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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재용 구속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인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역사학 교수인 애브너 오퍼(Avner Offer)는 “노벨경제학상이 노벨물리학상에 가까울까? 노벨문학상에 가까울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노벨문학상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이 말의 의미는 경제학이 답이 정해진 과학이 아니라 마음대로 창작할 수 있는 문학에 가깝다는 뜻이다.

오퍼 교수의 이런 주장은 현대 경제학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경제학이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을 과학이나 수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수많은 그래프와 표들은 마친 경제학을 ‘정답이 있는 학문’으로 착각하게끔 만든다.

그런데 그럴 리가 있나?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학문이라면 인류는 어떤 경제 시스템을 만들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고,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간단하고 명백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경제학 그 자체에 있었다. 학문이 인기를 끌면서 경제학은 오만해졌다. 마치 자신들의 계산이 인류의 모든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거들먹거린 것이다.

“경제적 효과는 OOO”원이라는 허세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덧붙인다. 이런 이유로 나는 경제연구소 등에서 종종 발표하는 “XXX의 경제적 효과는 OOO”이라는 발표를 거의 믿지 않는다. 그 숫자가 도출된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현실세계와 너무 동떨어진 공식을 사용하는 경우기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현실은 수만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수만 가지의 변수를 대부분 생략하고 3, 4개의 변수만으로 답을 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치 그걸 정답처럼 발표한다. 웃기는 짓들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세테리스 패러버스(ceteris paribus)라는 어려운 말로 포장한다. 세테리스 패러버스란 “변수가 너무 많으면 계산이 불가능하므로 다른 변수는 없다고 가정하고 계산한다”는 뜻이다.

만약 사람들이 “왜 이 변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계산하셨어요?”라고 물으면 경제학자들은 “세테리스 패러버스에 의한 계산이에요”라고 답을 한다. 이러면 대부분 민중들은 ‘세테리스 패러버스가 뭔지 몰라도, 경제학자가 저렇게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걸 보니 뭐가 있긴 있구나’라고 겁을 먹고 질문을 멈춘다.

하지만 뭐가 있기는 개뿔이 있겠나? 그 말은 그냥 “우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계산할 길이 없어서 대충 마음대로 계산했어요”라는 뜻에 불과하다.

이런 종류의 기억 중 제일 황당했던 일은 2015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8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대체공휴일의 효과를 1일 당 금액으로 따지면 1조 3,000억 원 정도, 고용유발은 4만 6,000명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힌 것이었다.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적극 지지하는 나로서는 임시 공휴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지만, 일국의 경제 부총리가 “하루 더 쉬면 1조 3,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며 생색을 내는 장면에서는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진짜면 맨날 쉬면 되겠네?

이재용 구속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경제적 효과’ 운운하는 계산 대부분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자, 그러면 이제 이 신뢰할 만하지 않은 계산의 영역으로 나도 발을 내디뎌 보겠다.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 과정에서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다. 벌써부터(아니, 오래 전부터) 보수 언론은 “이재용이 구속되면 나라 경제가 휘청거린다”며 엄살이다.

과연 그럴까?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오히려 이재용이 구속되면 나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폭증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민중의소리


수치로 입증(응?)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이 수치를 도출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세테리스 패러버스를 왕창 사용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 이야기도 신뢰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오는 숫자에는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우선 첫째, 이재용의 구속은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4조 원 이상의 국고를 늘리는 효과를 유발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국내 2위의 재벌 현대차그룹이 벌써부터 “우리는 앞으로 세금을 잘 내겠어요”라며 쫄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의 승계자 정의선은 이재용 따라쟁이로 유명했다. 이재용이 편법으로 재산을 불리면, 정의선은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했다. 그런 방식으로 정의선은 3조 원대 거부에 올랐다.

그런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문제가 되면서 이재용이 약 1년 동안 구속되자 정의선이 정신을 차렸다. ‘이번만큼은 재용이 형 따라했다가 엿되겠구나’라는 의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대차 그룹은 “앞으로 세금 잘 내고 3세 승계하겠다”라고 밝힌 상태다.

정 씨 일가가 착해서 이런 결심을 한 게 아니다. 걔네들? 지금까지 해온 짓들로 판단하건데 정 씨 일가는 삼성 이 씨 일가에 버금가면 버금갔지 결코 개과천선 따위를 할 자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자들이 앞으로는 세금을 잘 내겠다고 한다. 이재용 구속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내세운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면 일단 정 씨 일가는 세금을 2조 원 정도 더 낼 생각이다. 여기에 개편 이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제대로 상속증여세를 내면 추가로 최소 2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 평소 같으면 이 4조 원, 절대 낼 생각이 없었던 정 씨 일가가 이 돈을 내겠단다. 벌써 국고가 무려 4조 원이나 증가할 예정이다.

둘째, 이재용에 대한 단죄는 한국 재벌들의 상속증여세 징수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다. 20대 재벌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대략 60조 원 남짓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3세, 4세 승계를 계속할 것이다. 이재용 구속에 겁을 먹은 이들이 앞으로 상속증여세를 제대로 낸다고 가정하면 최소 30조 원 이상의 국고가 충당된다. 엄청난 돈이다.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다

셋째,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뇌물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정부의 신뢰도가 폭락해 조세저항이 거세진다. 부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것만으로도 정부 세수가 GDP의 0.8%나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90억 원대의 뇌물을 갖다 바친 것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다. 이를 응징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1년 세수가 400조 원 정도니 세수가 0.8% 늘어나면 3조 2,000억 원이나 된다. 그것도 그냥 3조 2,000억 원이 아니라 매년 이 정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10년이면 32조 원이라는 거금이 복지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국민소득 증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3년 세계은행(World Bank)은 뇌물과 부정부패가 유발하는 경제적인 손실을 GDP의 3% 정도로 추산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이 수치를 GDP의 5% 수준으로 더 높게 잡았다.

한국의 1년 GDP는 약 1,800조 원 정도다. 이재용의 부정부패를 제대로 단죄한다면 우리는 매년 58조 원(GDP 3%)에서 90조 원(GDP 5%)의 국민소득을 늘릴 수 있다. 이 어찌 기뻐하지 않을 일인가?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한 거 아니에요?”라는 반론은 매우 옳다. 내가 계산했지만, 세테리스 패러버스를 왕창 사용한 이런 계산은 당최 믿을 게 못된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수치를 믿어달라는 게 아니다. 이재용 구속은 나라 경제 측면에서 매우 큰 이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도대체 이재용이 뭐라고 이 범죄자 하나를 잡아가두는 일이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구속은커녕 기소를 하는 일조차 해야 되네 말아야 되네 이러고 있는 게 정상이냐는 이야기다. 우리 제발 좀 정상적으로 살자. 수치야 그냥 해본 이야기지만, 확실한 것은 ‘정상적으로 사는 것’을 회복하는 일이 국고도 늘리고 경제 발전도 돕는다는 사실이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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