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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월곡점 괴롭힘 피해 노동자 호소...“가해자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언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조합원 고소고발, 매장출입제한, 불법채증 일삼는 홈플러스 규탄 및 노동부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2020.07.27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언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조합원 고소고발, 매장출입제한, 불법채증 일삼는 홈플러스 규탄 및 노동부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2020.07.27ⓒ김철수 기자

“우리가 원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갑질 관리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요구입니다.”

27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권명춘 씨가 서울고용노동청에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이하,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해결은커녕 가해자 감싸기에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주도하는 홈플러스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월곡점에서 일하는 권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해 이같이 호소했다.

권 씨와 홈플러스지부가 이같이 서울고용노동청을 찾은 이유는 회사가 홈플러스 월곡점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는커녕 지난 1일 해당 관리자를 주임에서 대리로 발령하는 등 조처로 2차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월곡점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노동자들이 지난 6월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북부지청으로부터 회신 받은 사건처리결과.
홈플러스 월곡점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노동자들이 지난 6월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북부지청으로부터 회신 받은 사건처리결과.ⓒ홈플러스지부 관계자 제공

홈플러스 감사서도 확인된 괴롭힘
가해자·피해자 분리 없이...‘견책’만
피해 노동자들에게 이어지는 2차 피해

10여 년 동안 홈플러스 신내점 수산코너에서 일했던 권 씨는 지난해 4월 월곡점으로 발령받아 ‘이커머스 업무’를 시작했다. 이커머스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대신 장을 봐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권 씨는 고객을 대신해서 하루에 3만 보 넘게 걸어 다니며 장을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익숙해지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버텼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과 일부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코칭’은 모욕적이었다고 한탄했다. 피커레이트(속도) 순위를 비교하며 성과가 낮은 직원들은 퇴근시간 이후 남아서 코칭을 받아야 했고, 해당 관리자가 정한 기준에 들지 못하면 벌칙으로 간식을 사야 했다고 전했다. 연차 또한 매월 관리자가 짜주는 대로 가야만 했다고 그는 말했다.

“아침부터 내가 싫은 소리 하기 싫다고 했지. 근데 왜 그러니. 왜 정신 못 차리고 일을 하니 어? 월요병이니?” 등 모욕을 주는 언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이루어진 홈플러스 감사결과에선 모욕적 언행 등 일부가 확인됐다.

이에, 권 씨 등 월곡점 이커머스 노동자 3명은 지난 5월 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북부지청(이하, 서울북부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었고, 지난 6월 23일 사건처리결과에 대한 회신을 받았다.

서울북부지청 사건처리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피해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내용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해당 관리자에게 징계(견책)을 내렸다. 그리고 회사는 두 달간 역량진단 및 직장 괴롭힘, 리더십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해당 관리자가 직책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판단하겠다는 취지의 서류를 서울북부지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북부지청은 회사가 해당 관리자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 전 피해 노동자들의 의견청취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피진정사업장이 서울북부지청의 개선지도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차기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에 포함한 상태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는 사이, 홈플러스 월곡점에선 노노갈등으로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2차 피해가 이어졌다. 피해 노동자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해당 관리직의 행위가 가해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담긴 다른 직원의 탄원서 등을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는 “갑질 문제를 제기하고 4개월째”라며 “저와 제 동료들은 여전히 그 갑질 관리자와 같은 부서에서, 그 관리자에 업무지시를 받아가며 일하고 있다. 매일 피가 마른다. 우리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가해자를 매일 봐야 하고, 관리자를 위한 탄원서까지 써 주며 두둔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일도 못 하는 것들이 시끄럽게 한다’ 등의 소리까지 듣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월곡점 점장과 다른 관리자들은 식당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저와 제 동료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홈플러스 본사는 우리의 의견을 배제한 채 관리자를 두둔하는 직원들 의견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며 전했다.

그는 “출근을 앞둔 날은 마음이 불안해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라며 “뭐라도 의지하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들어서 저와 동료직원 2명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감정노동자 심리상담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장하는 갑질 관리자와 분리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월곡점에서 이커머스 직원 및 주임 이상 관리직을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윤리감사팀은 ○○○ 실장의 산업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부서 내 벌칙제도 운영, 근로시간 미준수, 모욕적 언행을 확인했다고 하면서도 견책(훈계) 징계를 내렸습니다. 7월 1일에는 갑질 가해자 ○○○ 실장의 승진발표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홈플러스의 위 징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홈플러스는 실장의 갑질행위가 고객서비스 만족과 매출 증대를 위한 배려였다고 주장하는 피해를 당하지 않은 직원들의 주장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가해자와의 분리(갑질실장 발령) 요구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등 2개 질문에, 설문조사 참가자들은 각각 “갑질에 비해 너무 약한 징계”, “갑질문제에서 가장 상식적인 요구이다”라고 답했다. 자세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가 월곡점에서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가 월곡점에서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홈플러스지부 관계자 제공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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