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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우 속 동물 수난, 생명의 고통은 다르지 않다

기록적인 폭우로 동물들도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전남과 전북에 강타한 이번 집중 호우는 농장 동물에게 대재앙이었다. 전라북도와 남원시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까지 확인된 닭과 오리, 돼지, 소 등 49만여 마리의 동물이 폐사했다고 한다. 수해복구 작업을 시작하며 축사 안에서 떼죽음을 맞이한 소와 돼지의 사체가 하나둘씩 끔찍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헤엄을 잘 치는 동물에 속하는 소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속에서 간신히 고개만 내민 소, 지붕 위에 올라가서 빗물에 목을 축이는 소, 침수를 피해 산길을 따라 500m 이상 이동하여 절로 대피한 소, 경남 합천에 있던 소가 밀양까지 떠내려왔다는 소식이 물난리 뉴스와 함께 전해졌다. 동물들의 겁에 질린 눈과 울음소리를 통해 우리가 느낀 것은 이들도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의 피해만큼이나 동물의 피해도 크다. 끈에 묶여 있거나 축사 문이 닫혀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동물에 대한 대피 가이드라인 조차 없다. 심지어 대피시설에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반려동물은 함께 이용할 수 없다. 폭우로 인해 동물들이 받은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늘었지만, 제도적으로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동물을 재산상 가치로만 따져 보상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동물보호와 생명의 관점에서 재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 대피시설 마련을 언급한 바 있다. 아직 생소한 영역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도 ‘동물권’에 주목하고 ‘채식’을 선호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동물권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동물의 기본권리는 고통과 착취의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 보호받는 집, 서식지, 또는 생태계를 가질 권리, 법정에서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법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 인간들에게 이용당하거나 학대당하거나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 소유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권리 또는 그들의 권익을 위해 행동하는 보호자가 있을 권리 등이다.

지붕 위에 고립된 소가 구조되고, 구조된 어떤 소가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그 소들의 마지막은 인간의 식탁 위라는 점은 잊혀진다. 이번 폭우로 인한 동물 수난이 우리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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