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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기업이 최우수 명예기업?…동반성장지수 평가의 맹점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8일 ‘2019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8일 ‘2019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대기업이 동반성장지수 상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등급 기업에는 직권조사 면제와 공공조달 가점 등 혜택이 부여된다. 법위반 기업이 상생협력을 인정받아 혜택을 받는 데 대해, 동반성장지수 평가 과정에서 법위반 사항 반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이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 평가가 이뤄져 중소기업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8일 ‘2019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동반성장지수는 총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최우수’ 35개사, ‘우수' 61개사’ ‘양호’ 67개사, ‘보통’ 23개사, ‘미흡’ 7개사로 나타났다.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심의가 진행 중인 7개사는 등급 공표가 유예됐다.

최우수·우수의 상위 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96개사로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50%가량을 차지한다. 보통 이상은 196개사로 전체의 96%에 달한다.

2011년부터 매년 공표되는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다. 상위 등급 기업에 혜택을 부여해 동반성장을 유인한다는 취지다.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35개사가 최우수 등급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35개사가 최우수 등급에 선정됐다고 밝혔다.ⓒ뉴시스

중소기업 절반 이상, 단가 후려치기 호소…공정위 제재 기업이 ‘명예기업’에 오르기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는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원가가 올랐다고 답한 243개사 중 145개사(59.7%)는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청 중소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가 올랐음에도 원청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은 것이다. 원청이 주로 대기업일 것으로 추정되는 1차 하청사도 54.2%가 납품단가를 올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가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는 1·2·3·차 하청사 공히 ‘경기불황에 따른 부담 전가’와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를 꼽았다. 중소기업은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대부분 대기업이 상생협력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불공정거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이 동반성장지수 상위 등급을 받은 사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대리점 계약서 사용 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오뚜기·LG유플러스·KT·K2코리아·SPC삼립·CJ제일제당·남양유업 등 7개 기업이 대리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2017년~2019년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중요 기재사항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총 5,57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7개 기업 가운데 K2를 제외한 6개사가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에 포함됐는데, CJ제일제당·KT·LG유플러스는 최우수, 오뚜기·SPC삼립은 우수, 남양유업은 양호 등급을 받았다. 특히 CJ제일제당과 KT는 3년 이상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아 ‘명예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계약서 교부는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의무화된다.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으면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 조건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가 어렵다. 공정위가 소관하는 대리점법을 위반해 공정거래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상생협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동반성장지수 상위 등급을 받으면 혜택도 부여된다. 최우수등급 기업은 공정위 직권조사를 2년, 우수등급 기업은 직권조사 1년을 면제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기관이 시행하는 기술개발사업에서 우대하고, 기획재정부는 조달청 공공입찰 참가자격사전심사(PQ)에서 가점을 준다. 법무부로부터는 출입국우대카드가 발급된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 시 최우수 기업을 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뉴시스

중소기업 의견 반영 미미…법위반 사항 평가 반영도 제한적

동반성장지수가 현실과 괴리되는 원인으로 평가 방법상의 문제가 지적된다.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상생협력 성과가 주로 평가에 반영되는 반면, 갑질 행태는 잘 드러나지 않아 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평가 전반적으로 대기업이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탓이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와 동반위의 ‘중소기업 체감도조사’를 50:50 비율로 합산해 이뤄진다.

공정거래협약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자금·기술 등 지원이나 법 규정보다 높은 수준의 거래 조건 적용을 사전에 약정하고 이행하면 사후에 공정위가 평가하는 제도이다. 공정위는 서면심사와 현장실사, 협약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계약 공정성, 법위반 예방과 법준수 노력, 상생협력 지원을 판단해 점수를 매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결제비율과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 금융·기술·인력지원 등을 평가한다.

해당 평가에서 대기업의 거래 행태에 대한 중소 협력사 의견이 반영될 여지는 없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대기업이 1년에 한 번씩 협력사 지원사업을 한 것으로 평가가 이뤄지는데,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기술탈취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평가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대기업은 유리한 내용을 잘 꾸려서 자료를 제출하지만,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자료를 안 낸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는 대기업의 법위반 사항 반영도 제한적이다. 대기업은 하도급·유통·가맹 등 분야별로 공정거래협약을 맺는데, 해당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법위반 사항은 평가하지 않는다. CJ제일제당·KT·LG유플러스는 하도급 분야에서 공정거래협약을 맺어, 대리점법 위반에 따른 제재는 공정위 평가에 적용되지 않는다. 동반위가 종합평가할 때 법위반 사항에 대해 감점을 하지만, 다른 평가 항목에서 점수를 만회하면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아예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에서 원천 제외하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법위반 제재 기업이 상위 등급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협약은 의무 사항이 아닌 만큼 기업 참여 유도를 위해 법위반 제재 사항을 국한적으로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협약 체결 분야 외 관련법으로 평가 범위를 늘리면 기업의 자발적 노력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며 “기업의 상생협력 유도와 국민 정서를 반영한 평가 간 적절한 균형을 잡기 위해 매년 여러 평가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기준
동반성장지수 평가 기준ⓒ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 종합평가에서는 협력사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지만 이마저도 대기업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동반성장 종합평가는 중소기업 설문조사와 대기업별 실적평가를 80:20 비율로 구성하는데, 중소기업 설문조사는 대기업이 제출한 1·2차 협력사 명단과 동반위에서 자체 발굴한 협력사를 토대로 실시한다. 대기업이 제출한 명단에는 거래 조건을 잘 관리한 협력사만 포함되고 불공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협력사는 제외될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이 협력사 설문조사에 개입할 우려도 있다. 동반위는 조사 공정성을 위해 관련 기업 협회와 신용평가사 자료 등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협력사 명단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전체 조사 대상 협력사에 차지하는 비중이 10~20% 수준에 그쳐 대기업 제출 명단을 보완하는 수준이다.

협력사 설문조사 과정에서 대기업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조사 문항에 대기업의 개입 여부를 내용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협력사에게 대기업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는지 묻는다고 해서 사실대로 답할지는 알 수 없다.

대기업별 실적평가는 조사 대상 대기업이 제출한 자료에 의존한다. 대기업 성과 배분, 상생협력기금, 임금격차 해소 등 15개 지표별로 실적 증빙 자료를 내면 동반위가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설문조사와 비교해 평가한다.

김남근 변호사는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협력 노력을 유인하는 역할을 일정 부분하고 있다”면서도 “협력사 의견과 대기업 제출 자료가 고르게 평가될 수 있도록 공정위와 중기부 역량을 투입하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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