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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정부가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택배 특수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때아닌 특수 에 택배업계의 명암은 분명하다. 택배 기업들이야 불황 속 호황을 맞이하여 웃음을 지을지 몰라도 택배 노동자들은 30~40% 늘어난 물량 때문에 죽을 맛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택배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우리 사회의 이슈였으니 일종의 재난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이중, 삼중으로 감내하고 있을 고통에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들어서만 4명의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4일엔 김해에서 일하던 40대 택배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사망했다. 지병 하나 없었던 그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자정이 가까워서야 퇴근했고, 숨지기 직전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힘들어했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33살의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5월에는 잠자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3월에는 택배 배송 중 계단에 쓰러진 채 발견된 노동자가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달은 추석 명절 등으로 9월, 10월, 11월이다. 물량이 폭주하고,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질 것이 예견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택배업계 1위인 CJ 대한통운은 ‘물량 축소 요청제’를 도입했다. 사측은 택배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배송 물량을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몇 건의 배송을 했느냐가 곧 임금이다. 택배 물량을 줄이면 수입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어느 누가 물량을 줄이려고 하겠는가. 결국은 택배 노동자에게 위험부담을 떠넘기고 손해를 감수하라는 말이다. 기업은 아무런 고통 분담도 하지 않는 안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핵심은 ‘낮은 수수료’와 ‘오전 분류작업’이다. 물류업계의 출혈 경쟁 탓에 택배 수수료는 점점 더 낮아져 건당 800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배송 작업이 아닌 ‘공짜 노동’에 해당하는 택배 분류작업이 과로사를 부르고 있다. 배달 노동자가 새벽부터 물류 배송 작업까지 동원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의 극단적 변화와 위기를 동시에 장기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거리 두기, 비접촉, 활동 자제 등을 정부 차원에서도 요구하면서 택배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것, 예측 가능한 것이다. 정부 역시 이로 인해 수개월째 문제가 생기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책임 범위가 방역과 확산 방지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얽혀있는 종합적인 문제에 이른다는 것은 상식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 특히 노동문제는 시장에 맡겨두면 안 된다.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전에 물러나 있고, 기업과 노동자가 직접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서 마련한 간담회와 그를 토대로 한 권고사항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기 전에, 시늉만 하지 말고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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