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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자라는 아빠]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는 중

올여름은 유난히 기네요. 한 달 반짜리 끔찍한 장마를 견디고 나니, 광복절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졌습니다. 집과 직장 근처에 확진자가 생겼다는 소식이 빈번해졌습니다. 영화 속 괴수의 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집 창문 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자칫하면 우리 가족이 다음 차례가 될 것만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어린이집은 휴원했습니다. 프리랜서인 아내의 일정이 모두 취소되어 '가정 보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불행 반 다행 반입니다. 문 닫은 어린이집에 어쩔 수 없이 '긴급 보육'을 맡기는 맞벌이 부모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쪽이든, 보내지 않는 쪽이든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이 상황에서 마냥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집 철부지 아이입니다. 심지어 "코로나가 계~속 되어서 어린이집에 안 갔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여섯 살짜리가 세상의 힘듦을 미리 알 필요는 없겠지요.

아침 8시, 온종일 엄마와 함께 있게 되어 즐거운 아이와 달리 아내의 표정은 무겁습니다. 아내에게는 긴 하루가 되겠죠. 빨리 집에 오겠다는 말을 건네곤, 남은 연차를 세며 출근을 합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저녁 7시, 녹초가 된 아내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앉았습니다. 아이는 그런 엄마에게 막 혼이 났는지 눈가가 촉촉한 채 시무룩해 있습니다.

둘 다 집에 있느라 애썼습니다. 실은 나 역시도 녹초입니다. 이 무더운 계절, 장시간 마스크를 써야하는 생활에서 오는 피로감이 확실히 큽니다. 어딜 가거나 누굴 편히 만날 수도 없는 이 시기, 육아를 전담하는 쪽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쪽도 쉽지 않습니다.

나도 쉬고 싶지만 아내에겐 육아 퇴근이, 아이에게는 바람을 쐴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인적 드문 공원을 일부러 찾아가야 합니다. 다행히 집 앞 공원에 행인이 전혀 없네요. 아이는 선선한 저녁 공기에 기분 전환이 되는지, 나무 막대를 들고 폴짝폴짝 뛰며 앞장섭니다.

- 아이:(손으로 얼굴을 훔치며) 어푸어푸, 나 거미줄 병에 걸렸나?
-나:그런 병은 없을걸?
-아이:그런데 왜 자꾸 거미줄에 걸려?

그래도 아이는 밝습니다. 다행입니다.

아빠도 누워봐. 돌이 따뜻해!
아빠도 누워봐. 돌이 따뜻해!ⓒ사진 = 오창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김밥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김밥을 포장해가자고 했지만, 아이는 굳이 가게 안에서 먹겠다고 합니다. 아이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손님이 우리말고) 아무도 없어라, 아무도 없어라" 주문을 외며 가게로 향했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습니다. 통통하고 귀여운 남자아이 둘과 엄마가 식사를 마쳐가는 중입니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던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문득 떠오릅니다.

- "수현아. 우리는 다른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 들어가자."

몇 분 기다리지 않아 우리는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배가 고팠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무한제공 반찬 코너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떠먹습니다. 맛있습니다.

하지만 아뿔싸! 여러 손님이 이용했을 무한제공 반찬을 무심코 떠먹은 것이 실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혹시 코로나가 앉은 반찬 아냐?' 의심과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활동에서 불안을 느낀 그 순간, 코로나19는 내 생애 최초이자 최악의 재앙이었습니다. 모든 위험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요.

내후년에야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때면 아이는 초등학생입니다. 내가 겪어본 적 없는 학교 생활을 하게 될테지요. 학교에서는 감염 불안이 배경이 된 공중예절을 단단히 일러주겠지요. 부모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인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조차 마스크 너머로 짐작만 하게 될까요.

아이들이 "친구야 미안해"라며 서로 화해의 악수나 포옹조차 못하게 될까요. 방과 후에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한 입만'이 사라지게 될까요. 리코더, 단소처럼 부는 악기 교육이 사라지게 될까요. 좀 더 고학년이 되면, 새 친구를 사귀거나 생일 파티에 초대할 때에도 그의 가족 중에 감염 경험자가 있는지, 백신은 맞았는지 물어보고 가리게 될까요. 물론 감염 혐오와 관련된 친구 따돌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요.

아이들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이라니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이루어져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거나, 완치는 없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미리 염려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저 개인 방역 수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으로 일상을 잘 붙드는 쪽이 낫겠습니다. 그게 감염병과의 끝이 보이지 않는 술래잡기에서 이기는 유일한 전술 같으니까요.

김밥(자료사진)
김밥(자료사진)ⓒ뉴시스

아이는 씩씩하게 김밥을 잘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며 세상 만족스러워 합니다. 집과 자동차 외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 생활을 해야 하지만, 대체로 잘 지냅니다. 아이가 감염병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로서 지금은 그저 아이가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후에는 감염을 두려워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두 가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필요 이상의 걱정 대신 상황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응해 나아가자는 것, 감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쉽게 비난하거나 혐오하지 말자는 것.

코로나19가 갑자기 나타나 '서로 거리를 두고 지내라'고 선고를 내린 지 벌써 7개월째, 나와 아내가 지치기 쉬운 시점입니다. 일단은 처음으로 우리 집 가훈을 정해봐야 겠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기. 그 중심에 '육아'와 '가사'가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떠나지 못한 덕분에 남은 연차가 넉넉합니다. 아내의 육퇴(육아 퇴근)와 나의 휴식을 위해 요령껏 잘 써야겠습니다.

지치지 않겠습니다. 아이와 마음 편히 김밥집에 가는 그날까지.

오창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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