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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유엔 총회 보고 분노 느낀 20대 청년의 기후변화 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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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일상을 흔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새 폭염·태풍·폭우가 ‘기록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타나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켰다. 세계적으로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으로 생태계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는 일상에서 뒷전이 된다. 긴 장마에 처진 기분은 날씨가 개면서 활기를 찾는다. 생태계 문제에 대한 위기감도 환경단체 후원 광고를 볼 때뿐, 뒤돌아서면 먼 나라 얘기가 된다.

18일 만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변화를 알아갈수록 심각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며 “우리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이상기후가 국내외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에서 지난해 9월 시작한 산불이 올해 2월까지 장기화된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이 지목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올해 폭우까지 기후변화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장마는 54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남겼으며, 폭우로 인한 이재민만 8,100여명, 사망자도 37명이 발생했다.

그는 “이미 우리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며 “‘지구 온도가 높아지니까 좀 더워지겠거니’ 생각했는데, 기후변화 위험성이 문명을 위협할 수준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많이 쌓여있더라”라고 말했다.

UN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가 2018년 발표한 ‘1.5℃ 특별보고서’는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제한하지 않으면, 많은 지역에서 극한 고온과 호우 빈도·강도 증가, 가뭄 등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한 경우보다 2.0℃ 상승한 경우 기후변화가 더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주된 주장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18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18ⓒ김철수 기자

“유엔 총회에서 느낀 분노, 기후변화 활동 거름 돼”
“2020년, 기후변화 공론화하는 해 될 것…역할 하고파”

오 연구원에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자 “보이지 않는 위협에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다”고 운을 띄웠다.

“뇌리에 남는 기억이 있다. 부산에서 자랐는데, 초등학생 때 어머니가 에어컨을 틀어주는 기준이 30℃였다. 그때는 8월에도 에어컨을 켜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에서 재수학원에 다닐 때는 5월에도 후덥지근해서 에어컨을 틀더라. 일상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대학에 가면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 연구원이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BigWave)에서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활동을 시작한 건 2017년이다. 2013년 입학 이후에도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기후변화와 환경 관련된 활동을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한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의미 있는 활동보다는 친목 모임 성격이 강했다. MT를 갔는데 1회용품도 많이 쓰고 재활용 분리수거도 안 하더라. 회장한테 물었더니 ‘미국도 분리수거 잘 안 한다. 우리가 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 현타가 왔다.”

“사실 진로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대학생 때는 동아리 차원이라지만, 향후에 기후변화 활동으로 먹고사는 게 힘들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6년 여름 여유를 갖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한 번이라도 기후변화 현상과 정책 흐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다. 그래서 이듬해 기후변화 관련 수업도 찾아서 듣고 빅웨이브에 들어가서 나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빅웨이브는 청년들이 모여 기후변화 관련 정책·경제·인문학 스터디를 통해 접근을 다각화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정부 저탄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는 외부 전문가로 포럼을 구성해, 지난 2월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초안을 마련했는데, 빅웨이브는 다른 청년들과 함께 포럼 검토안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담을 것을 요구했다. 탄소중립은 탄소를 배출한 만큼 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한국을 비롯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2050년까지의 계획을 LEDS에 담아 올해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2월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파리이행 지침 마련을 위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회의장에서 한국 수석대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2월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파리이행 지침 마련을 위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회의장에서 한국 수석대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환경부

오 연구원은 2018년 폴란드에서 개최된 제24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도 참관했다. 총회 주요 논의 대상은 파리협정 이행지침 마련이었다. 구체적인 쟁점은 1.5℃ 특별보고서 채택 여부에 붙었다. 보고서 채택은, 당사국이 보고서 경고를 받아들여 탄소 감축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가 된다. 정치적 구속력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당시 미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4개국이 반대하면서 채택이 무산됐다. 이들 국가는 탄소 감축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저탄소 이행에 대한 부담을 지길 거부한 것이다.

