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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일상에서 쓰는 표현에도 한의학이 녹아있다

한의학은 단순한 의술이 아니라 수천년 우리 민족의 삶이 녹아든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쓰는 여러 표현들 중에 한의학적 개념들이 녹아든 것이 많습니다. 오늘은 일상에 녹아있는 한의학 용어들이 어떤 것이 있나 짚어보고 그 의미를 설명드리겠습니다.

■ 비위가 좋다

달갑지 않은 상황을 잘 견디거나 넘어가는 능력이 좋은 사람을 두고 우리는 ‘비위도 좋다’고 흔히 표현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삭여내는 능력이 좋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위’가 바로 오장육부 중 하나인 비장과 위장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위장은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를 시키고, 비장은 소화효소나 식욕조절 호르몬 등을 분비하는 기능을 합니다. 과식을 하거나 몸에 해로운 성분이 위장으로 들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구역반응을 하게 되는데, 소화를 관장하는 비위 기능이 좋은 사람은 구역질을 잘 하지 않고 그대로 소화시킵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소화를 잘 시키는 모습을 곤란한 상황을 이겨내는데 빗대어 ‘비위가 좋다’는 말을 만든 것 같습니다.

웃음(자료사진)
웃음(자료사진)ⓒ사진 = pixabay

■기분이 좋다

정말 많이 쓰는 말이죠? 이 말이 한의학적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 아셨나요? ‘기분’을 흔히 감정으로 알고 계시는데, 이것도 한의학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기분’은 기(氣)와 분(分)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직역하자면 ‘기와 관련된 부분’ 정도가 되겠습니다.

한의학에서의 ‘기’는 여러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만, 흔히는 혈액이나 신경의 순환기능, 체온이나 체액의 대사상태 등을 말합니다. 즉, 기분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상태가 기쁘거나 평온하다는 뜻을 넘어, 신체가 건강하고 균형잡힌 상태라 오장육부의 기운이 잘 조화되고 체온이나 체액도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니 가만히 있어도 느낌이 좋은 상태를 얘기합니다.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나요?

"아이고 기 막혀!!"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프레스콜의 한 장면(자료사진) 2012.03.02
"아이고 기 막혀!!"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프레스콜의 한 장면(자료사진) 2012.03.02ⓒ사진 = 뉴시스

■기가 막히다

또 ‘기(氣)’에 관해서 많이 쓰는 표현이 ‘기가 막히다’ 입니다. 보통 너무 황당하거나 놀라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정도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 표현은 실제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용어인 변증명 중 하나로 쓰이고 있습니다. 바로 ‘기체증(氣滯證)’인데요.

너무 놀라거나 충격을 받게 되면 우리 신경계는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순간적으로 마비나 감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전환장애’와 비슷한 증상입니다. 이런 상황을 비유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던 말이 바로 ‘기가 막히다’입니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표현이었죠?

근육 통증 (자료 사진)
근육 통증 (자료 사진)ⓒ사진 = 뉴시스

■ 담 결리다

‘담이 결린다’는 표현도 종종 씁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담’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결린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담’은 한자로 ‘가래 담(痰)’인데, 한의학에선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순환장애 등의 이유로 생긴 물혹, 노폐물 등의 병리적 췌생물을 가리킵니다. 담은 근육에도 옵니다. 그래서 몸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근육에 젖산 등 노폐물이 쌓여 근육통이 오면 ‘담이 결린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 담력이 좋다/담이 좋다

우리는 겁이 없는 사람을 보고 담력이 좋다고 합니다. 담력의 ‘담’은 앞에서 말한 ‘痰’이 아니고 ‘膽’(쓸개 담)을 의미합니다. 쓸개는 간에서 만들어낸 쓸개즙을 간직했다가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쓸개즙은 지방 분해를 도와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데, 쓸개의 상태가 좋지 못해 담즙 분비가 원활하지 않게 되면 지방 소화흡수에 문제가 생기고 그럼 혈관에 이물질이 쌓입니다. 혈관 내 이물질은 혈압을 높여 심장이 빨리 뛰게 만듭니다.

그래서 담이 안 좋은 사람은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걸 알아채고 쓸개를 용맹함과 연결지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들은 언어학적으로 면밀히 고증을 하거나 전문가 자문을 받은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한의사로서 한의학을 공부하다 보면, 위의 표현들을 흔하게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이 실생활에서 쓰이는 의미와 일맥상통 하기 때문에 뿌리가 같을 것으로 유추한 것입니다. 평소에 뜻을 잘 모르고 썼던 말들이 사실 한의학에서 쓰는 말들이었구나 하고 재밌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세중 평창군 방림보건지소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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