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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국민 절반이 무주택자인데 ‘세입자 정체성’ 가진 국회의원은 없다
없음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가구 중 6가구는 '내 집'에 살고 있다고 한다. 높은 집값 때문에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 수도권에서는 10가구 중 5가구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까지나 집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봤을 때의 얘기다.

달리 말하자면, 내 집이 없어 다른 누군가의 집을 빌려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세입자)이 여전히 절반이나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의 경우 전년보다 주거 안정성이 나빠졌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늘어났고, 수도권의 경우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100만원을 벌어도 20만원은 월세나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이자 등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들, 그러니까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의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적 보호망이 허술한 상황인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적인 힘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 대부분이 내 집 마련이 꿈인 이 사회에서 주거정책 논의의 중심이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집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답답한 현실 속에서 출범한 단체가 '빌려 쓰는 사람들'이다. 권지웅 빌려 쓰는 사람들 대표는 "세입자라고 하면, 흔히 집을 가질 수 있게 집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그것보다는 빌려 쓰는 그 자체로 안전한 사회가 될 순 없을까"라는 고민 섞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누군가는 전·월세로 살아가는 사회
집 사는 것만이 정답일까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정의철 기자

권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가 "단계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월세 사는 사람에게는 전세를, 전세 사는 사람에게는 집을 사야 한다고 권하는 게 단적인 예다.

권 대표는 이를 두고 "반대로 말하면 전세로 살수록, 혹은 월세로 살수록 더 불행하게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한국 사회는 집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지난 35년간 1%도 늘지 않았다. 그럼 누군가는 월세로 또 누군가는 전세로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자가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집을 사지 말자는 주장을 펼치는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집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굳이 내 소유의 집이 없어도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집이 없다는 이유로 모욕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권 대표는 "집을 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다. 그리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나쁘다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런데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이가 가지는) 불안의 이면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건 우리가 집을 사지 않으면 언젠가 쫓겨나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닌가. 그 불안을 어떻게 다룰지를 얘기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자가를 점유하고 있는 사람은 한 집에서 평균 10년을 사는데 빌려 쓰는 사람은 3년 조금 넘게 산다. 이게 빌려 쓰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일까? 처지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최대 2년까지밖에 보장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빌려 쓰는 사람이라도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임대인과의 갈등에서 모욕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빌려 쓰는 사람들이 불행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주택이라는 재화는 땅이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땅은 유한한 것이어서 이런 것들은 보통 국가가 일정 정도 공적으로 관리하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유독 주택이라는 재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마치 이것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처럼 말해왔기 때문에 빌려 쓰는 사람들 스스로도 그것을 벗어나야 할 것으로 여기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택이라는 재화의 공공성을 인정한다고 하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도 적절히 규제돼야 했다. 그런데 규제가 하나도 되지 않았던 게 지금까지 빌려 쓰는 사람들의 처지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 비싼 주거 비용까지
청년 주거 문제에 관심 기울였던 이유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정의철 기자

사실 권 대표가 빌려 쓰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대학 시절에는 학생들의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에도, 지금도 빌려 쓰는 사람 중 한 명이었던 권 대표는 자연스럽게 주거 문제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학 진학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권 대표는 지금까지 10여 년 간 11번 집을 옮겨 다녔다. 부엌이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정말 말 그대로 "잠만 잘 수 있었던" 월세 25만원짜리 방에서 살기도 했고, 이보다는 조금 상태가 나은 월세 40만원짜리 방으로 이사도 했다가, 소득이 불안정할 때는 아예 후배네 집에 얹혀산 적도 있다. 지어진 지 오래됐었던 이 집은 창틀이 맞지 않아 밖에서는 벌레가 들어오기 일쑤였다. 권 대표는 "술을 먹어야 잘 수 있을 정도"라며 웃어넘겼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좋은 추억으로 남는 건 아니었다.

열악한 주거환경뿐 아니라 너무도 비쌌던 주거비용도 문제였다. 권 대표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하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면서 생활비를 벌었지만 비싼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그는 "생존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컸다"고 회상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얘기는 권 대표만 겪었던 특별한 경험담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봤거나 최소한 이런 상황에 놓였던 사람 1명쯤은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다.

