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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용한 동네를 어지럽게 한 대가를 전광훈에게 받고 싶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서울 성북구에 거주했고, 지금도 거주하고 있다. 30여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이 지역에서 전국민적 주목을 받는 사건사고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고, 대체로 조용하고 평안하게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 내가 사는 자치구는 쉴 틈 없이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번씩 언론에 나오는 것 같다. 전광훈 씨가 담임 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때문이다. 매일 사는 동네가 뉴스에 오르내리는 걸 보는 기분은 상당히 언짢다.

사실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상황에서도 성북구는 비교적 조용했다. 지난 2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별다른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적도 없다. 드문드문 서너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8월 중순까지 누적확진자는 60명에 불과했다. 사랑제일교회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12일 이후 불과 3주만에 300명(9월5일)으로 늘었다. 이 기간 급증한 누적확진자의 대다수는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다. 지난 2일 기준, 성북구는 서울 내 25개 자치구별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64.28명).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면 성북구 이곳저곳을 오갔다. 성북구 선별진료소는 한동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불안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불안은 우리 집에도 덮쳐왔다.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가 약간의 기침증세를 보여 걱정돼 성북구 보건소에 전화를 했더니 불통이었단다. 결국 질병관리본부 1339에 전화를 거신 어머니는 ‘열도 없고 그런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선별진료소에 갔다가 감염될 수 있으니 집에 계시라’는 답을 받았다. 그 이후에 보름 동안 집에만 계시던 어머니는 최근 인근 병원 주치의에게 ‘식도 역류’란 진단을 받고 한시름 놓았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발령된 시점이라 더욱 그렇겠지만, 지난달 20일부터 성북구 내 번화가인 돈암동, 한성대입구, 길음역, 석계역, 종암사거리엔 정말 사람이 없다. 퇴근길 지나다 보면 인적이 드문드문 있다. 휴일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밤늦게까지 음식점이며 술집이며 불야성을 이루던 곳들이 한산하다. 일상이 멈춰버렸다. 대형 마트와 큰 슈퍼들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큰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은 채 다른 사람과 마주칠까 두려워 도망치듯 황급히 빠져나간다.

사랑제일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08.17
사랑제일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08.17ⓒ김철수 기자

사랑제일교회가 위치한 ‘장위동’은 성북구보다 더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서울 장위동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그런 동네가 서울에 있냐’는 얼굴로 “아니,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조용하고 사건사고 없는 동네였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일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일부에선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데, 내 기억엔 그 전엔 더 조용했다. 그런데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위동’을 거론하면 알아듣고 참담하게도 ‘역병촌’이라고 한단다.

장위10구역 철거구역 내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는 동네 명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장위동 주민의 삶에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주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 확진자 동선을 확인해보면, 동네 병원•약국•음식점은 물론 스포츠센터까지 다녀갔다. 또 동네를 지나는 주요 교통수단인 시내버스에 탑승해 수차례 도심과 인접 노원구, 동대문구, 강북구 등을 오갔다. 그러니 사람들이 맘 편히 동네를 오고가기도 가게를 이용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뉴타운 사업으로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도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던 장위전통시장에 치명타를 날렸다. 사람이 거의 가지 않게 되었다. 이 시장은 거의 반백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인근 주민들이 차를 타고 오는 곳이었다. 나 역시 주말마다 부모님과 종종 찾았는데, 사랑제일교회 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난 뒤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길희봉 성북장위시장 상인회장이 2일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개시' 약식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길희봉 성북장위시장 상인회장이 2일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개시' 약식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지난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한 황기욱 장위전통시장 상인회 부회장에 따르면, 하루에 손님이 10명도 오지 않고 평소에 비해 매출이 90% 급감했다고 한다. 외부에서 ‘저 시장은 가면 안 된다, 저 시장은 다 세균 집단이다’ 그렇게 소문이 퍼져 더욱 힘들다고 했다. 다음날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한 길희봉 상인회 회장은 IMF나 코로나 확산 초기에도 잘 이겨냈는데, 고객수가 확 줄었다면서, 확진자가 양산되는 시장으로 언론보도가 나가서 피해가 더 크다고도 토로했다.

최근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들이 매일 같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은 감염의 본거지가 아니며, 정부가 방역에 실패해놓고 뒤집어씌우니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서울시장 직무대행,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하는 것도 모자라, 4일엔 직권남용에 살인죄라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고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감히 ‘피해자’라고 칭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스스로 원해서 모여 예배도 보고 모임도 하다 감염됐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때에 이를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감염된 이후에도 방역당국을 피해 이리저리 도주하기도 했다. 그 교회 최초 확진자의 감염이야 당신들 탓이 아닐 수 있지만, 그외 확산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제일교회와 인접한 곳에서 거주하거나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이들은 무슨 죄인가. 매출이 급감해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실이 알려져 주변인들의 눈총을 받아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지난달 중순 이후 성북구 혹은 장위동 주민의 일상에 새겨진 불안과 불편은, 우울함과 손해는 온전히 당신들로 인한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확산이 멈춘 뒤에도 이 고통이 줄어드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그늘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적절한 배상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최근 전광훈 씨를 비롯한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들이 우리 사회에 준 피해를 배상 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랑제일교회 등을 상대로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 1035명분의 진료비 중 공단 부담분을 산정해 5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4일 사랑제일교회 발 확진자 치료비와 검사비 등 명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구상권 행사 금액 5억 정도를 우선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장위전통시장 상인들과 함께 이달 중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으로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고 고통받는 이들이 또 용기를 낼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성북구, 장위동 주민들이 각자 돈으로 배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조용한 일상을 앗아간 대가를 돈으로라도 치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에 쌓인 분노라도 좀 사그라들지 않을까.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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