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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수사’ 제보자 재판 넘기라는 경찰…“명백한 보복수사, 경찰청장 사과하라”

경찰의 ‘강압 수사’ 정황을 제보한 인권변호사를, 경찰이 수사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한 데 대해 시민사회는 “명백한 보복 수사”라며 기소의견 철회와 경찰청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등 40개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익제보자에 대한 경찰의 보복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사건 피고인인 이주노동자 D 씨의 변호를 맡은 최 변호사는 고양경찰서 소속 박 모 경위가 D 씨에 대해 강압 수사를 벌였다며 언론에 피의자 신문과정이 촬영된 영상을 제보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경위의 뒷모습과 목소리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취지다. (관련 기사:경찰 ‘강압수사’ 제보자 재판 넘기라는 경찰, ‘보복수사’ 비판에도 귀 닫아)

40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보복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6.
40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보복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6.ⓒ뉴시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 사건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강압 수사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의 원인은 관리·감독의 부실인데, 무리하게 이주노동자에게 범인으로 몰아가다가 강압 수사 등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사건 초기부터 D 씨를 지원한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는 “경찰에서 D 씨에게 처음 씌우려고 했던 혐의인 중실화 혐의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 실화죄로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화죄는 실수로 불을 낸 경우, 중실화죄는 화재 가능성을 예측했음에도 부주의로 화재를 일으킨 경우에 적용된다. D 씨 측은 재판에서 풍등을 날린 행위와 화재 사건 사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최 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기소의견은 ‘명백한 보복 의도’라고 김 대표는 질타했다. 그는 “무리하게 최초 제보자만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경찰이 처음부터 화재 사건을 이주노동자 한 명의 범죄로 몰고 간 것에 대해 비판받자 보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 경위는 최 변호사와 함께 강압 수사 정황을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기자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개인정보를 유출해 법을 위반한 건 오히려 경찰이라고 김 대표는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건 초기 경찰은 사건과 관련 없는 D 씨의 국적, 나이, 성별 등 개인정보를 언론에 유출해 인터넷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테러를 저질렀다는 여론이 들끓었다”라며 “근무지와 거주지가 유출돼 언론사들이 밤새 집 앞을 지키고 있어 수사받는 내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해 사실상 감금 생활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민변 사무총장은 경찰청장을 향해 “강압 수사를 목격한 변호사가 경찰관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언론에 제보하지 않고 덮어야 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박 경위의 수사는 인권위에서 인권침해라고 결정이 내려졌다. 인권침해야말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불법 행위다. 이를 제보한 행위를 개인정보 유출로 본다면 경찰권 남용이고, 풍등 사건 변론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40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보복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6.
40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보복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6.ⓒ뉴시스

경찰의 수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다야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이 사건에서 경찰은 힘없는 이주노동자에게 소리 지르고, 욕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거짓말한다고 다그치는 등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라며 “수많은 이주민이 한국말이 서툴고 사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영환 서울지방변회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수사 과정에서 강압성과 인권침해가 이주노동자에게만 있는 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제보자를 고소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건 책임 회피이자 수사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재수사를 명하고,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지 않을 시 불기소 처분을 통해 공익제보자에 대한 기소가 잘못됐음을 적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번 경찰 처분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동엽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선임 간사는 강압 수사한 경찰이 아니라 이를 제보한 변호사를 수사한 경찰 태도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간사는 “공직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 방식으로 공직자의 정보를 개인정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상 직무 수행하는 공직자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의 이름과 직위는 개인정보가 아니다”라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 수사 자체가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짚었다.

정보공개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국가기관의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 변호사가 제보한 영상은 검찰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것이다. 김대권 대표는 “민감한 정보가 있다면 국가기관에서 정보공개 결정을 할 때 미리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유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의 제보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구성요건에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최 변호사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며, 박 경위의 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비밀이 아니다. 설령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경찰 수사관의 개인정보가 일부 노출돼 얻는 불이익보다 공익제보로 얻는 이익이 현저하게 크다”라고 설명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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