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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이제 불안과 두려움을 노래하자

이상한 여름이다. 참 이상한 여름이다. 여름인데 도통 덥지 않다. 지금껏 이렇게 안 더운 여름은 처음일 정도다. 다음 주면 7월말이라 본격적인 휴가철이고, 매년 이즈음 세상은 찌는 듯 더웠다.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일이 당연해지는 날씨였다. 하지만 요즘 서울의 최저기온은 23도.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다. 아니, 이불을 덮지 않고 잠들 수 없다.

덥지 않으니 좋긴 하지만 선선해진 날씨가 마냥 기쁘지 않다. 기후 위기 때문이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더워질 뿐 아니라 습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습도가 높아지면 체온조절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한다.

여름의 고온과 습도만 문제인 게 아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0.5도만 더 올라가면 지구는 예전의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기후과학자들의 중론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2035년~2045년쯤 그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예측할 만큼 지구의 기후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안 더운 건 음력으로 7월도 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 1가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21.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 1가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21.ⓒ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여름의 BGM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후위기보다 먼저 닥쳐온 코로나19 판데믹은 이미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어딜 가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이제야 대형 스포츠 경기 관람을 조심스럽게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공연장은 여전히 닫혀있다. 2020년 2분기 GDP 성장률은 IMF 이후 22년 3개월만에 최저인 –3.3%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경기는 불황이다. 해고를 걱정하고, 가게를 걱정하는 이들은 늘어가는데, 수도권의 집값은 계속 오른다. 누가 돈을 벌고 있는가. 왜 어떤 이들의 삶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가.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가.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쓴 데이비드 콰먼은 지금 같은 판데믹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진작 경고했다. 그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더 빠르게 퍼질 것이라 했다. 세계가 완전히 연결되어 있고, 인류가 계속 자연을 침범하고 파괴하기 때문이다. 동물들과 공존하던 바이러스의 영토에 인간이 침범해 동물들을 멸종시켜버리는 상황에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건너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판데믹과 기후위기가 동시에 겹치면서 여름 풍경은 달라졌다. 여름 휴가를 맞아 해외로 떠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비행기 티켓 가격이 올랐을 뿐 아니라 비행기 편수도 줄었다. 무엇보다 오가면서 각각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감당해야 한다. 어지간히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해외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국내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해변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여름. 불안하게 떠나기보다는 집에 머무르려는 이들이 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가리키는 방향은 선명하다.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마스크를 벗을 수 없고, 예전처럼 마음껏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떠날 수 없고, 마음대로 쓰고 버릴 수 없다. 고기든 생선이든 곡식이든 채소든 계속 지금처럼 먹어댈 수 없다. 지금처럼 비행기와 자동차를 이용할 수도 없다. 너무나 확실하고 당연해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자빠지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어도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가 요동치지 않는다. 최근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 결성한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 ‘여름 안에서’가 차트를 뒤흔들고, 지코가 비와 함께 부른 ‘Summer Hate’가 가세했지만 여름 분위기를 만끽하기는 어렵다. 듀스, 코요테, 쿨 같은 팀들이 여름용 노래를 발표하고, 사방천지에서 여름 노래가 흘러나오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1.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1.30.ⓒ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세상이 바뀌면 음악이 바뀐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대중음악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음악계를 얼마나 바꾸어 놓을까. 공연장은 문을 닫고, 오프라인 공연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페스티벌은 멈추었고, 내한공연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지금 공연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국가적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사회적 안전망을 재점검하자는 의견도 늘어간다.

자신의 생존과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 음악은 생존이 우선이니, 하던 대로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버티는 일이 최우선일까. 케이팝(K-pop)은 계속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유튜브 조회수 기록을 갱신하면 되는 것일까. 당연히 누군가는 익숙한 방식으로 노래해 즐거움을 주더라도 누군가는 잠수함의 토끼처럼 달라진 삶, 예전과 같을 수 없는 삶을 노래할 수는 없을까.

문화예술이 컨텐츠 산업의 기획과 마케팅으로 만드는 결과물이 된 현실에서 예술가들에게 작가 정신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아니 이제 예술가는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있다. 비주류 예술가들만 세상을 걱정하는 세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음악 속에 코로나19 판데믹이 스며들고, 기후위기가 넘실대게 하는 일도 신과 장르를 나눌 일이 아니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적은 21일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노래 '당연한 것들'을 발매했다. 2020.06.21
이적은 21일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노래 '당연한 것들'을 발매했다. 2020.06.21ⓒ사진 출처 = 뮤직팜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고민하고 노래해야 하는 이유는 음악이 삶의 기록이며 반영이기 때문이다. 삶이 변하고,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데 외면하는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연과학자들의 책을 읽어야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어디선가 누군가 아파하고 죽어갈 때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예술하는 마음은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함께 걱정하고 함께 고민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은 다 다르고, 누구도 그 삶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의 삶이 다르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차이를 드러내는 만큼 공통의 조건과 감각에 대해 노래해야 할 때다.

이제 음악은 또 다른 불안과 만나고, 새로운 두려움을 끌어안아야 한다. 정답을 찾고,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세계의 진실과 비명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예술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삶이 삶으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그러나 무너지고 불확실해져버린 것들을 예술이 끌어안지 않는다면 그 때 죽는 것은 예술만이 아닐 것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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