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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치매 이용해 상금 탈취했다’는 검찰 논리 뒤집는 증거 3가지

지난 14일 검찰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준사기죄’는 과연 성립 가능할까?

검찰 주장의 핵심은 2017년 11월 윤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인권상 상금 중 절반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근거로 삼은 것을 반박해주는 정황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윤 의원의 준사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특정된 시점 이후에도 길 할머니는 수차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었던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검찰 논리를 뒤집는 첫 번째 근거는 2019년 2월 20일 길 할머니가 자필로 법원에 쓴 호소문이다.

수요집회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 모습.
수요집회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 모습.ⓒ민중의소리

길 할머니는 당시 2015년 있었던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문서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행정3부에 자필로 또박또박 쓴 호소문을 제출했다.

호소문에서 길 할머니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해당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이 합의 과정에서 일본 측이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사실로 인정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합의문에 해당 내용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합의 실질적인 효력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아베 총리는 한일 합의 이후에도 일본군과 관헌의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샀다.

호소문은 길 할머니가 해당 소송의 핵심 쟁점은 물론, 한일 합의 과정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뚜렷이 갖고 있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검찰의 준사기죄 논리를 반박해주는 또 다른 정황은 2018년 11월 29일 마리몬드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당시 마리몬드 직원들이 길원옥 할머니의 생일을 앞두고 마포 쉼터 ‘평화의우리집’을 찾아 길 할머니와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바른길로만 쭉 가시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나타나요. 비탈길로 가다 보면 좋은 길이 안 나오고, 좋지 않은 길이 나오거든. 좋은 길 쭉 가다 보면 진짜 좋은 일이 나오지. 그러면 그게 세상 사는 맛이야. 좋은 길로만 쭉 가셔서 좋은 일만 가지고 세상 사세요”라고 마리몬드 직원들에게 덕담을 건넨다.

길 할머니의 또렷한 모습은 윤미향 의원이 2019년 2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재일조선학교 여러분, 저는 서울에 사는 길원옥이다. 김복동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으니 이제 길원옥이가 대신하겠다. 여러분들 힘 많이 내시라. 우리나라 잘 되게 힘써 달라”고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사망 전인 지난 2018년 11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김복동장학금’ 5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지원 활동을 했었다. 길 할머니가 김 할머니의 생전 뜻에 따라 재일조선학교 지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영상메시지를 통해 드러낸 것이었다.

이 영상을 올린 윤 의원은 “오늘 할머니께서 큰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프랑스 기자에게 긴 인터뷰를 해주시고, 이렇게 큰 결단도 해주십니다. 복동 언니가 못다하고 간 재일조선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하시면서, 다음 주에 직접 오사카로 가신다면서, 쉼터 주임님께 옷 입을 게 마땅치 않으니 같이 옷을 사러 가자고 하셨답니다”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검찰의 기소 직후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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