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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도’ 구교환 “불안정한 서대위, 저만의 호흡으로 풀어냈어요”
영화 '반도' 구교환 스틸컷.
영화 '반도' 구교환 스틸컷.ⓒ제공 = NEW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연상호 감독)는 ‘부산행’(2016) 그 후 4년 뒤 폐허가 된 반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다. ‘부산행’이 좀비에게서 도망치는 재난 영화라면, ‘반도’는 좀비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다.

‘부산행’의 긴장감이 좀비 자체에서 비롯됐다면 ‘반도’는 오히려 몇몇 ‘변종 좀비’로 불리는 인간 집단의 존재로부터 발생된다.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가 정석(강동원 분)과 대립 각을 세우는 게 주요 갈등이다. 특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중요하고도 강렬한 인물이 있다. 탈출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위해 정석과 민정(이정현 분)을 쫓는 서대위(구교환 분)이 그 인물이다.

서대위는 4년 전 민간인을 구조하다 희망을 잃고 정신적으로 무너진 631부대 지휘관이다. 다소 어설프고 연약해보이기도 하지만 돌발 행동도 서슴없이 하는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4년 전 이야기는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자칫하면 평면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 캐릭터가 긴장감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단연 구교환의 연기에 있다.

배우 구교환
배우 구교환ⓒ제공 = 나무엑터스

지난 2008년 윤성현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포트폴리오 작품인 ‘아이들’로 데뷔한 구교환은 ‘죽기직전 그들’, ‘남매의 집’,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메기’ 등 25편에 이르는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이미 독립영화계에선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구교환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차이에 대해 “점심, 저녁 시간 때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다는 점?”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또 서대위를 만나게 해준 연상호 감독과의 인연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어느날 연 감독님이 서대위라는 역할을 주고 싶다고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부산행’을 영화에서 관객으로서 본 입장으로, 정말 놀랐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잖아요?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죠. 하하.”

배우 구교환
배우 구교환ⓒ제공 = 나무엑터스

서대위를 만난 구교환의 첫 느낌은 “이게 뭐지?”였다. 연상호 감독에게는 그림 한 장을 받았다. 연 감독이 직접 그린 서대위였다.

“의중을 읽을 수 없는 서대위의 눈빛이 저에게 영감을 줬어요. 붕괴된 사람 같긴 한데, 희망도 보이고… 규정 짓지 않았어요. 서대위의 마음은 3초마다 바뀌는 것 같아요. 굉장히 불안하고 위태로운 악인이죠.”

서대위는 영화에서 본명도, 전사도 나오지 않는다. 관객들이 만나는 서대위는 일련의 사건을 겪고 붕괴된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를 관람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서대위의 과거를 유추하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구교환은 어떤 상상력을 동원해 서대위를 구축해나갔을까.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애타게 구조를 보내고 있는 서대위의 모습이었어요. 4년 전의 반듯한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고요. 서대위의 방 안에도 통신 장비가 있는 걸로 알아요. 그런 미술도 저에게는 크게 와 닿았어요.”

'반도' 구교환 스틸컷
'반도' 구교환 스틸컷ⓒ제공 = NEW

앞서 연상호 감독은 구교환의 연기를 보고선 “호아킨 피닉스 같다”라고 밝히는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 감독에 따르면 구교환의 연기는 인물의 모호성을 부각시키고,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힘이 있다. 연 감독의 말대로 그는 서대위를 단순한 악인 이상으로 호기심을 일으키는 인물로 표현해냈다.

“연 감독님은 제가 갖고 있는 고유의 호흡을 서대위에 올리길 바랐어요. 저는 정확한 악인이자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들어야 하는 목적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그 긴장감을 주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저도 서대위가 많이 궁금해요. 아마 제 궁금한 마음이 관객 분들에게도 전달돼서 그런 것 같아요. ”

배우 구교환
배우 구교환ⓒ제공 = 나무엑터스

연 감독과의 작업은 구교환에게도 큰 즐거움이었다. 동료 배우인 강동원, 이정현 배우와의 만남은 큰 재산이자 행복이 됐다.

“연상호 감독님의 가장 큰 미덕은 제가 연기할 때 있어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준다는 점이에요. 저는 사실 연기하면서 쑥쓰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제가 집중할 수 있게 무드를 잘 잡아주세요.”

“강동원 선배와의 작업은, 당연히 좋죠! 하하. 제가 평소에서 극장에서 보던 강동원 선배와 마주하고 대립한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좋았어요. 저 혼자 되게 반가웠어요. 혼자 오랜 친구처럼… 10년 지기처럼 생각했죠, 하하.”

소속사 없이 독자 활동을 하던 구교환은 지난해 나무엑터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에는 우스갯소리로 스타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열애 기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의 오랜 인연은 구교환을 알고 있는 영화 팬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인 바, 기자가 ‘팬들은 엄마와 아빠가 만나는 것이 기사로 나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다’라는 반응을 전하자 “그 말이 정말 맞아요”라며 크게 하하하 웃었다.

“(기사화가 된 건) 놀랍고 신기한 일이에요. 당황하진 않았어요. 크게 흔들릴 일은 아니고, 잘 만나고 있습니다, 하하. 사실 아직 체감을 못 하고 있어요. 거리를 다녀도 알아보는 분이 없어요. 이 시간이 좀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난다고 생각해서 부담도 없고요.”

배우 구교환
배우 구교환ⓒ제공 = 나무엑터스

구교환은 연기 뿐 아니라 제작과 편집 분야에서도 이름을 올리는 영화인이다. ‘연애다큐’,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 ‘웰컴 투 마이 홈’ 등의 영화로 자전적 이야기를 많이 풀어냈다.

“제 주변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요. 일상적인데 낯선 이야기를 좋아해요. 억지로 만드는 건 한계가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작업해요. 우선 지금의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반도’예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목표’와 ‘어떤 영화인으로 자리잡고 싶은가’라고 묻자 구교환은 “배우는 최종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영화에 보탬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치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것 같은 인물로서 말이죠. 지금 계획은 어떤 형태로든 다음 작품을 하는 거예요. 제 연기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잠깐 웃어주시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한편 구교환은 차기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 촬영을 끝낸 상태다. ‘모가디슈’는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에 고립된 남북 대사관과 공관원들의 생사를 건 탈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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