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김민웅의 생각] 지금이 ‘굿바이 문재인’을 외칠 때인가

1.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논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K 모델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터에 부동산 시장을 비롯, 이른바 내치(內治)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정권 안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언제나 언론이다. 과장, 왜곡, 가짜 뉴스로 문재인 정부를 헐뜯는데 매일 진력을 다하고 있다. 적폐 카르텔의 권력탈취 음해에 지나지 않는 보도가 언론으로 포장되고 있다.

팬데믹 현실에서 벗어나오고 있지 못한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도시봉쇄(Lockdown) 없이 팬데믹을 막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가까운 일본과 세계 최강국 미국의 일상적 현실과 비교해도 이는 명백하다.

이 정도 팬데믹 관리는 세계 유례가 없다. 미국 뉴욕은 중소상인들의 경우 파산의 위기에 몰려있다. 임대료 지불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경제침체가 일상이다. 한국의 중소상인들도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으나 일상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틈이 있는 셈이다. 물론 고통은 타자와 비교하기 어려운 당사자의 처지가 있게 마련이나, 문재인 정부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누가 봐도 어거지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난데없이 독재요, 전체주의요, 일당독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미통당은 이미 ‘종북좌파 독재’ 운운으로 한참 전에 시동을 걸었고 정치검찰 윤석열이 이 용어의 확장 기회를 포착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경향신문까지 어디를 말하는지 감추고는 “독재자 늦기 전에 떠나라”라는 제목으로 벨라루스 사태를 슬쩍 끼워놓은 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는 얕은 수를 썼다.

윤평중 칼럼 - 문재인 정권의 연성 파시즘
윤평중 칼럼 - 문재인 정권의 연성 파시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2.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당연하다. 그러나 파시즘의 원조들이 자기 정체는 감춘 채 문재인 정부를 도리어 독재권력이요, 파시즘이요 운운으로 몰고 가는 것은 그야말로 가당치 않다. 전선(戰線)의 성격을 조작하고 있다. 민주정부를 파시즘 권력으로, 극우 파시즘 세력을 민주세력으로 뒤집어 놓는다. 이제 자신들이 민주투사라는 것이다.

해방정국에서 친일세력이 ‘빨갱이 잡기 광풍’을 일으켜 졸지에 애국세력으로 둔갑했던 방식의 되풀이다. 이자들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요괴”들이다.

조선일보(2020년 8월 14일자)에 기고한 한신대 교수 윤평중의 글은 그런 흐름의 한 보기이다.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세운 민주정부를 ‘연성(軟性) 파시즘’ 어쩌구로 매도하면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을 거기에 달아놓은 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을 지경이다.

그 ‘생각’을 무지로 바꾸고 냉전주의 논리의 울타리 안에 가두려는 극우 신문에 기고한 글이라는 점도 그렇고, 학자라는 차원에서도 파시즘의 이해 자체가 굴절되어 있다.

대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결합이 대중의 불만과 만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민주정부에 대한 반란을 선동하는 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프란츠 노이만(Franz Neumann)의 [괴물(Behemoth)]을 읽어봤거나 풍문으로라도 들었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파시즘 프로파간다에 충실한 궤변일 뿐이다.

진보언론의 경우 또한 철저하게 인식해야 할 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사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임무를 지닌 민주주의의 정치적 거점이다. 촛불시민들이 권력을 교체해냈지만, 여전히 우리는 포위되어 있다. 정치검찰의 존재가 그렇고 조중동 수구 언론 카르텔이 그러하며 재벌의 통치가 또한 그러하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적과 함께 민주주의의 거점을 공격하고 있다. 이건 중대한 ‘정치적 착오’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건 매우 필요한 작업이며 정밀하게 조준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이 문재인 정부의 몰락을 부추기는 식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극우정치 세력의 의도와 하나가 되고 만다. 이를 진영논리 운운으로 비판하는 것은 현실의 엄중성을 모르는 탓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일제 식민지 강점기로부터 존속해온 역사적 적폐 세력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간신히 세워놓은 너무나 소중한 정치적 본부이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3.
당 전체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부 진보정당 인사들이 ‘민주화 세대와의 결별’을 외치면서 여는 토론회도 이와 다를 바 없는 정치인식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와 미래의 과제가 뒤엉켜 있는 현실에서 파시즘의 역사와 치열하게 투쟁해온 세력을 적대시하는 논법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역사는 과거의 어둠을 뚫고 현재라는 시대를 만들어왔으나 그걸 기득권으로 삼아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세력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고 청산하는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민주화 세대와의 결별을 외치는 이들은 그렇게 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착오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이런 혐의를 부정할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담론에는 검찰개혁에서 분단해소, 그리고 미국의 남한 지배체제의 청산이라는 화두가 보이지 않는다. 정작 결별해야 할 것은 ‘전선 설정의 오류’다. 이 모두는 현장의 고통과 분리된 관념적 진보의 산물이라고 여겨진다.

