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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엄마의 그림일기] 여름방학, 밖은 위험하니 디지털 속으로?

신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올해를 시작하며 1월에 작성한 2020년 내 버킷리스트에는 여름방학에 아이들과 지리산 종주라고 써놨는데 과연 갈 수 있을지 한치 앞을 모르겠다. 다른 때 같으면 강릉이나 양양 바다에도 가고, 박물관 미술관도 하루쯤 가고, 친구들과 캠핑도 하고. 홍천에 새로 생긴 공공 야외수영장도 매일 이용하기 아주 좋던데. 코로나에 이어 계속되는 폭우로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는 하루하루다.

어디를 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엄두도 못 내는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요즘은 집집마다 아이들과 지내며 가장 고민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과 게임이다. 우리집은 최대로 늦춰 잡아 초등 5학년이 되면 스마트폰을 사주겠다는 원칙을 세워놨는데 사주기까지 엄청난 갈등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소풍 가는 날엔 버스 타고 가면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친구 옆에 앉아 종일 구경하느라 서러움이 폭발한 아이의 울음을 달래주며 온갖 원망을 들어야 했다. 자기가 얼마나 초라해 보였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며 엉엉 울어대는 아이 앞에서 그냥 사줘버릴까 마음이 흔들리기도 여러 번이다.

친구들이 하는 게임 이야기에 끼지 못하기도 하고, 단톡방이 무엇일까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울고불고 하기도 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나의 고민은 늦춰졌다. 엄마들이 늘 아이들의 폰 사용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면 “안 사주면 되지, 왜 사주고 저렇게 고민이실까? 어떻게 해도 제어가 잘 안될 텐테” 했던 때가 엊그제다. 가끔은 모든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금지 법안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지금 6학년이 된 아이는 1년 7개월째 스마트폰을 소유 중이고, 4학년 아이는 코로나로 인한 인터넷 수업 때문에 아빠의 태블릿을 자기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빨려들어간 아이들
스마트폰으로 빨려들어간 아이들ⓒ박지선

당연히 디지털의 세계로 들어간 아이들의 시간은 한없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에겐 원칙이라는 게 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 아니면 두 시간? 주중에는 안 하고 주말에는 실컷 하기? 이 모든 원칙은 코로나를 겪으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는 시간 동안 줌(Zoom) 수업이나 SNS 채널을 이용한 영상수업을 했고, 인터넷 강의로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되었다. 일하는 엄마아빠라 종일 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모든 시간을 같이 할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아이들끼리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은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데 힘들거나 오래 걸린다. 생각해 보면 어른도 손에서 놓기가 어려운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하겠는가.

“얘들아! 우리 수타사에 산책이라도 다녀올까?”하면 여지없이 들리는 말은
“아니, 엄마 갔다 와. 밖은 위험해. 우린 집에 있을게”

침대에 누워 뒹굴 거리며 폰을 들여다보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슬금슬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집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아! 이런 상황은 어떻게 슬기롭게 넘겨야 하나.

나는 아직 아이들과 산책을 하며 자박자박 흙을 밟고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으며 계절이 바뀌는 때마다 달라지는 바람의 감촉을 느끼고 싶다. 묽기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관찰하며 붓 끝에서 종이 질감을 느끼며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보고, 글을 쓰고 소리내어 읽고 싶은데 자꾸만 디지털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과는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야 할까?

아직도 난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아직도 난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이 많다ⓒ박지선

최근 아이가 “엄마, 이것 좀 봐”하며 자랑스럽게 자신이 구축한 세상을 보여준다. 게임 속에서 아이는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고, 신제품을 개발해서 판촉을 하고, 인심을 쓰며 그동안 모은 아이템을 나눠주기도 하고,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고 구걸도 하고, 돈을 모아 자기가 원하는 집과 차를 사기도 한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은 온통 여기에 모인 듯하다.

“그래 재밌겠다. 돌아보면 이런 게임도 엄마가 어릴 적 오락실에 가서 한 너구리 게임 같은 추억이겠지? 게임도 하고 음악도 많이 듣고 엄마랑 드라마도 한편씩 볼까?”

최근엔 아이들과 가능한 일주일에 두세 번씩 꼭 붙어 앉아 지나간 드라마를 보며 여기서 본 이야기도 나누고 음악도 듣고 드라마의 배경과 역사 이야기도 찾아본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삶 더 깊이 다가온 디지털 시대, 배우고 소통하고 사랑하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더 다양해지고 셀 수 없이 많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전염병이 물러가고 날씨가 좋아지면 꼭 갈 것이다. 지리산에. 딸아, 아들아! 와이파이 되는지 안 되는지 묻지 마라.

박지선 마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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