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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의 이름으로 선생님에게 칼을 든 소년, 누가 구할 수 있을까? 영화 ‘소년 아메드’
영화 ‘소년 아메드’
영화 ‘소년 아메드’ⓒ스틸컷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관심을 모은 72회 칸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았던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바로 감독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영화 ‘소년 아메드’다. 항상 현실의 이야기를 주제로 영화를 찍어온 다르덴 형제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나라 벨기에가 직면한 현실을 영화에 담았다.

벨기에는 인구의 5%가 무슬림이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지역의 경우 인구 10만명 가운데 30%가 모로코·터키·시리아 출신의 무슬림일 정도로 비율이 높다. 그런데 몰렌베이크의 실업률은 30%에 이르고, 이는 벨기에 다른 지역의 실업률 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벨기에의 무슬림들의 이런 사회적 불만을 틈타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테러에 가담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다르덴 형제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진 어린 소년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아메드는 13살이다. 누가 봐도 평범한 소년인 아메드는 최근 달라지기 시작했다. 코란을 누구보다 열심히 암송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정결한 삶을 요구한다. 지역에 있는 이슬람 이맘에 이끌려 점점 아메드는 점점 종교적인 극단주의에 빠져든다. 아메드는 이슬람 전사가 돼 순교한 사촌의 삶을 동경한다.

영화 ‘소년 아메드’
영화 ‘소년 아메드’ⓒ스틸컷

그런 아메드에게 신의 이름으로 치러야 하는 사명이 생겨난다. 목표는 자신을 어린시절부터 가르쳐준 이네스 선생님이다. 이맘은 어린이들에게 아랍어를 노래를 통해 가르치는 이네스 선생님을 비난한다. 그는 “예언자의 신성한 언어를 노래로 배우는 건 신성 모독이야”라며, 이네스 선생님을 “배교자”로 지목했다.

이네스 선생님은 극단주의에 빠진 아메드에게 “코란에는 다른 종교와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어”라고 설득하지만, 아메드는 “코란에는 유대인과 기독교인이 우리의 적이라고 나와요”라고 말한다. 결국 아메드는 칼로 이네스 선생님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했지만 실패한다. 이 때문에 아메드는 소년원에 갇힌다.

소년원에 갇혀서도 아메드는 이네스 선생님 향한 자신의 사명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이후 자신의 종교를 고집하는 아메드를 추적하며 그의 심리적 변화를 담아낸다. 과연 극단주의에 빠진 아메드를 누가 구할 수 있을까? 완고하게 변화를 거부하던 아메드는 엄마, 이네스 선생님, 교도소의 교사들, 교정 작업을 위해 찾아간 농장의 또래 소녀 등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세상을 향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간다.

영화는 아메드가 무슨 이유로 극단주의에 빠져든 것인지를 주목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엄마가 홀로 아메드와 남매를 돌보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관심은 아메드의 현재와 그가 세상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극단주의로부터 벗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소년 아메드’
영화 ‘소년 아메드’ⓒ스틸컷

영화는 커다란 감정적인 변화나 극단적인 반전이 있진 않다. 선생님을 죽이기 위해 소년원을 탈출한 아메드는 흉기를 들고 선생님이 있는 학교에 찾아간다. 닫힌 문 때문에 벽을 타고 오르다 떨어진 그는 흉기를 들어 소리가 나도록 내리치면서 구원을 요청한다. 신의 이름만을 부르던 그는 위기의 순간에 엄마를 찾는다. 잘 눈에 띄진 않았지만, 그의 극단은 그렇게 극단의 상황 앞에서 변화를 시작했다. 영화 내내 아무런 음악이 없었지만, 그 순간에 피아노 선율이 극장을 가득 메운다. 이후의 삶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관객들은 그에게 안식이 찾아오길 함께 기원하게 된다.

사실 종교적 극단주의를 영화로 다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 다르게 되면 종교적 편견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잘 극복하고, 다르덴 형제는 담담하면서도, 과감하게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진 성장기 소년의 이야기를 잘 그려냈다. 장 피에를 다르덴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테러공격이 일어나고, 젊은이들이 성전에 나가기 위해 떠나는 상황을 보면서 뤽과 저는 이런 얘기를 자주하곤 했어요. ‘우린 늘 현재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니까 현재 상항을 직시해야 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종교적 광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사로잡혀 달라진 소년들의 현재를 다루는 거지’라고요.”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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