼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여당이 부동산 정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전격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도권 수요를 분산하지 않고는 규제나 공급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는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나"라며 "위헌성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에 논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희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선거용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며 "정부와 여당이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막연하게 운을 띄워 투기심리를 자극할 게 아니라 책임 있게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넘어 행정수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헌 또는 그에 준하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이번 (행정수도)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 어떤 절차를 통해 국민을 설득할지, 행정수도 이전 로드맵을 책임 있게 밝히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추진 가능성도 주목

한편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추진 가능성도 '행정수도 완성' 추진과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6일 부산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며 "'지방 공공기관 시즌2'를 총선이 끝나는 대로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요구되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추가적인 이전 문제 등은 앞으로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아직 발표된 건 없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 확보 과정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일찌감치 유치 대상 기관 선점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뤄진다면 주택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과 달리 지속하는 인구 유출에 장기적으로 소멸까지 우려해야 하는 지방에서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확대 간부회의에서 "수도권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광주에 올 만한 기관을 선정해서 관리해 달라"며 "해당 기관, 관련 부처와 협력 관계를 다시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