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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칼럼]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를 통해서 본 ERA 운동의 역사와 현재

미니 시리즈, ‘미세스 아메리카’가 미국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9회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는 인물들의 개성, 인물간의 갈등,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도 충분히 시청할 이유가 된다. 그런데 드라마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이 되는 ERA 운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미세스 아메리카’의 9회분으로 모든 내용을 충분히 담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우리와 같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해외의 운동이라 정확한 이해를 하기 힘든 면이 있다. 미세스 아메리카를 한국 페미니즘 운동과 연결하여 비판적으로 시청되길 바라면서, 몇 개의 자료를 편집하여 글을 구성하였다.

100년을 이어온 싸움

2020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80%가 성평등 수정조항이 헌법에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수정안에는 현재 여성의 투표권(수정 19조)만이 명시돼 있다. 이것은 미국의 제1세대 페미니즘, 참정권(Suffrage) 운동의 큰 성과였다. ‘미세스 아메리카’에 나오는 페미니스트들은 제2세대 페미니즘을 대표한다. 이들이 통일적으로 주창했던 것은 성평등수정안(Equal Rights Amendement, 이하 ERA)이었다. 그런데 ERA는 제1세대 페미니스트, 앨리스 폴에 의해서 제안되었다. 서프러제트들은 투표권에 만족하지 않고 1923년부터 1943년까지 ERA 비준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연방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세스 아메리카’에서 다루고 있는 ERA의 문구는 1943년 앨리스 폴이 수정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앨리스 폴 ERA’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ERA는 세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법에 보장된 평등권은 성별을 이유로 연방, 주의 법에 의하여 부정되지 않으며 약화되지 않는다.” (Equality of rights under the law shall not be denied or abridged by the United States or by any State on account of sex.) 그리고 다음 두 문장은 이 첫 번째 문장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간단한 문장이 지금까지 헌법 안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ERA 운동이 어느새 한 세기를 넘고 있다. 그렇다면 너무나 당연하고 간단한 내용이 이렇게 오래 지체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왓챠

리버럴한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대한 백러쉬 시작

우선,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60년대에 미국의 자유진보 세력이 부상하였다. 이에 종교세력과 보수세력의 불만족이 쌓여가고, 서서히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대한 백러쉬가 시작되었다. 70년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백러쉬는 가속화한다. 미국 공화당 졍치인 중 가장 보수적이었던 레이건의 당선이 상징적으로 백러쉬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미니시리즈, ‘미세스 아메리카’는 백러쉬가 가속화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ERA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운동(STOP ERA)을 축으로 하여, 당대의 저명한 여성 인물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조직하고 정치력을 발휘했는가를 보여준다. ERA가 순탄할 것이란 전망은 보수진영여성들의 맹렬한 공격 속에서 후퇴하게 되는데, 이를 주도하는 필리스 슐래필리이다. 그녀는 대중적으로 보수진영의 여성들을 조직하고 선동하는 데 탁월한 인물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필리스가 없었다면 ERA는 통과했을 것이다”라고 회고할 정도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페미니즘 대중적 열기는 약해진다.

헌법에서 요구하는 수정의 절차

또 다른 원인은 미국 헌법 수정의 복잡한 절차이다. 미국 헌법은 전문(Preamble)과 본문(Article Ⅰ-Ⅶ) 그리고 수정(Amendments)으로 구성된다. 한국의 헌법 개정과 달리, 새롭게 포함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내용은 수정 부문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수정은 헌법 본문 제 5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 연방의회가 제안하고 여러 주의 주의회가 비준하여 만들어진다. 즉 미국의 상원과 하원이 회의를 통해서 양원 의원의 3분의 2 찬성으로 결의한 다음, 미국 헌법에 대한 수정 내용으로 50개의 주 의회에 비준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전체 주의 4분의 3이 비준할 경우에 미합중국 헌법의 일부로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노예제도 폐지(1865년), 흑인의 투표권(1870년), 여성의 선거권(1920년) 등도 이런 절차를 통해서 헌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가장 최근의 수정조항은 의원의 세비 인상(1992년)이었다.

‘미세스 아메리카’에서 보여주듯이 1972년 연방 상하원 의회에서 ERA가 통과되었다. 그리고 2020년 현재 38개주의 비준을 받은 상태이다. 이는 전체 주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아직도 수정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한을 둘러싼 논쟁

ERA는 기한이 있었다. 1972년 의회에서 통과되었을 때, 7년 내에 38개 주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기한을 가진 결의안이었다. 이후 1978년 의회에서 기한이 3년 연장되었다. 그러나 1982년까지 3개의 주가 모자란 상태였다. 그리고 5개의 주가 이미 비준했던 안을 철회했다.

이후 ERA 이슈는 죽은 듯했다. 그러나 2017년 민주당의 네바다주 상원의원인 팻 스페어맨이 수정을 비준하는 안을 추진했고, 네바다주는 기한이 지났음에도 이를 비준했다. 기한이 지난 비준은 전국에 관심을 다시 모았다. 이어서 일리노이주는 2018년에, 버지니아주가 2020년에 비준했다.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제니퍼 캐럴 포이가 아들 알렉스 포이를 안고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의사당에서 ERA 비준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제니퍼 캐럴 포이가 아들 알렉스 포이를 안고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의사당에서 ERA 비준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뉴시스/AP

이런 움직임은 새로운 쟁점을 만들었다. 기한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ERA 지지자들은 ERA의 데드라인은 강제적인 조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한은 수정안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수정안의 서문에 명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수정안 대부분은 비준의 기한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장 최근의 27조 수정안은 1992년에 최종적으로 비준되기까지 200년 이상을 계류중이었다. 기한의 쟁점은 법률가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때늦은 내용

또 다른 쟁점은 시기적 의미와 관련된다. ERA가 현재 의미가 있는가이다. ERA는 성평등을 위한 법적 조치를 제공하고, 성별에 기반한 차별을 금지하는 데 있었다. 따라서 이에 따라서 일자리에서 남녀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 가정폭력과 성추행에 대한 국가가 관여해야 할 의무, 임신과 모성애에 기초한 차별 금지,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보호가 증진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 현재에 필요한 내용들이 대법원 판례, 각종 법률로 보호되고 있어서, 헌법 수정에 포함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법률들 사이에는 차이가 여전히 있고, 연방법과 주법 수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헌법 수정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애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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