“그 행사(COP)가 탄소를 굉장히 많이 배출한다. 2만여명이 행사 참석 과정에서 비행기를 타고 전기를 쓴다. 그럴 거면 선언문 채택 정도는 해야 한다. 각국이 저탄소 노력을 내세우며 용비어천가를 부르면서, 진전된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선언 하나 채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허례허식이 가득 찬 곳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답답한 경험이기는 했는데, 뒤돌아보면 기후변화 활동을 이어나가는 거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빅웨이브는 환경일보와 협력해 객원기자단도 운영했다. 오 연구원도 환경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지난해 기후솔루션 부대표로 활동 중이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변호사)과의 인터뷰도 큰 울림이었다. 그는 ‘2020년이 기후변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이 의원 얘기에 동감했다. 모든 사회 문제가 의제로 대두되는 총선이 예정돼 있었고, LEDS 제출 시한도 다가오고 있었다. 올해는 한국이 제안해 유엔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 1회를 맞는 해이기도 하다. 오 연구원은 “기후변화 문제를 공론화하고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뭔가 역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가 지난 1월 14일 공개한 호주 산불 피해 현장 사진 중 산불로 인해 숯으로 변한 나무들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그린피스가 지난 1월 14일 공개한 호주 산불 피해 현장 사진 중 산불로 인해 숯으로 변한 나무들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그린피스

“시장에 석탄화력발전 설 곳 없어…한전, 사양산업 우두머리 되려고 해”
“정부, 탄소중립 구체화하고 기업에 명확한 시그널 보내야”

오 연구원은 빅웨이브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고 여러 사람과 고민을 나누면서 문제의식이 커져가던 가운데, 졸업을 앞둔 지난해 11월 기후솔루션 공채 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그는 기후솔루션에서 주로 한국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다룬다. 한국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한국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 민간 건설사가 사업·투자 주체다.

석탄화력발전 사업·투자의 정치·경제적 부당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게 오 연구원 주요 임무다. 석탄발전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현지 탈석탄 정책 변화를 바탕으로 사업 위험성도 분석한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설 곳은 없다. 2020년대 중후반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화력에너지보다 낮아진다. 국책연구원도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수익성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민간 금융권도 석탄화력발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전력은 사양산업의 우두머리가 되려는 것 같다. 해외 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석탄화력발전을 지속하는 건 사업주든 국민이든 큰 리스크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빠른 탈석탄 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기폐쇄, 가동중단 계획을 수립하는 게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2018년 기준 세계 전력 투자 현황을 보면, 신재생 분야가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화력과 원전 투자는 각각 16%, 6%에 그친다. 미국만 해도 2016년 이후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았다. 한국은 현재 7기가 건설 중이다. 중국은 석탄발전소 건설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일대일로 관련 해외투자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압도적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풍력발전소 약 25GW, 태양광발전소 약 30GW 규모 설비를 신규로 구축했다. 한국은 현재까지 설치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풍력발전소 1.5GW, 태양광발전소 13GW 수준에 그친다. 중국이 신규로 설치하는 용량보다 적은 셈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18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18ⓒ김철수 기자

한국 정부는 여전히 탄소중립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린 뉴딜에도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229만톤 줄이겠다는 목표만 담겼을 뿐, 탄소중립 선언은 없었다. 이미 70여객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25년 1,229만톤 감축안은 과거에 발표한 로드맵에 담겨 있던 내용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향후에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 2025년 목표도 그에 맞게 재설정해야 한다. 현재 계획은 터무니없이 소극적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주체 가운데 정부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본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다른 이해관계자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특히 기업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면 기업은 맞춰나가게 된다.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정책을 세웠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감축목표달성을 위한 중단기 감축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중이다.”

오 연구원은 정부가 탈석탄에 따른 노동 시장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없어질 것”이라며 “화석 연료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하고 기업의 업종 전환을 모색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종 전환 없는 무조건적인 공적 자금 투입은 결국 국민이 부담을 지게 된다”며 “고용보험과 일자리 교육 등 안전망 확충과 계획적인 업종 전환으로 제조업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오 연구원 최대 관심사는 한국전력이 베트남에서 추진하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 사업이다. 한국전력은 이번달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참여하지 않으면,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오 연구원은 “민간기업 입장에서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사업은 전혀 매력없는 사업”이라며 “사업 추진이 재무적·환경적 논란으로 불확실할 뿐더러 삼성그룹 브랜드가치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의 기후변화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는 “일이 재미있다. 더 해야 할 것 같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 실무적으로도 그렇고, 에너지 관련 기술적 측면에서도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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