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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고용 성차별과 직장 성폭력 피해 구제, 실효 높이려면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임신 기간 중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채용 시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요구하는 금지 대상을 ‘여성 근로자’에서 ‘근로자’로 범위를 넓히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고용상 성차별 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 조치 내용에 대한 ‘시정절차’를 도입한 것이다. 고용상 성차별을 당한 경우 혹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 노동자의 요청에 따라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주가 이런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새로 도입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고평법 제7조~제11조를 위반하여 모집과 채용, 임금, 임금외 금품, 교육 배치 및 승진, 정년 퇴직 및 해고 등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 받은 경우 혹은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와 제14조의2(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방지)에 따라 직장내 성희롱 피해노동자가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 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사업주가 이를 행하지 않은 경우,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시정절차는 기존 노동위원회의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시정절차를 토대로 해 만들어졌다. 노동자의 시정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가 조정·중재·배상을 포함한 시정 명령을 할 수 있고, 차별적 처우 등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그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의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한 분쟁에 있어서 입증 책임을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2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무급타파행동단 한 회원이 '채용 성차별 중단' 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2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무급타파행동단 한 회원이 '채용 성차별 중단' 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는 그동안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어왔고,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조치의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도 없이 과태료만 부과하고 구제절차를 마련해두지 않았던 문제점을 일부 해소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고용상 차별과 성폭력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해 구속력있는 구제방법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제도 시행과 관련해선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첫 번째, 노동자들의 ‘시정 절차 활용가능성’이다. 이번 조치의 토대가 된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시정절차는 지난 5년간 연간 평균 150건에 불과할 정도로 그 활용도가 낮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정 절차의 신청주체가 개별 노동자로 한정되어 있고, 노동조합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신청이 적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노조의 조력을 받지 않은 개별노동자가 까다로운 시정 절차의 대상요건을 파악하고 시정 명령 인정 가능성을 가늠하면서 사용자에 대항해 신청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고용상 차별이나 성폭력 피해노동자의 사정을 알고 있는 노동조합이나 제3자가 시정절차의 신청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시정명령의 실현가능성’이다. 시정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할 노동위원회법이나 규칙을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모집과 채용에 있어서의 차별의 경우 사업주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차별을 하였는지 특정하거나 해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구제조치의 실현방법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차별이 있었더라도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시정의 내용은 배상 명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명백한 고의 등이 입증되면 최대 피해액의 3배 배상을 명령할 수 있지만, 노동자 피해 범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이 과소하게 책정되고 배상명령액 또한 적게 산정될 공산이 크다. 노동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피해범위와 피해액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다.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 센터.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 센터.ⓒ고용노동부 제공

세 번째는 ‘시정명령의 긴급성 반영 여부’이다. 직장 내 성폭력 조치 의무에 대한 시정신청은 피해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긴급성, 시의성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시정신청과 마찬가지로 상당 시일이 소요되면, 성폭력 피해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지연될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노동자가 2차 가해에 노출돼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시정명령의 내용이 성폭력 여부를 밝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거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조치의무 미이행을 다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시일이 걸릴 이유가 없다.

진일보한 제도를 도입했으니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폭넓게 청취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정착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김기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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