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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서부발전은 그 노동자의 장례식에 왜 갔을까?

지난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스크류 반출정비업무를 떼어내 신흥기공에 하청을 주었고, 신흥기공은 스크류 운반작업을 떼어내 화물노동자에게 하청을 주었다. 화물노동자는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2t짜리 스크루 5대를 자신의 4.5t 화물차에 싣고 끈으로 결박하다, 갑자기 굴러떨어진 스크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발인식은 유족과 한국서부발전, 신흥기공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2020년 9월 12일자 한 언론의 단신 보도를 읽다가 이 한 줄에 비통함이 밀려왔다. 때 이른 죽음도 서러운데, 가해자들이 참석한 생의 마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장례식에 참여한 한국서부발전, 신흥기공측은 유가족에게 진정한 사과를 했을까. 위로 말고 책임을 담보한 사과 말이다.

사망사고 이후 보인 서부발전과 신흥기공의 행보는 책임과 사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망 당일, 서부발전 측이 작성한 2장짜리 [안전사고 즉보]에는 ‘귀책:본인’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자 노동계는 서부발전이 ‘재해자 과실론’을 또 다시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재해자 과실’은 원청이 자신들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활용해 온 오랜 이데올로기이자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다.

지난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 당시 현장. (사진 제공=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 당시 현장. (사진 제공=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뉴시스

서부발전 측이 해당 사고에 대해 내놓은 또다른 설명은, 사망한 화물노동자가 하청업체와 계약한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의한 특수고용노동자 업무 범주에는 고인의 업무가 포함되지 않는다. 서부발전이 이렇게 화물노동자는 죽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강조한 이유는, 이 죽음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후진적인 법의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고인의 노동이 노동이 아니었을 수는 없다. 고인이 사망한 장소는 태안화력발전소 안이며, 서부발전과 신흥기공의 지배력과 명령에 따라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 장소에서는 개인사업자와 노동자가 구별되지 않았고, 법 안의 노동자와 법 바깥으로 배제된 노동자가 함께 작업했을 뿐이다.

언론에는 법적 책임을 회피할 근거를 추려 제공하면서, 동시에 고인의 장례식에 참여하는 행위는 진정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는 멀게 느껴진다. 이 죽음에 피해자만 존재하게 하고 가해자를 끝내 밝히려 하지 않는 것은, 그 행위의 당사자들이 가해자임을, 이 죽음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준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전속성을 따지며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을 문제삼기 전에, 그나마 존재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의미가 안으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안법은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의무를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 안에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배려해야 할 의무’, 즉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안전배려의무는 노동자에 대한 의무이며, 법에서는 이에 대해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업주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는 것이 법을 지키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하필이면 사망한 화물노동자의 차에 지게차로 스크류를 옮겨준 사람은 고 김용균의 동료인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이 노동자는 해당 사건으로 경찰서에 불려가 밤새 취조 아닌 취조를 당했다. 그가 사람이 죽는 사고를 보고 겪게 될 충격과 고통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처사였다. 이 나라에 동료 노동자의 사고나 죽음을 목격한 노동자의 트라우마를 염려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활동했던 김용균 특조위가 내놓은 권고내용 중에는 ‘산재사고로 인한 재해자 및 재해자 동료 트라우마 치료 체계화 및 의무화’ 조항이 있었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전 TF)은 이를 즉각 실행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도 같이 일하던 이의 죽음을 목격한 노동자는 홀로 경찰조사를 받아야 했고, 경찰조사를 받은 끝에 홀로 울고 말았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의 작은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0.04.27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의 작은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0.04.27ⓒ김철수 기자

어떻게든 사고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려 하는 태도는 죽은 노동자와 살아있는 노동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이전보다 증폭된 위험을 안겨준다. 죽음으로 비로소 드러난 위험을 다시금 덮으려면 작업장 내 모든 눈과 귀, 목소리를 누르고 억압해야만 가능하다. 빠른 수습을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더 이상 반발하지 못할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방법이 유용하다.

누군가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고 벌을 주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재해자 과실론’이 매력 있는게 그래서이지 않을까. 복잡한 기업내부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행위자가 존재하는데도, 행위의 책임이 종종 무화된다. 조직화된 무책임성은 필연적으로 재해자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실효성 논란에도, 이 법은 아래로 흐르는 책임의 부정의함을 짚어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우리사회에 던져 준다.

책임의 하방, 그 흐름을 거꾸로 돌려야만 재해자 책임론이 힘을 잃을 수 있다. 사고를 목격한 동료노동자가 추궁당하고 자책하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더불어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산재사망자가 땅속에 파묻히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기업의 기괴한 책임의식(?)도 사라질 것이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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