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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다녔어도 2년마다 신입”..한국장학재단 콜센터상담사 전면파업 나선 이유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필요한 학생·학부모 상담을 담당하는 상담사들이 15일 하루 전면 파업에 나섰다. 2년마다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겪는 고용불안과 10년을 다녀도 신입사원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받는 현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지난해 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생애 첫 파업에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한국장학재단지회는 15일 한국장학재단에 식대·명절상여금·복지포인트 지급 및 임금 인상,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금지 등을 촉구하면서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2020년 임금교섭 결렬 후 2개의 센터에서 진행된 쟁의찬반 투표 결과 각각 94%·97%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무엇이 이들 상담사를 이렇게 분노하게 한 것일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한국장학재단지회는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총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위해 일하는 상담사들의 처우개선 등을 촉구했다.<b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한국장학재단지회는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총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위해 일하는 상담사들의 처우개선 등을 촉구했다.ⓒ김철수 기자

8년간 3개 업체 소속으로 일한 상담사
2년마다 새로운 근무지서 신입사원처럼

“희망을 나누는 한국장학재단 상담사 ○○○입니다”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 전화하면 들을 수 있는 상담사의 첫 인사말이다. 그런데 이런 매뉴얼에 따른 인사말과는 다르게, 이들 상담사들은 한국장학재단이 아닌 모두 민간위탁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다. 이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일하던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정들었던 근무지가 바뀌거나 센터가 통째로 통폐합되는 등 고용불안을 겪어 왔다.

또 2~3만원 수준의 근속수당이 적용됐다가도, 2년 뒤 업체가 바뀌면 다시 신입사원이 되는 수모를 반복해서 겪었다.

2013년부터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서 일해 온 상담사 이재순 씨 또한 신입이 받는 똑같은 최저시급에 따른 임금을 받고 있다. 8년을 일했건만,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입사원이 되기를 반복한 것이다. 그가 지난 8년간 거쳐 간 업체만 유베이스, 유니에스, 한국코퍼레이션 등 3개다. 내년에 또다시 공개입찰로 업체가 선정되기 때문에 다시 소속 업체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점은 2년마다 바뀐 근무지였다. 유베이스 소속일 땐 경기도 부천 송내동에서 근무했다. 유니에스로 바뀐 뒤엔 서울 용산구에서 일했다. 또 한국코퍼레이션으로 바뀐 뒤엔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들었던 동료들과 반복해서 헤어지고 다시 신입사원처럼 새로운 근무지에서 적응하기를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뒤 ‘더 이상 근무지를 옮겨 다니거나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정규직 전환은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 콜센터 상담사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3단계 대상이기 때문에 관련 절차에 따라 기관에서 실태조사 후 현행 민간위탁 체제를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또한 이 같은 기관 측의 결정을 사실상 승인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사들은 10년을 일해도 근속수당 등 아무런 수당 없이 최저임금만 받는 처우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1년에 5만원은 인상할 수 있다”였다. 이에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상담사는 “상담사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1년에 5만원 임금 인상하겠다는 회사는 처음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콜센터 직원. (자료사진)
콜센터 직원.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상담사들을 총파업에 나서게 한 이유는 또 있다. 감염병 앞에서조차 벌어진 차별적인 대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8층에서 11시경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상담사들은 4시간 넘게 이동을 할 수 없었고, 외부 식사도 금지됐다. 그러면서도 상담업무를 계속해야만 했고, 오후 4시10분경에서야 귀가조차 됐다. 그런데 지난 8월 25일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가 있는 연세빌딩 22층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땐 조치가 달랐다. 24층에 있던 한국장학재단 정규직 직원들을 즉시 귀가시킨 것이다.

이에 한 상담사는 “코로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서 감염된단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빌딩 자체 방역지침에 따라서 조치가 달라진 것이지 차별적으로 적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확진자 발생 당시 상담센터가 입주한 건물에선 추가 확진자 발생을 막기 위해 확진자 동선 및 엘리베이터를 모두 방역한 뒤 상담사들 귀가를 요청하다보니 4시간가량 시간이 걸렸다. 반면, 재단 입주 건물에선 확진자 발생을 통보하면서 모든 입주기업에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해 곧바로 퇴근조치가 이루어졌다고 했다.

노조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장학재단의 무책임, 무대책에 분노한다”라며 “상담사들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무기한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장학재단은 향후 노동부 민간위탁가이드라인에 따라 수탁사-상담사-재단이 참여하는 3자 간담회를 통해 상담사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논의·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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