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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코로나 위기 장기화, 사회의 면역을 키우려면 안전망이 필수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위원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감염병에 대한 최고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에 해당한다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WHO는 앞서 1월 30일 코로나19에 대해 PHEIC를 선포한 바 있습니다.

이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존재가 알려진 후 반년 동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다양한 기대와 예측을 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좀 나아질까?’, ‘가을철 2차 유행이 오기 전에 잡혀야 할 텐데...’ 등 기대를 했지만, 이제는 이 국면이 최소 1~2년 이상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태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태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WHO 공개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자금을 푸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위기의 정점은 오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남미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천80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로 1~2년후엔 경제활동이 정상화될 거라는 기대도 있지만,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습니다. WHO 역시 이번 발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길게는 수 십 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현 상황이 위기에 빠진 우리의 문명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만든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에 대해 돌아보고, 자연 파괴와 기후 변화의 위기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각 사회의 공공의료 수준과 사화적 안전망에 대해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사소한 일상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여러 분석을 보며, 코로나19가 전 지구 차원의 문명사적 전환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생깁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전환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황이 더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네드 라몬트 미 코네티컷 주지사가 22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그로턴에 있는 화이자 그로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는 미 제약회사 화이자, 독일 바이오앤테크와 19억5000만 달러(한화 약 2조3000억 원)에 코로나19 백신 인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미국은 양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BNT162'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1억 회 투여 분량을 우선 공급받게 되는데 이 백신은 1인당 2회 투여 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으로 5000만 명 분량이다. 2020.07.23.
네드 라몬트 미 코네티컷 주지사가 22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그로턴에 있는 화이자 그로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는 미 제약회사 화이자, 독일 바이오앤테크와 19억5000만 달러(한화 약 2조3000억 원)에 코로나19 백신 인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미국은 양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BNT162'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1억 회 투여 분량을 우선 공급받게 되는데 이 백신은 1인당 2회 투여 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으로 5000만 명 분량이다. 2020.07.23.ⓒ사진 = AP/뉴시스

‘질병은 불평등을 통해 찾아온다’는 명제처럼 보건학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19에 의한 흑인의 사망률은 백인에 비해 2.4배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영국에서는 4배에 가깝다고 합니다. 코로나19는 빈곤층, 저임금 노동자, 여성,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 사람들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도, 인류를 위해 공적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한 기관들도 있지만, 위기를 기회삼아 비싼 가격에 백신을 공급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 드는 제약회사들도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백신이 만들어진 초기엔 제1세계 선진국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가 많은 사람들 위주로 백신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나서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전 인류에게 필요한 만큼의 백신이 공급되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사회적 불평등의 수준이 크고 공공의료가 취약한 미국과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별 다른 대책이 없이 정점에 이르고 더 많은 희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사회 기능이 안정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나라에서는 그나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 정치가 후진적인 국가에서라면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사회의 취약한 고리를 틈타서 끊임없이 전파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코로나가 종식되기는 어려우며, 당장은 개인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다고 해도 장기간 유행하는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제1세계가 백신을 확보하고 봉쇄적인 정책을 취한다고 해도, 제3세계에서의 대유행을 멈추지 못한다면 국제 교류를 통해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 정부도 ‘한국형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정보와 그린 분야 사업에 단기간에 집중 투자해 경제 침체를 극복하고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요. 하지만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방향 전환 뿐만 아니라, 분배를 정의롭게 하는 정책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정부의 재정지출과 관련해, 기본소득이나 고용보험 확대와 같은 다양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현재 사태가 단순히 백신을 개발하고 치료제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 하나 뿐인 지구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몸 하나의 기관만 병이 들어도 온 몸 전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듯이, 사회적 불평등을 그대로 두면 사회적 면역력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사회 전반의 격차가 줄어들어 만인의 삶의 조건이 안정되고 서로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줄어들 때, 우리 사회 전체적 면역력이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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