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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0점’에서 ‘진짜 자존감’을 찾는 게임 ‘Sii Mi’ - 고인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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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실수 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중략) 저는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김남준)이 유엔총회 연설에 나서 남긴 메시지다.

BTS는 이 연설을 통해 유니세프와 'LOVE MYSELF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자존감에 대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

자존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12년 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100점부터 0점까지 점수를 매겨, 1, 2, 3등 순으로 줄세우기에 익숙한 우리는 타인이 만든 기준에 미달된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기'에도 벅차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지만 2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각자의 가치가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준이라면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100점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하는 게임, 진정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게임 '시미'(Sii Mi)를 만든 '고인돌'팀을 만났다.

게임 'Sii Mi'
게임 'Sii Mi'ⓒ고인돌팀

'999점'으로 시작해 '0점'이 목표인 게임

'시미(Sii Mi)'는 퍼즐 요소가 가미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으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시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게임 속 주인공인 시미(SIIMI)는 사막 마을에 사는 미(MI)종족으로, 나무 모양을 따라 외모를 꾸미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미(MI)들의 기준을 거부하고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게임의 목표는 마을의 기준에 따라 시미가 온몸에 붙여놓은 나뭇잎을 떼내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 유저에게는 '999'점의 점수(나뭇잎)이 주어진다. 그리고 진행할수록 점수는 오히려 줄어들다가 결국 '0'점이 됐을 때 엔딩을 볼 수 있다.

0점에서 시작해 고득점을 노리거나, 인벤토리를 채워가는 수집요소를 넣어둔 기존의 게임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김해인 기획담당 "점수가 999부터 0이 되는 과정에서 비워낸다는 느낌이 들어 게임 주재와도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가지고 있는 걸 다 비우고 내가 누군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자는 게 이 게임의 주제니까요."

게임 'Sii Mi' 아트워크
게임 'Sii Mi' 아트워크ⓒ고인돌팀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출시됐던 '클릭 앤 포인트' 장르 게임과 비교하면 약간 투박하고 불친절하다. 1시간 30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진 게임이지만, 진행도 다소 느릿하고 단시간에 흥미를 끌 만한 자극적인 요소도 없다.

그러나 조바심 내지 않고 느긋하게 시미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이것저것 클릭하다보면 어느새 게임의 따뜻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김해인 "피식하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이 저희 게임의 목표였어요. 스토리가 흥미진진한 게임도 많지만, 저희 약간 허술하면서도 잔잔하고 따뜻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죠."

시미가 만나게 되는 '빅미업', '나르미' 등 친구들과의 대화를 보는 것도 게임의 재미다.

조현아 그래픽 디자이너 "게임을 만들면서 시미를 '어린 꼰대'라고도 했어요. 예의 없게 말할 때도 있고, 옳은 말만 할 때도 있거든요.(웃음)"

친구들과의 대화는 마지막에 보게 되는 엔딩의 감동을 배가시켜준다. 게임의 엔딩은 사막에서 나무처럼 꾸미는 미들의 행동에 대해 여러 생각을 유저에게 던져준다.

김해인 "'시미'에서 다루는 주제인 외모뿐만 아니더라도 '진짜 자존감'이 뭔지 생각하고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경우 대입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조현아 "시미 캐릭터가 작고 귀엽지만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원하는 걸 해나가는 친구이기 때문에 시미가 말하는 대사에 집중해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런 상황이면 이렇게 말하면 괜찮겠다' 그런 것들을 얻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시미'는 지난 1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이후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엔딩 보고 울었다'는 유저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여성의 날'에 맞춰 애플 피처드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게임 'Sii Mi'
게임 'Sii Mi'ⓒ고인돌팀

"'하고 싶은 걸 해보자' 마음먹고 만든 게임이죠"

사실 게임 '시미'를 만든 고인돌팀의 김해인 기획담당, 김지원 UX/UI 디자이너, 조현아 그래픽 디자이너 중 누구도 게임 제작을 전공하지 않았다.

휴학, 복수전공, 전과 등 각자의 이유로 학과에 아는 이도 없는 고학번 학생이던 이들은 2018년 서울여대 콘텐츠미디어학과의 졸업전시 프로젝트 수업으로 처음 만났다. 스스로를 '고인물'이라며 팀명도 '고인돌'팀으로 정했다.

점수가 매겨지지도 않는 졸업작품이었지만 대학의 마지막을 의미 있는 결과물로 마무리 짓고 싶었던 세 명은 여러 주제를 펼쳐놓고 고민하다 '자존감'에 대한 게임을 만들기로 '질렀다'.

김지원 UX/UI 디자이너 "첫 회의 때 '뭐가 됐든 졸업 작품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주제는 팀원들의 관심사이자 우리 또래들의 관심사를 고민하다 '자존감'으로 정했죠. 모두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외적요소에만 치중되어 있더라구요."

문제는 '자존감'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어떻게 게임으로 구체화할 것인지였다. 학우들을 상대로 자존감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벌였다.

자존감이란 주제가 '시미'의 핵심 요소인 '나뭇잎 털어내기'라는 컨셉으로 정해지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영감은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라는 책으로부터 얻었다.

김해인 "책에서 '가짜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더라구요. 나뭇잎을 떨어트리는 걸 시각적인 요소로, 외모에 대한 '가짜 자존감'을 중심으로 삼고 진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구체화했어요."

이 때문에 처음 컨셉에선 분홍색의 본모습을 가졌던 시미가 온몸에 덕지덕지 나뭇잎을 붙이고 나타나게 됐다.

핵심 컨셉까지 정했지만 막상 게임을 만들려다보니 게임에 캐릭터의 대사를 넣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른 게임학과의 지인 등 도움으로 겨우 졸업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조현아 "원래는 '유니티엔진'에서 직접 대사를 입력하면 되는데 처음에는 몇백개 대사를 하나하나 이미지로 만들어서 넣었기도 했어요. (웃음) 맵도 스마트폰 해상도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서 제대로 플레이도 할 수 없었죠."

'고인돌'팀원들, (왼쪽부터) 김지원, 조현아, 김해인
'고인돌'팀원들, (왼쪽부터) 김지원, 조현아, 김해인ⓒ고인돌팀

현재 출시된 '시미'는 '고인돌'팀의 졸업작품을 '겜브릿지'가 협업을 제안해 1년간 정식 개발을 거쳐 출시됐다. '겜브릿지'는 네팔 대지진을 주제로 만든 임팩트게임 '애프터 데이즈'로 알려진 개발사다.

'시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작자들도 자존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김해인 "'시미' 스토리를 쓰면서 읽는 책도 많고 자존감에 대해 고민도 하다보니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해야지' 해서 변했다기보다 졸업작품 만들고 정식출시까지 2년이 지나보니까 달라져있더라구요.'

조현아 "저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보는 데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가 지킬 자존감이 있구나' 하는.. 다른 사람들도 각자 아름다움이 있고 자존감의 크기나 생각이 다르고 다 존중해줘야 하는 거죠."

김해인 기획담당과 조현아 그래픽디자이너는 '시미'로 인연을 맺은 '겜브릿지'에 입사해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게임 '웬즈데이' 제작에 동참하고 있다.

'고인돌'팀의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지만 언젠가는 '시미'와 같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임팩트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김해인 "구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시미'처럼 힐링되고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주제가 될 것 같아요."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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