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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천의 일과 법] 타인의 노동을 훔치지 마라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이 새로 연재됩니다. 노동과 법, 현장과 제도의 문제를 다룰 ‘박귀천의 일과 법’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미국 오바마 정부 노동정책 구상에 큰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와일(David Weil) 교수는 대기업들이 고용을 외부 소규모 업체로 떠넘김에 따라 미치게 되는 사회적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기본적인 노동기준이 침해된다는 점, 둘째, 고용관계 해체로 인한 조율 실패가 사고‧부상‧재해 등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셋째, 발생된 잉여 수익이 노동자로부터 투자자로 전이되는 분배 불평등 문제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와일 교수는 “오늘날 대기업은 작은 태양계에 비유될 수 있다. 중심에 대기업이 있고 소규모 일터들이 그 주변궤도를 돌고 있으며, 또 일부 행성 주위에는 달이 돌고 있다. 주변 일터들이 대기업에서 멀어질수록 얻을 수 있는 이윤 폭도 그만큼 줄어들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미치게 된다.”라고 묘사했다.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법의 전체 체계에서 원칙적으로 고용은 ‘직접고용’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간접고용’은 단지 예외적으로 법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근로자파견이나 도급 등의 간접고용이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근로자파견, 도급 등과 같은 간접고용은 개별 근로자에게는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고 신분이 불안정한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간접고용은 설령 적법하게 이용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저하와 차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따라서 법에서 허용하는 조건과 범위 내에서 이용되어야 함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 원칙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여러 현행 법률에서도 간접고용을 제한하는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직업안정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근로자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은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에서 제외됨으로써 간접고용 제한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파견법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 및 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경우 등에 대해 규정하는 한편, 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법 위반에 대해 형벌을 적용함으로써 간접고용 제한의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

헌법적 원칙에 기초해 일부 예외 제외하고는 금지된 간접고용
그러나 대기업도 법을 어기고, 판결조차 이행 않는다
타인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되듯이 타인의 노동을 훔쳐서 사용하면 안 된다

특히 근로자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원청사업주)가 직접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서 법을 위반하여 불법파견이 문제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최근 사례 중에는 자동차용 엔진 생산업체 현대위아가 평택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이 문제된 사건이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14년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및 2심 법원 모두 현대위아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여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노동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는 회피한 채 하청 형태로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하여 노동력만 이용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재, 현대위아 측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금전 지급을 대가로 소송을 포기하고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면서 법원의 판결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법원, 심지어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한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법원으로부터 합법적인 권리를 인정받고도 이를 실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어디에 더 호소해야 하는가?

현대위아와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 간 합의서<br
현대위아와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 간 합의서ⓒ기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업이 다른 사업주에게 소속된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형태로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착취와 차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그 이면에는 노동으로 발생되는 이익은 취하되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대가는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려 하는 원청기업의 책임회피가 자리 잡고 있다. 하물며 불법적인 간접고용은 어떠하겠는가.

타인의 물건이나 돈을 훔쳐서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형법에 위반되는 범죄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의 노동은 법을 위반하여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굳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불법파견 형태로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은 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이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행위이다. 타인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되듯이 타인의 노동을 함부로 훔쳐서 사용하면 안 된다.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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