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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에 “주체사상에서 전향 했냐”며 색깔론 공세 편 태영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식 질문과 요구를 하고 있다. 2020.07.23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식 질문과 요구를 하고 있다. 2020.07.23ⓒ정의철 기자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4선 의원이자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인영 후보자에게 사상 전향을 했느냐고 질문해 논란을 일으켰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야당 측 첫 청문의원으로 질의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탈북자 출신이라 한국에서 사상 검증을 자주 받는다면서, 이인영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30여년 전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했고 제1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지낸 바 있다.

태영호 의원은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는 제목의 비교표가 그려진 판넬을 들고, "80년대에 내가 북에 있을때 주체사상 신봉하고 믿었다. 북에서 뭐라고 가르쳤냐면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많다고 했다"면서 전대협도 주체사상을 신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인영 후보자는 "북에서 잘못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알기로 그런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태영호 의원은 우리 정보당국에 체포된 북한공작원이 쓴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책의 일부 내용을 거론하며, 이 후보자가 전대협 활동 당시 책의 저자를 만났었다고 말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저와 관련된 부분은 4줄이다. 그 책의 내용도 읽어봐 달라. 국민한테 제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요구했다.

그제서야 태 의원은 "다행히 잘 처신했더라. 그 공작원을 간첩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화를 거부했다고 한다"면서도 "문제는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제가 신고했다면, 간첩으로 인지하고 신고했다는 것 아닌가. 지금 말한 건 모순된 행위를 하라는거다. 간첩으로 인지를 안해서 신고를 안 한게 일관된 행위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태 의원은 어떤 문건을 가지고 와 과거 후보자가 작성한 것이라며 사상 검증을 이어가려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쓴 글이 아니다. 확인하고 말하지 않으시면 잘못된 사실을 말씀하시는 거다"고 사실관계를 짚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7.23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7.23ⓒ정의철 기자

이날 태영호 의원의 질의는 '사상 검증'에서 시작해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데까지 갔다. 그는 자신은 탈북후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사상전향을 했다면서 자신이 만세를 부르는 사진을 화면에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이후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느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공개선언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인영 후보자는 "전향은 북에서 남으로 , 혹은 남에서 북으로 간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제가 그런 게 아닌데 사상전향 여부 묻는 것은 의원님이 저에게 청문위원으로 물어본다고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다"라고 비판했다.

또 "북에서는 사상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몰라도, 남쪽에서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고 사회 정치 민주주의가 발전했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사상 전향 여부 물어보시는 건 남쪽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태영호 의원은 재차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냐, 나는 주체사상을 버렸다"라고 물었고, 이인영 후보자는 "그때 당시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저에게 태 의원이 사상 전향했냐고 추궁하고 있는데, 착각되고 오인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태 의원은 앞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문회가 '후보자에 대해 정책과 사상을 검증하는 자리'라고 했다면서, 자신도 그런 취지에서 물어본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사상 검증과 사상 강요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사상전향 강요는 북과 남쪽에 독재정권 시절에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23일 국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2020.07.23
23일 국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2020.07.23ⓒ정의철 기자

이후 질의 순서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상 전향 여부를 캐묻는 태영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국회의원으로서 헌법과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소양을 갖추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김영호 의원은 "(태 의원 질의에) 유감을 표명한다.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이자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포기했냐, 전향했냐'이러는 것은 굉장한 국회 모욕행위다"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도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인영과 같은 수많은 청년들이 독재시절에 피땀을 흘려 이루진 것"이라면서 "함부로 천박한 사상검증을 할 대상이 아니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재정 의원은 "우리 의원들은 대한민국 헌법 앞에 선서한 사람들"이라면서, "후보자 과거 생각 사상이 문제가 아니라, 태 의원의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헌법서 누구에게도 '당신은 뭐 믿느냐, 신봉하느냐, 십자가를 밟아라' 이런 것 허락한 바 없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주지가 필요하다"라고 질타했다.

김영주 의원은 "태 의원이 청문회에서 비교표 들고 나와서 전향했냐고 하는 것은, 4선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주신 대한민국 국민과 구로구민에게도 잘못하는 것"이라며,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민주화세력이 어떻게 운동했는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좀 보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진, 조태영 등 일부 미래통합당 의원들 역시 과거 학생운동권에서 작성된 문건을 들고 나와 이인영 후보자가 작성한 문건이라며 관련해 사상 검증을 하려했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후보자에게 "사상 관련 문제 질의가 듣기 거북하냐"면서 "우리 당 의원들이 사상문제 질의하는 것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인영 후보 과거 삶의 궤적을 들춰보면 반미 자주 노선을 신봉한 전대협의 리더라는 이미지있다. 대한민국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을 위한 당연한 질문"이라고 합리화 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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