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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세종대왕의 소울푸드가 프라이드 치킨? 튀김에 관한 모든 것 ‘튀김의 발견’
책 ‘튀김의 발견’
책 ‘튀김의 발견’ⓒ부키

세종대왕의 소울푸드가 프라이드 치킨이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라이드 치킨은 19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끌려왔던 흑인들에 의해 발명됐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프라이드 치킨은 미국 남부 캔터키 지방에서 유래했다. 패스트 푸트점 KFC가 바로 ‘Kentucky Fried Chicken’의 약자다. 그런데 세종이 프라이드 치킨을 먹었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1444년 세종은 눈병과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충북 초정리에 행궁을 짓고 요양을 했다. 이때 세종은 들깨 영양밥, 맥적, 표고감자찜, 동치미 냉면, 육전, 포계 등등을 드셨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포계(炮鷄)는 조선시대 요리책인 ‘산가요록’, ‘식료찬요’에도 소개된 닭튀김 요리로 조선판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할 수 있다. 닭을 튀기는 비슷한 요리가 두 나라에 동시에 존재하는 건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튀기면 구두도 맛있다’는 튀김이 가진 매력 때문인지 세계 어느 나라의 요리 문명에서건 튀김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리다. 이런 튀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과학 교양서적이 출간됐다. 바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이자 20년 전통 돈카츠 전문점 사위로서 튀김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임두원 박사가 쓴 ‘튀김의 탄생’이다.

저자는 튀김 맛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 인문, 사회,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해 살펴보았고, 튀김의 진정한 매력을 파헤치기 위해 튀김을 만들고, 팔고, 먹고,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에는 흥미로운 과학 원리가 숨어 있고, 각국을 대표하는 튀김 요리의 탄생 비화에는 역사의 한 장면과 그 주인공들의 삶과 혼이 녹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튀김은 세계인의 진정한 소울 푸드(Soul Food)였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교양 상식과 과학 지식을 더 맛깔나게 즐기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튀김 입문서이자 튀김 ‘덕후’들을 위한 전문서다.

그럼 튀김은 왜 맛있고, 우리는 왜 튀김을 원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식재료를 기름에 튀기면 단백질이 풍부해지고 풍미도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지방의 함량이 증가한다. 지방은 비교적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영양분으로 적은 양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한다. 게다가 지방은 우리 몸속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몸 안에 저장해 두면 생존에 유리한 것이다. 우리의 조상이었던 원시 인류는 지방을 탐한 덕분에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후손인 우리가 지방과 튀김을 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의 DNA에는 지방을 선호하는 원초적 본능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튀김을 먹다가 불쑥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튀김의 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데 먹어도 괜찮을까? 이처럼 튀김을 둘러싼 여러 오해와 논란의 중심에 기름이 있다. 저자는 튀김과 기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정말 염려하고 유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다 건강하고 슬기로운 튀김 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저자의 처갓집에서 운영하는 돈카츠 전문점 또한 조리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기름의 상태라고 한다. 왜냐하면 산화된 기름이야말로 우리 건강을 해치고 요리의 맛과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산화된 음식을 먹으면 노화가 촉진되고 암처럼 치명적인 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본문 185쪽) 그러므로 되도록 산화된 기름으로 조리한 요리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국내 치킨 브랜드 중에서 기름 한 통으로 딱 60마리의 닭만 튀긴다거나, 기름 중에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튀기는 것으로 차별화를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튀김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 예를 들면 튀김의 대표 격인 치킨의 경우, 국내 치킨 매장 수는 약 8만 7000개에 이른다(2019년 기준). 이는 전 세계의 맥도날드(약 3만 7000개)나 스타벅스(약 2만 8000개) 매장 수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우리 민족은 조선 시대부터 ‘포계’라는 이름의 닭튀김을 즐겼고, 치맥(치킨과 맥주)은 요리 한류를 이끄는 한국의 대표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피시앤칩스, 프랑스의 프렌치프라이, 중국의 탕수육, 일본의 돈카츠와 덴푸라, 동남아시아의 과일 튀김처럼 전 세계 어디서든 그 나라를 대표하는 튀김 요리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튀김은 가장 근사하고 인기 있는 요리 중 하나다. 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는 “튀기면 구두도 맛있다”는 명언을 남겼고, 음식 칼럼니스트 박찬일 셰프는 튀김을 두고 “(무협지에 비유하자면) 요리를 마계로 인도하는 절대 비급”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 책은 우리가 튀김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전혀 몰랐던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상식이 가득 담긴 ‘절대 비급’인 셈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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