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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미국의 무지와 종교적 근본주의가 트럼프를 탄생시켰다 ‘반지성주의 시대’
책 ‘반지성주의 시대’
책 ‘반지성주의 시대’ⓒ오월의봄

미국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4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4만 명에 이르고 있다.(7월 22일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 없는 대응이 코로나 19의 미국내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월 펼쳐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가 패배하리라는 전망이 다수다. 하지만,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불리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런 결과가 이번에도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과연 트럼프는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수전 제이코비는 책 ‘반지성주의 시대’에서 미국의 반지성주의와 이런 대중을 토대로 신정정치를 꿈꾸는 강력한 종교적 근본주의의 부활이 가져다 온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런 토대가 계속된다면 이번에 트럼프가 낙선되더라도, 과거 조지 W. 부시가 당선됐듯이, 또 다른 트럼프가 등장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 책은 미국이 건국한 이후 200여 년간 합리적 계몽주의 대 종교적 근본주의라는 양대 축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거대한 지각변동을 선명하게 돋을새김해낸 문명 비평서이자, 그 결과로 봉착하게 된 현대 미국의 근본적 위기에 대한 통렬한 사회 비판서다. 또 왜 이토록 평범한 미국 보통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지를 밝히는 문화연구서이기도 하다. 미국 지성사의 위대한 전통에서 이탈하여 탈진실과 가짜 뉴스, 정크과학이 판을 치는 현 상황에서 깨어 있는 지식인들이 해야 할 긴급한 과업을 일깨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6.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6.23)ⓒAP/뉴시스

저자는 지난 40년간 미국에서 반지성주의와 반합리주의를 증폭시킨 가장 큰 원동력으로 종교적 근본주의의 부활을 지목한다. 계몽주의의 시작 이래 서구 문명을 바꿔온 위대한 합리주의적 통찰 대부분에 반대하는 종교적 근본주의는 자발적 무지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는 진화론 대 창조론의 싸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선진국 가운데 진화론을 확립된 주류 과학이 아니라 여전히 ‘논쟁적인’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성경과 충돌하는 세속적 지식과 학습을 거부하는 근본주의의 길이 합리주의와 기독교 신앙을 조화시키려는 합리적 기독교의 길을 가로막으면서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더욱 심화되었다.

2006년 퓨포럼의 연구 조사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 “어느 것이 미국의 법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까? 성경입니까, 국민의 뜻입니까? 국민의 뜻이 성경과 충돌할 때 어느 것이 되어야 합니까?” 경악스럽게도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60퍼센트가 국민의 뜻이 아니라 성경이라고 답했다. 그런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 가운데 백인 주류 개신교인은 16퍼센트, 가톨릭교인은 23퍼센트, 그리고 스스로를 세속주의자로 여기는 이는 7퍼센트였다.

근본주의의 부활과 관련해 과거와 오늘날의 중대한 차이 중 하나는 현대의 우파 근본주의자들이 한 정당의 편에 서서 정치에 개입하고 또 자신들의 도덕적 가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종교적 의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우파 정당의 표밭에 머물지 않고, 극단적 보수 기독교 대학들을 통해 우파 전사들을 양성하는 한편(일례로 패트릭헨리대학에서는 2004년 대선을 앞두고 며칠 동안 강의들이 취소되었는데, 너무 많은 학생들이 부시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캠프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황 무오류설과 낙태, 동성애, 혼전 성관계, 피임 금지에 대한 헌신을 내세우는 우파 가톨릭교인들과도 긴밀한 동맹을 맺으며 세속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반지성주의는 대중의 무지를 먹고 자란다. 저자는 대중지식인들이 협력하여 진실을 흐리고 은폐하는 인포테인먼트 문화에 중독된 대중의 지적 게으름을 일깨우고 탈-탈진실의 시대를 만들어나갈 책무가 있다고 강력히 호소한다.

아울러 이 책의 이러한 호소는 우리에게도 강한 시사점을 남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탄생의 배후에 보수개신교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들은 권력과 결탁해 보수세력의 성장과 함께 자신들의 종교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들의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반지성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목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맹신하고, 성경엔 아무런 오류가 없다고 믿으며 보수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 많은 보수개신교 신자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우경화시킬 우려가 높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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