이에 더하여 이른바 진보 지식인으로 한때 이름을 올렸던 자들이 극우가 기획한 모임의 발언대에 오르려다 취소했거나 또는 그렇게 하는 걸 보면 어떻게 거기까지 가게 되었나 싶다.

이건 진보의 분열이 아니라 진보로 포장된 몰역사적 사유집단의 분리다. 그 정치적 수명은 매우 짧을 것이다. 역사의 궤도와 결별하겠다는 세력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4.
75주년 8.15 광복절에 또 다시 준동한 친일세력의 존재는 이 나라 역사의 난관이 누구에 의해, 어떤 정치 사회적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지 그대로 보여주었다. 일장기까지 등장하고, 친일세력 청산에 반발하는 정치세력이 목소리를 높였다.

친일청산 논쟁을 가져온 김원웅 광복회 회장의 기념사는 더할 나위없는 우리 역사의 모순과 과제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친일 미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 “미군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해체를 강요했고, 맥아더는 한국 국민들의 친일 청산 요구를 묵살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 “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고 하는 곳에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있다”, “친일을 비호하며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 조목조목 옳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반성없는 민족 반역자를 끌어안는 것은 정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독립운동의 세대조차도 역사에서 제대로 된 위상을 여전히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화 투쟁의 역사는 또 어떨까? 이들의 삶은 우리 근현대사의 투쟁과 그대로 직결되어 있다. 반민특위의 21세기 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관철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논의가 낡은 진보의 담론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5.
거듭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치열한 비판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 투쟁을 통해 권력의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오른 이들 또한 그 대상이다. 180석이라는 거대한 힘을 부여한 역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의식과 함께 담대한 실천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능력한 집단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본래의 가치와 의도대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자기 비판적 자세와 함께 촛불혁명의 본령에 충실하는 노력을 담대하게 기울여야 한다. 과감한 실천만이 답이다.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난상토론과 비판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동력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목표의 동일성이다. 그것을 비틀거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비판과 토론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모함이 될 뿐이다.

여기서 한 마디, 분명히 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이데올로그를 가져야 한다. 명확한 역사의식과 정치철학 그리고 미래비전과 함께 통찰력 있는 설명능력을 가진 이들이 대통령의 주변에 포진해야 한다. 그래서 파시즘 세력과 당차게 싸워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논란이 확대되어도 그걸 맞받아 치열하게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라.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낸 권력을 지켜내지 못하면, 그 책임은 막중할 것이다.

6.
심사숙고와 진지함을 넘는 파격과 선명함이 절실한 때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한미합동군사훈련부터 중단하라. 부동산 적폐 세력을 과감히 척결하라. 가짜 뉴스로 민주주의를 교란시키고 있는 파시즘 언론을 확고하게 다스리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사즉생(死卽生)이라는 여당의 결연한 각오가 있지 않고는 정치적 혼돈상태를 막아낼 수 없게 된다.

문재인 정부를 지켜내지 못하면 파시즘의 도래가 예고된다.

상대는 전쟁을 하는데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고 있다면 승패는 이미 결정되고 만다. 서울시의 수장을 잃은 상태에서 대선까지 준비해야 하는 마당에 한가할 사이가 없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 이후 이어질 정치적 계산에 휘둘리지 않는 철학적 지향점과 전략적 담대함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놓여 있는 인식의 혼란 상태를 끊임없이 정리하는 일이다. ‘정세의 해석투쟁’은 민주주의의 핵심 임무이다. 역사의 진로는 거기에서 이미 판정이 난다.

편집자 주:건강한 논쟁을 위한 반론 투고 환영합니다.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