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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이 ‘마약수사’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검찰 개혁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검사의 직접수사범위를 제한했다는 점이다. 역으로 이렇게 평가되기도 한다. 한 번에 모든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지 않고 검찰에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남겨놓은 과도기다. 어떻게 보든 검사가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럼 검찰에 ‘남게 된’ 수사범위는 무엇일까. 법률에서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를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로 규정했다. 시행령은 이 6대 범죄를 세분화 해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6대 범죄는 부패범죄 11가지, 경제범죄 17가지, 공직자범죄 5가지, 선거범죄 20가지,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2가지 등으로 총 56가지 범죄로 늘어났다. 56가지 범죄는 또다시 세분화 되면서 수백가지로 늘어난다.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제한’한다고 했는데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때문에 입법예고가 되자마자 ‘검경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맞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원래 가지고 있는 권한을 내려놓게 하기란 이렇게 어렵다.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에 들어있는 범죄 중 눈에 띄는 분야가 ‘마약수사’다. 마약수사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6대 범죄 중 도대체 어디에 들어갈까. ‘경제범죄’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민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마약 범죄는 ‘보건범죄’로 규정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약범죄가 경제범죄가 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시행령에는 ‘마약수출입’이라고 표시돼 있다. 수출입이어서 경제범죄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는 것일까.

사실 마약범죄의 대부분은 ‘마약 수입’과 관련돼 있다. 정확히는 ‘밀반입’이다. 그러니까 마약범죄를 캐고 올라가보면 국내에서 제조되는 경우도 있지만 외국에서 밀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마약수출입’ 사건을 검찰이 관할한다는 것은, 마약 수사 대부분을 관할한다는 뜻이 된다.

왜 마약수사를 검찰에 남겨놓은 것일까. 지금까지 경찰의 마약수사가 유통, 투약에 집중돼 있어 ‘수입’ 그러니까 밀반입을 수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마약관련 국제공조 수사가 지금까지 대검찰청 중심으로 진행돼왔기 때문에 국제네트워크를 활용하려면 여전히 검찰이 담당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마약류 범죄로 인한 수익에 대해 환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경제범죄로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요약하면 ‘마약 밀반입’은 검찰이 잘 해 왔으니까 검찰이 계속하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그간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수사지휘를 검찰이 해야 한다는 논리의 반복일 뿐이다. 경찰에서는 자체로 구축하고 있는 수사 시스템으로도 마약류 범죄 전반에 걸친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마약 관련 수사인력도 증원한 상태다.

경찰은 오히려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검찰이 마약수사를 남기는 이유가 인력과 조직을 남기기 위한 방편이라고 지적한다. 인력과 조직을 유지하면 예산이 유지된다. 2019년 기준 검찰의 마약수사관은 292명이고, 2020년 마약수사 예산은 약 49억원이다. 마약 담당 검사는 약 40명 가량된다고 한다. 즉, ‘돈문제’ ‘인력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경찰관계자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인력’이 단순히 사람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축적한 많은 정보들, 구체적으로는 검찰에서 누구에게 불기소와 기소유예를 내렸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사인력들이 꿰고 있다는 말이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서 마약이 빠지면 이 마약수사관들은 경찰이나 공수처 등 다른 조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전문성을 축적한 그들을 검찰 내에서 보직 이동을 하는 것은 인력낭비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경찰이나 공수처 등으로 옮겨 간다는 것은 ‘내밀한 정보’가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배우 조승우가 연기하는 황시목 검사의 대사다. “검찰의 힘은 기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소할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합니다.”

혹여 검찰이 마약수사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이 대사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거두기에는 검찰의 입장이 말끔하지는 않다. 어찌되었든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은 9월 16일까지다. 마약수사가 검찰에 남은 채로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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