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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폭발참사 : 다시 불붙는 국민들의 분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참사를 계기로 성난 민심이 재점화하면서 레바논에서는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0.8.11)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참사를 계기로 성난 민심이 재점화하면서 레바논에서는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0.8.11)ⓒAP/뉴시스

편집자주/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6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다시 불이 붙었다.

앞서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3개월간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고, 올해 1월 새 내각이 들어섰다. 그럼에도 이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이번 참사로 국민들의 분노가 재점화하면서 하산 디아브 총리가 '내각 총사퇴'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레바논 국민들은 미셸 아운 대통령의 사퇴까지 요구하면서 연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참사 직후 레바논 민심을 담은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Beirut’s Deadly Blast Reignites Anger Against Lebanon’s Ruling Elite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아 잔해를 계속 파헤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었다. 정권을 향한 심판의 날을 세우면서 말이다.

지난 4일 두 번의 초대형 폭발사고로 베이루트 항구가 초토화됐다. 폭심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패였고, 폭발 현장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빌딩이 무너졌다. 거리는 유리와 잔해들로 뒤덮였다. 전선이 여기저기 엉망으로 늘어져 있었다.

레바논 국민은 폭발이 일어난 수도 베이루트를,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청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인 후시안 알헤이바의 표현 그대로다. “이 잔해를 다 치우고 나면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올 것이다.”

장기 보관 중이던 2천750톤의 비료용 폭발물질로 인해 발생한 폭발 사고의 배경에 대해 아직도 해명되지 않은 점이 많다. 하지만 레바논 현지에서는 대부분이 정부와 정치권 엘리트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활동가들은 인터넷으로 전국적인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그들의 상징은 올가미이다.

옆옆 나라에서 지진으로 기록될 만큼 강력했던 폭발로 베이루트에서 최소 135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 구조 활동이 계속될수록 그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레바논 현지 시간 11일 기준 사망자는 171명, 부상자는 6천여 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레바논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너무 낮기 때문에 갖은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레바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덮기 위한 사건이라는 설부터 금요일로 예정됐었으나 현재는 연기된 라픽 하리리 전 총리의 살해 사건에 대한 선고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설까지 등장했다. 심지어는 헤즈볼라의 무기고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폭탄 잔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결국 증거를 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모든 혼란 때문에 정부에 대한 악감정만 더 커졌다. 레바논의 경제는 파탄 직전이다. 엄청난 부채로 정부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고, 바닥으로 떨어진 통화가치, 거의 전무한 외화보유고, 악화되는 식량 부족으로 이미 정부에 대한 불만은 높았다. 그런데 국가 역사상 가장 컸던 폭발로 그 불만이 증폭된 것이다.

레바논은 지난 몇 달간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각자 이익을 확보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의 의견이 분분해 하나의 입장은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레바논의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베이루트 시장은 도시가 회복하는 데 1-2년 정도 걸릴 것이라 내다 봤다. 이번 사고의 규모를 생각하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식량을 비롯해 모든 수입품이 들어오던 레바논 제1의 항구가 완전히 초토화됐다.

경호원 두 명을 대동하고 피해 상황을 둘러보던 마크누크 의원은 “페니키아 시대 이래 베이루트에서 항구가 없어진 적은 처음”이라며 “국민 대부분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작 본인 역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레바논 정부는 항구 책임자 몇몇을 가택연금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수요일 거리에 나온 자원봉사자 중에서 정부의 진상조사 약속과 정치인을 믿는 이는 거의 거의 없었다.

거리를 뒤덮은 유리조각을 쓸어 담고 있던 케이베르 쿠리는 “10월 전국 시위를 시작한 다음에 그 도둑놈들을 다 철창에 가둬둘 때까지 계속 거리에 있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쿠리는 실직자다. 그는 “이것은 혁명이 아니다. 이것은 봉기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한편 80대 할머니 한 명이 조그만 쇼핑백 하나를 들고 폐허가 된 자기 동네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파트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녀는 “누가 아파트를 다시 지어주겠어? 정부는 우리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레바논 내전을 모두 겪었던 그녀도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가 되고 저녁이 다가오면서 북부의 트리폴리에서 오는 버스가 늘어났다. 버스에는 정부 반대 구호를 외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레바논의 각종 문제를 성토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와 기아, 굶주림, 그리고 모멸감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 탑승자는 외쳤다. 또 다른 탑승자 모하마드 예게는 레바논 국민을 저버린 엘리트 지도자들을 성토했다. 레바논을 돕기 위해 이미 나선 국가들이 있다. 이 국가들은 의약품과 구조대원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게가 원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도움이었다. 예게는 “유엔과 유럽연합, 그리고 다른 걸프만 국가들에게 이 부패한 인간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어떤 도움이라도 받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4일 대규모 폭발 참사로 폐허가 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 (2020.8.5)
지난 4일 대규모 폭발 참사로 폐허가 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 (2020.8.5)ⓒAP/뉴시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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