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의사들의 파업, 명분 없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거세다. 전공의들은 오늘 파업을 한다고 한다. 일주일 뒤인 14일, 의료계 총파업이 예고됐다. 물론 의사라고 해서 집단행동을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아무리 봐도 명분이 없다.

정부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방안이다. 한 해가 아니라 10년이다. 결코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 중 3000명은 지역 의사로 선발해 10년 간 지역에 복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의료의 현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태부족이다. 나머지 1000명은 특수 전문 인력으로 활용한다. 이를 태면 역학조사관 등이다. 위기 상황에서 이런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는 이제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현재 2.4명으로 OECD 평균인 3.48명에 한참 미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5년 동안 동결 상태가 유지됐다. 의사 확충을 위한 논의는 사실 너무 늦은 게 문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구 감소로 인해 1000명 당 의사 수 같은 지표는 의대 정원을 손보지 않아도 개선될지 모른다. 하지만 노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가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양의와 한의로 나눠져 있는 의료현실을 감안하면 지금 드러난 지표보다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간 의료 격차다. 그나마 부족한 의사가 온통 서울에 몰려 있다. 그것도 소위 ‘돈 되는’ 진료과목에 편중됐다. 국가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의료혜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책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의사협회는 이 정책에 대해서 ‘정부의 소통 부족’을 문제 삼았다. 과정이 어땠는지는 들여다 볼 문제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정부 의료 정책의 이해관계자인 것은 분명하더라도 그렇다고 의사협회가 의료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 안의 다양한 단체들은 오히려 정부 정책이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정부가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은 어디까지나 의료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이다. 소통도 국민과 먼저 해야 한다.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

어쨌거나 지금은 세계적인 보건위기 국면이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계는 국민으로부터 전례 없는 신뢰를 쌓았다. 이 성과를 훼손하고 헛되이 하는 것보다는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집단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10년 간 겨우 4000명 늘어나봐야 이미 가지고 있는 의사들의 입지에 큰 흔들림이 있을 리 없다. 그 작은 것에 집착하기보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의사 집단이 먼저 열린 태도를 보여줘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