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가을쯤 2차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더니 시기를 앞당겨 찾아온 걸까.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감염 경로를 알수 없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난상황은 우리 사회의 원래 취약하던 고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떤 이유에서든 적극적인 개인 방역이 어려운 이들의 감염 위험이 더 높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경제적으로 더 크게 위협받는 이들이 있다. 회사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이 가능한 업종도 있지만,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하고 업종도 있다. 심지어는 코로나 시국에 일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택배 산업'이다. 코로나19가 유행되며 '비대면'이 주목을 받게 되고 사람들이 외출 횟수를 줄이면서 수혜를 입은 산업 중 하나다. 주요 택배회사의 1분기 영업 이익과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는 폭증했고, 올해만 여러 명의 택배노동자가 업무상 과로로 사망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이고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있던 '약한 고리' 중 하나였다. 이것이 지금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각 택배회사의 정규직원이 아니라 실질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노동에 대한 통제권은 약하고, 자기 소유의 트럭에 회사 로고를 그려 넣고 회사 유니폼을 입은 채 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해서 노동시간을 줄일 수도 없다. 병가나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도,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도 없다. 코로나 시기 폭증한 업무량으로 감염 가능성에 과로 위험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들은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가.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라서 실직하게 되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코로나 관련 각종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의무가 아닌데다 보험료의 절반을 노동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약 5만 명으로 추산되는 택배노동자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7천명 정도다. 상반기에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7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택배노동자의 낮은 산재보험 가입율과 코로나 시기 택배가 폭주하는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과로사한 이들은 7명이 전부일까.

재난상황에서 드러나는 '약한 고리'가 택배노동자만은 아닐 것이다. 유례없이 규모가 크고 긴 감염병 재난상황 역시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테다.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이런 재난상황은 더 자주 닥쳐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많다. 올해 코로나 유행 중에 장마까지 유별나지 않았던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 아주 드물고 특수한 일은 아닐 것이란 의미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일시 지원되는 '재난지원금'만으로 모두의 안녕을 바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부지런히 갖춰야할 때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에 대한 확대 논의가 더욱 진전되고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김세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직업환경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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