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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무서운 코로나19 후유증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난 광복절 연휴 이후 연일 2~4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지속적,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했음에도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8월 30일 수도권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2.5단계)’로 격상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은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에도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국적 대유행의 기로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8월 중순 이후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의미하는 ‘감염 재생산지수’가 거의 1.5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환자 1인이 1.5명에게 전염을 시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방역당국의 노력이 코로나19 전파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지역감염 경로가 발견되고 있으며, 아직도 감시 체계를 통해 진단되지 않은 사례가 상당수 있다고 방역당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감염학회 등 일부 의료전문가 집단에서는 과감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장 사회 경제적 손실이 크더라도 더 큰 대유행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지금 3단계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3단계를 선포하면 방역에 실패해도 그 이상의 강화된 조치를 하기 어렵고, 또 2.5단계 수준만으로도 사회 경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31일 서울 스타벅스 광화문우체국점에서 테이블과 의자들이 한곳에 쌓여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음식과 음료 섭취를 할 수 없고,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2020.08.31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31일 서울 스타벅스 광화문우체국점에서 테이블과 의자들이 한곳에 쌓여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음식과 음료 섭취를 할 수 없고,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2020.08.31ⓒ김철수 기자

어쨌든 지금은 정부의 방역 감시 역량이 한계가 이르렀고, 병실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등, 병·의원 의료체계의 환자 수용 능력이 거의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준을 넘어서는 대유행이 일어날 때, 의료붕괴와 사회경제 시스템 마비가 오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우리 사회는 앞서 대유행을 겪은 유럽처럼,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혼란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절대 그런 일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염병 대유행의 기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 때, 일부 교회에서 대면 모임을 진행하거나,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등의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조직적으로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고도 진단검사를 거부하거나 감염사실과 동선을 은폐하며 방역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확산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조만간 정말 대유행 단계로 넘어갈까봐 매우 걱정됩니다.

이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위험성과 파급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행동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 지도자의 거짓된 선동이 객관적 방역 정보들을 가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진자들이 생사를 오가는 지옥같은 투병 생활을 하며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그들이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에게 자신이 경험한 재앙을 퍼뜨렸다는 죄책감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알고나 하는 행동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극우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극우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뉴시스

그간 방역당국이 상황을 비교적 잘 통제해 온 덕분에 우리나라 코로나19 치명률은 의료붕괴가 일어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8월 31일 현재, 확진자 19,974명 중 사망자 324명. 치명률 1.63%). 약 15,000명에 가까운 확진자들이 완치판정을 받고 일상에 복귀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약 20.7일, 중증환자는 23.7일이었고, 약 60%에 이르는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 아무리 잘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일부 환자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은 중증 질환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무사히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어떤 이들에겐 상흔처럼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최근 국내 한 교수가 SNS에 자신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언급해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해외에서도 후유증 사례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보통 많이 언급 되는 증상으로는, 가슴 답답함과 흉통, 호흡곤란, 후각장애, 신체 여러 부위의 통증, 피부색이 나빠지거나 건조해짐, 머리가 맑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짐(Brain fog), 불면증, 만성적인 피로 등이 있었습니다. 기저질환으로 있던 당뇨가 악화되거나, 탈모가 심해지는 증상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 언론에서 대구 신천지 교회의 협조를 받아, 코로나 완치자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엄밀한 학술적인 보고는 아니지만 4,200명 정도 환자 중에 1,030여명이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약 4명 중 1명 꼴로 후유장애를 겪은 것이지요.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바이러스 감염이 장기나 신경에 직접 조직 손상을 입힌다는 보고도 있지만, 그것이 환자들이 느끼는 임상 증상들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후유증 중 아주 일부는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 아니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받은 처방 부작용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받은 처방들은 코로나19 치료에 맞춤한 처방이 아니었습니다. 한때 에이즈나 에볼라, 말라리아 치료에 쓰였던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치료제로 활용되거나, 염증을 잡기 위해 쓰이는 스테로이드 처방 등이 코로나 치료에 동원됐습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그 자체의 독성이 강하기도 합니다. 적당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약 20일 혹은 그 이상의 약물 투여가 간이나 신장이 약한 체질이나 민감 체질에게 약물 부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또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완치 판정을 받기 전까지, 짧게는 몇주부터 길게는 몇 달동안 병원이나 격리시설 안에서만 생활하다보니 힘들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도, 일을 할 수도 없으니, 이로 인한 답답함과 외로움으로 우울증이나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서적인 문제들이 남는 경우들도 많다고 합니다.

동대문시장 통일상가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부부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상가 인근 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상인 및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8.14
동대문시장 통일상가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부부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상가 인근 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상인 및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8.14ⓒ김철수 기자

제가 임상에서 만났던 코로나19 완치자는 약 2달 반 동안 병원과 격리시설에서의 지루한 투병을 이겨 낸 20대의 건장한 청년이었습니다. 그의 증상은 완치 이후에도 지속되는 잦은 기침과 피로감이었습니다. 자세히 진찰을 해보니, 그 역시 여러 후유장애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완치 환자들이 겪고 있다는 머리가 맑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과 가슴 통증, 사지 관절 통증이 있었고, 불면 증상도 있었습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증상으로 야간에 이불을 적실 정도로 흠뻑 흘리는 땀이 있었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도한(盜汗)이라고 부르는 증상입니다. 도둑처럼 밤에 몰래 흘리는 땀이라는 뜻인데, 이 증상은 소모적인 질환으로 몸이 극도로 허해졌을 때 몸의 진액과 ‘정(精)’이라고 부르는 몸의 기초가 고갈될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양방에서는 폐결핵 같은 소모성 질환이 진행될 때 ‘Night sweat’라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요. 코로나19로 인해 몸이 상해 나타나는 그런 증상이 건장한 젊은 청년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이 많이 놀라웠습니다.

코로나19 후유장애를 겪는 환자를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가 신체에 이러한 심각한 손상을 남긴다면 이에 접근할 때에는 한방의 개념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고갈된 인체의 물질적인 기초부터 채워가는 ‘보약(補藥)’의 개념이 필요하기도 하고, 침구치료를 통해 경락을 조절하여 신경을 안정시키고 통증을 완화하는 개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길지 모를 개인적·사회적 후유증을 감안해, 개인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한 층 신경을 써야 할 때입니다. 개인적 건강도 문제이지만, 대유행으로 넘어갈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이후 우리 사회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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