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기고] 아플 때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사회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프거나 다쳐서 근로능력을 상실했을 때,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가 매우 부족하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을 때는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 받지만 그 외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이나 건강 문제는 모두 노동자 스스로 감내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감기나 개인 질병이 발생하여 쉬고 싶어도 소득 감소와 생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쉴 수 가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발열이나 몸살 기운이 있어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해 추가 전파가 발생되는 사례가 있었다. 노동자의 건강에서 시작된 문제가 사회 안전과 직결된 것이다. ‘아프면 3~4일 쉬면서 지켜보세요’라는 코로나 생활수칙이 있어도 지키지 못하는 데, ‘아파도 나온다’는 직장문화가 ‘아프면 쉰다’로 바뀌어야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등 방역 당국은 아프면 출근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실천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등 방역 당국은 아프면 출근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실천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뉴스1

이렇게 건강문제로 아프거나 근로능력을 상실했을 때, 맘 편히 쉴 수 있는 사회안전망으로 ▲건강보험이나 정부재정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상병수당’과 ▲병가를 낸 기간에 일정 금액이 나오는 ‘유급병가’ 제도가 있다. 하지만 유급병가 제도는 일부 기업만 운영할 뿐 대부분 무급병가이고, 임시직과 일용직에서는 더더욱 보기 힘들다.

상병수당도 「국민건강보험법」에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장제비·상병수당, 그밖에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으나 대통령령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지금까지 실시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하고는 공적 상병수당 제도가 있고, 미국은 주별로 법적 근거에 의해 유급병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1952년부터 사회보장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상병수당 규정을 제시하였고, WHO와 UN에서는 상병수당을 보편적 건강보장의 핵심 요소로서 국가수준의 사회보장 최저선에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18년 12월 18일 사회보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주최로 열린 ‘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공청회’에서 다수의 보건·복지전문가들도 상병수당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고, 앞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의무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큰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재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8,055억 원(아픈 뒤 7일 ~ 180일, 소득의 50%보장)에서 최대 1조 7,000억 원(아픈 뒤 3일 ~ 360일, 소득의 65.6% 보장) 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부도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제도 설계에 따라 추정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어서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당장 정책으로 채택되는 데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은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에 근거한 ▲건강보험재정 20%에 대한 국가책임을 정상화 한 재원(연간 5조 7,000억 원 추가확대)과, ▲UN사회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의료급여 대상 확대(2.8% → 7%)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 여유분(연 약6조 원)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20% 국가 책임과 관련해 덧붙이면, 전체 건강보험료에서 정부가 20%를 부담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으나 애매한 법 규정을 악용해서 매년 과소 지원하고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해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실제 정부 지원율은 2017년 13.4%, 2018년 13.1%, 2019년 13.6%, 2020년 14%에 불과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7년 ~ 2018년까지 10조 6,000억 원을 덜 지급한 것이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사회보험을 실시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인구고령화가 되면서 보험료 수입만으로 급여비를 충당할 수 없어 국고를 지원하고 있고, 일본 38.8%, 대만 22.9%, 프랑스 52.2%의 비율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안전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전 지원, 고용시장 신규진입 및 전환지원, 산업안전 및 근무환경 혁신 등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2020.7.20.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안전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전 지원, 고용시장 신규진입 및 전환지원, 산업안전 및 근무환경 혁신 등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2020.7.20.ⓒ뉴스1

다시 상병수당 애기로 돌아와서, 지난 7월 확정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대책 중 하나로 2021년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2022년 저소득층 대상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시범사업을 통해 지급방식, 지원조건 등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도입 방안을 공식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첫 내용이기에 무척 반가운 소식이지만, 코로나 2차 대유행 사태를 직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검토되고 있으며, 여전히 노동현장에선 아플 때 편히 쉴 수 없고, 무급휴가가 강제되는 현실을 비교해 보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너무나도 먼 얘기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아플 때 충분히 치료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정상적으로 일터에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안전망으로서 상병수당 도입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사회공공성 강화 – 해고제한 - 총고용 보장을 내건 공공운수노조 9월 19일 전 조합원 총회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 행동이다. 조합원과 민중의소리 독자들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코로나 이후 더 평등하고, 더 안전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코로나19 위기, 공공성 강화와 노동자 고용‧생계 보장을 위한 사회적 요구안 채택 및 공동행동 채택’ 단일 안건으로 9월 19일 전 조합원 총회를 연다. 23만 명 조합원은 사업장, 업종을 넘어 공동의 사회적 요구, 공동 행동을 결정하는 동시 투표(총회)를 오는 9월 14~18일 집중해 진행한다.

신춘수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국장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