권 대표는 "주변에 보니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제 주변 친구들도 다 그랬었던 거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그래서 거의 처음으로 총학생회 공약으로 학생들의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세웠고, 2011년에는 이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고민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함께 민달팽이 유니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현재 민달팽이주택 협동조합 이사로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청년 주거권 문제 해결 위해 등장한 민달팽이 유니온
"가장 큰 성과? 청년 주거 문제를 문제라고 여겨지게 만든 것"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정의철 기자

당시 민달팽이 유니온의 등장은 큰 관심을 모았다. 자취나 하숙을 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청년들의 주거권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도 쏟아졌다. 그만큼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권 대표는 "민달팽이 유니온 초기에 저희가 고민했던 건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설득하는 게 가장 핵심이었다"며 "청년 주거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는 문제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에 그동안 청년 주거 문제는 문제라고 여겨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2013년에 '청년주거빈곤 보고서'를 발간하고 청년들의 주거 빈곤 상태를 들여다봤는데 유독 청년들에게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제야 어쩌면 이 문제가 누구나 겪는 잠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조적으로 양산해내는 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보통 '나 때는 더 심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개인이 스스로 극복해내기 어려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고, 주거 문제를 다룰 때 청년 주거 문제도 포함해달라는 얘기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인정받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은 당시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권 대표는 "이전까지는 오랫동안 청년 주거 정책이 따로 있지 않았다. 이전의 주거 복지 체계 내에 청년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며 "통상 주거 복지 체계는 가구원 수가 많은가, 그 지역에 오래 살았는가, 연령이 많은가, 주택 청약을 오래 넣었는가를 기준으로 봤는데, 이 기준에서는 청년들이 당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겪는 주거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원의 일부를 거기에 배분하고 주거복지 체계 내에 청년을 포함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게 민달팽이 활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왜 세입자 정체성 가진 정치인은 없을까
"집 없는 사람들 위한 정치" 내세우며 정치 도전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8.03ⓒ정의철 기자

이렇게 10여 년, 주거 관련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권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총선 당시에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에도 첫발을 뗐다. 그가 출마 당시 내세웠던 구호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였다.

권 대표는 "그동안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에 '이런 일을 좀 해달라'며 부탁해왔다. 그런데 빌려 쓰는 권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예를 들어 세입자 문제나 주거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 문제를 내세워서 선거에 뛸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역구 선거에서 '나는 세입자들도 시민으로 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과연 당선될 수 있을까. 그전에 그런 시도를 하는 정치인들이 있었나"라며 "이것(세입자 문제 해결)을 표방하지 않고 당선된 사람이 이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41억이었고, 평균 나이는 55세였다. 이런 정치인들이 세입자 문제에 공감할 순 있어도 자신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세입자 문제를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그 문제를 겪는 사람이 출마하지 않는 이상 없을 것 같다. 꼭 제가 아니더라도 지금 시작해야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세입자 정체성을 가진 정치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여러 정당 중 민주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더 큰 문제 제기가 아니라 문제를 풀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양당제 상황에서는 그나마 (미래통합당보다는)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민주당을 설득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당 내에서 세입자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고, 그 사람들이 어떤 시기에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해야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대표의 생각처럼 세입자로 살고 있는 유권자들이 스스로를 '빌려쓰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은 집을 가진 사람은 '소유권자'로, 집을 갖지 않은 사람은 '예비 소유권자'로 스스로를 명명했던 것 같다. 지금은 빌려서 살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는 소유권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주택 소유권과 관계된 이해관계에 되레 앞장서 옹호하는 사람만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집을 가진 사람'과 '빌려 쓰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빌려 쓰는 사람이 아닌 집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고 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불안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명명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비례대표 순번 22번이었던 그는 아쉽게도 21대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빌려 쓰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는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다.

권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는) 조금 더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 같다"며 "하지만 주거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제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정치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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